[D+ 앰버서더] 서로 인터뷰 – 임선우

[D+ 앰버서더 서로 인터뷰]는 디자인플러스 앰버서더의 첫 번째 콘텐츠로 앰버서더로 선발된 10명이 2명씩 그룹을 만들어 서로를 인터뷰 한다. 각자 전공은 다르지만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서로의 이야기를 묻고, 듣고, 기록하는 코너. ‘내일의 디자인’을 향한 진심으로 채워진 앰버서더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D+ 앰버서더] 서로 인터뷰 – 임선우

#01. Start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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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플러스 앰버서더 1기, 학생 디자이너 임선우.

꽃은 색으로도, 형태로도 당당하고 화려하게 눈에 띄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잖아요.

그런 자연스러운 당당함이 제가 좋아하는,
그리고 닮고 싶은 모습이기도 해서, 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분홍색으로 골라 가져왔습니다.”

자기소개와 전공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8월,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임선우입니다. 지금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중심으로 한 경험 디자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공으로 디자인을, 또 세부 전공으로 ‘산업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또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저는 어릴 적부터 손으로 만들고 그리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고 잘했던 것 같아요. 언제는 그림 그리는 것에 너무 몰두하는 바람에 주변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던 적도 있어요. (웃음) 그렇게 자연스럽게 예술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고, 이러한 관심이 디자인 전공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저희 학과는 메타 디자인, 공간 디자인, UX 디자인, 퓨쳐 디자인 이렇게 총 4개의 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한 분야만 배우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접해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4가지 랩 중 저는 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부전공으로 건축학과를 선택해 공부하기도 했었는데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모든 전공에 조금씩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학부 시절, 단순히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왜, 어떻게,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고 또 앞으로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 큰 희열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모든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과정이잖아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초반 기획에 흥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부터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공감 능력’을 활용하고자 했어요. 이를 토대로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에 더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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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 졸업전시회 현장 모습.

이런 고민과 고찰의 과정에서 깊은 식견과 경험에 대한 갈망을 느꼈고, 사유하는 것들을 표현할 만한 능력을 기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렇게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디자인 기획 석사 과정에 진학했고, 그때부터 다니는 곳마다 디자이너로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동시에 이를 기록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원래 기록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아주 어렵지 않았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제 경험과 인생을 콘텐츠화하는 것까지 인생 하나의 콘텐츠가 된 것 같아 즐겁습니다.

디자인플러스 앰버서더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번 디자인플러스 앰버서더 활동은 앞서 말씀드렸던 저의 노력의 연장선으로써 작용해요. 마침 지금의 저에게는 경험에 대한 갈망과 포스팅의 즐거움, 그리고 기록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보와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디자인플러스 앰버서더 1기 활동은 이런 저에게 좋은 기회로 다가왔고 앞으로도 제 인생에 뜻깊은 밑거름이 되어줄 것 같아 행복합니다. 저의 존재 또한 디자인플러스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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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대표로서 교수님들과 함께 기획했던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2024 Design Festa’ 포럼 진행 사진.


