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앰버서더] 선배에게 묻다 – 목가구 디자이너

[선배에게 묻다]는 이미 사회에 진출한 선배 디자이너들의 경험을 통해 후배들이 보다 현실적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기획한 코너. D+ 앰버서더들이 미래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의 시선으로 선배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답을 기록한다. 

[D+ 앰버서더] 선배에게 묻다 – 목가구 디자이너

Chapter 01. 일하는 순간들 

20250924 074856
아토하우스(Attohaus) 대표 이영빈 디자이너.

—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아늑한 하루를 만드는 이’라는 철학으로 다양한 목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아토하우스(Attohaus)의 대표 이영빈입니다. 최근에는 창작의 범위를 확장해, 공간 디자인과 아트 오브제 영역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졸업 후 지금의 진로를 선택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궁금합니다. 

목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구를 만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아버지께서 직접 제작하신 가구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목공과 가구 디자인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장래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할 무렵, 서울에서 우연히 가구 전시를 보게 됐는데요. 이를 계기로 나만의 디자인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가구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본격적으로 키우게 됐습니다. 

20250924 075515
이영빈 디자이너의 작업 공간.

업무를 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궁금합니다. 혹은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요? 

제가 만든 가구를 사용하며 즐거워하는 분들의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특히 아토하우스를 대표하는 제품 중에서 턴테이블과 함께 사용하는 테이블이 있는데요. 음악을 사랑하는 고객분들이 이 테이블을 사용하며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큰 보람을 느끼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출발한 테이블 디자인이었는데요. 대중적인 접근이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했던 터라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확신을 갖지 못했거든요. 감사하게도 같은 취향을 공유한다는 감정이 들어서 더욱 기쁘고 보람찼던 것 같습니다.


Chapter 02. 학교에서 사회로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기술 중 현업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건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어요. 가구를 공부하고 싶어 인테리어디자인학과로 진학해 세부 전공으로, 가구 디자인을 선택했지만, 군 제대 후 복학하려던 시점에 학과 행정상의 문제로 전공을 이어가기 어려워졌죠. 그래서 졸업 대신 학교 밖의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 거죠.  

20250924 075613
이영빈 디자이너의 작업 모습.

그렇다 보니 ‘학교