#02. Project Talk

학교에서 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해 주세요.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해왔기에 즐겁게 진행했던 많은 작업이 떠오르는데요. 그중에도 팀 작업으로 진행했던 ‘Ponder Rock’ 프로젝트입니다. 사변적 디자인 개념을 통해 사물의 행위 유도와 관련된 주제를 기획했어요. ‘사람은 대화할 때 어떤 방식으로도 완벽하게 솔직할 수 없다. 어쩌면 아무런 감정, 생각이 없는 사물과 대화할 때 가장 진솔하지 않을까?’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가장 솔직한 교감을 위한 것’을 디자인했습니다. 우선 교감을 ‘상담’이라고 칭하고 이를 위해 치러져야 할 단계를 설정했습니다. 이 단계에서 ‘폰더락 패키지’를 사용해 스스로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주제 선정, 스토리 기획, 포스터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설명서 디자인, 영상 촬영 등 여러 가지 작업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Object for Lonely Men’ 속 한 장면을 콘셉트로 두었습니다. 이는 ‘어쩌면 인간은 인간과의 소통에서 언제나 솔직할 수 없다’라는 외로운 인간의 존재를 나타내는 우리의 주제와 맞물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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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작업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디자인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경험은 부족하고 아이디어만 억지로 내펴다보니 무력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어요. 왜 잘 안되는지조차 몰라서 속상했고, 어린 마음에 많이 울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시기를 지나며 느낀 건 결국 답은 계속된 고민과 질문의 반복 속에서 찾아온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억지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제 안의 이야기와 경험에서 출발하는 작업이 훨씬 더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디자인을 ‘생산’이 아니라 ‘표현’으로 받아들이며 더 자연스럽게 작업을 풀어나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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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der Rock 팀 작업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감정을 토대로, 상담이라는 행위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조화하고, 스스로 사용하는 꺼내 볼 수 있는 패키지를 디자인함으로써, 사물과 인간 사이의 감정적 교감을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게끔 표현해 보려고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사변적 디자인의 개념을 실제 정서적 맥락과 연결한 점, 그리고 주제 선정부터 스토리 구성, 오브제 디자인, 영상 연출까지 전 과정을 설계하며 몰입했던 점에서 저에게는 매우 진솔하고 재밌는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단순히 결과물만 만들어 낸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세계에 대한 태도를 디자인 언어로 온전히 표현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기억에 가장 남는 프로젝트입니다.
반면 좋았던 점이 더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좋았으며 어떤 부분을 배웠는지?

물론 어려운 과정에서도 의미 있었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어요.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렸던 부분이 제가 상상했던 방향과 사용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졌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내가 무엇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경험과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디자이너로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학생 대표로서 학과의 첫 포럼을 교수님들과 함께 기획했던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았을 때, 인사동에 방문할 국내외 방문객들을 위해 캐릭터를 제작한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때, 이러한 부분들을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사실 나를 위한 디자인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타인을 위한 디자인은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그 결과로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경험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의 큰 가치를 느낍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맥락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과정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 이전에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디자인을 할 때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가 있다면?

첫 번째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저는 분명 죽을 때까지 세상의 모든 생각을 알 수 없을 것이며 저 역시 정답이 될 수는 없어요. 자기 확신은 살아가면서 크게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것이 오만과 편견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늘 경계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배우면 배울수록 ‘나는 한없이 부족하구나’라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움에서 오는 즐거움도 꽤 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양가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는 제가 오답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겸손하지만 당당함을 갖고자 해요. 세상에 정답은 없고 오답도 없으니까요. 다만 당당함에서 오는 자기 확신이 오만이 되지 않게 하고, 겸손에서 오는 침묵이 자기 검열로 흐르지 않게 하는, 그 균형을 잘 맞추면서 살아가는 것이 저의 디자인 여정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태도입니다.


#03. Design Talk

국내외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 또는 닮고 싶은 디자이너는 누구인가요?

개인적으로 알레산드로 맨디니의 디자인을 좋아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물건이 사람의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물건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익숙한 동작을 반복하죠. 그래서 ‘나를 위한 물건’을 신중히 고르고 소유하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우연히 제 취향에 맞는 스타일의 커피포트를 발견해서 구매한다면, 저는 그 커피포트를 사용하기 위해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실 거예요. 또한 그 커피포트를 예쁘게 사진 찍고 싶어질 테고 어느덧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게 되겠죠. 저는 이런 경험을 통해, 누구든 물건 하나를 구매하는 일이 삶의 감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느꼈어요. 그런 의미에서 맨디니는 그의 디자인을 만난 사람들이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자기 색이 분명한 디자이너’로 맨디니에게 끌린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맨디니를 사랑하게 된 건 색, 재료, 이야기, 그리고 유머를 통해 사람들의 감각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디자인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맨디니뿐만 아니라 작은 오브제부터 건축, 도시, 비행기까지 다양한 스케일과 장르를 넘나들며 디자인을 실천하는 디자이너들(토마스 헤더윅, 마르셀 반더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후카사와 나오토 등)을 보면 존경심이 들고, 나도 장르에 국한하지 않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나요?

저는 사용자들에게 감각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그게 조용하든, 시끄럽든 중요한 건, 사용자가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그걸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이 만들어주는 것으로 생각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 아침 루틴이 바뀌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순간처럼 말이죠. 디자인이 단순히 기능을 넘어 사람의 감정과 삶의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눈에 띄면서도 진심이 담긴 디자인, 화려하지만 얄팍하지 않은 디자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감각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이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요즘 저는 어떤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떤 요소를 통해 감각적 경험을 얻고 형성하는지 주목하고 있답니다. (웃음)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디자인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디자인은 단순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시키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기술은 모든 것을 더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인간의 감각과 관계, 삶의 리듬은 점점 망가지고 흐려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텀블러, 가방, 의자 등은 이제 기능이 좋아서 고르는 경우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릴스, 숏폼, 스와이프 기반의 디지털 환경은 우리의 감각을 빠르게 소모하고 일상의 리듬을 단조롭고 획일화된 패턴으로 고정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은 무엇을 되살릴지 살펴봐야 할 필요도 있어요. 이제 디자이너에게는 발전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감각을 조율하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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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속 감각적 경험을 일으키는 요소들과 관련된 논문 작성 및 학술 대회 투고.
나에게 ‘디자인’이란?

저에게 디자인은 감각을 여는 일이에요. 사람이 어떤 것을 보고 만지고 경험할 때 무언가를 ‘느끼고 싶다’거나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을 만드는 장치가 바로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제품일 수도 있고, 공간, 시간, 맥락, 장치, 감정일 수도 있어요. 디자인은 그런 감각적 계기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관계를 열어주는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My Inspiration

나에게 디자인 영감을 주는 세 가지

  • 좋아하는 공간
  • 일상 속 대화
  • 익숙함을 새롭게

“뭐든지 주변을 항상 주의 깊게 둘러보는 것 같아요. 뭔가 뚜렷한 생각을 하고 싶어지면, 제가 걷고 앉고 마시고 먹고 말하고 듣는 모든 상황에서 예의를 주시합니다. 그 과정에서 분명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요,

좋아하는 공간 살펴보기. 실제로 제가 사이트를 선정해야 하는 공간과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는 제가 살았던, 혹은 관심이 많았던 지역을 기반으로 주제를 탐색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그곳에 장단점이 분명하게 보이고, 무엇보다도 흥미롭고 뚜렷한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 속 대화에 집중하기.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은 적도 있어요. 정말 일상의 사소한 대화에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더라고요. 제 공간 졸업 전시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한 달을 넘게 고민해도 확신이 생기지 않던 프로젝트였는데, 어느 날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을 만났던 자리에서 실현 불가능한, 마치 꿈 같은 대화를 나누다가 “유레카!”를 외쳤어요.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하네요.

익숙함을 새롭게 보기. 마지막으로는 익숙한 것을 새롭고 낯설게 보는 시선에서 영감을 얻어요. 제게 익숙한 것을 다시 관찰하고, 그 안에서 다른 이야기를 상상해 볼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어느 날 스스로가 단순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요. 그걸 인식한 뒤로는 가끔 의식적으로 예민해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의 일상에서 ‘익숙함’은 사물, 공간, 브랜드, 몸짓, 말투 모든 게 될 수 있어요. 그런 일상 속의 익숙함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고, ‘지금 여기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계속 질문해 볼 때, 예상치 못한 매력을 발견하게 되죠. 어쩌면 누군가 이미 했던 생각일지라도 제 방식으로 다시 고민해 보려는 태도에서 디자인 가능성이 열린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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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 앰버서더 박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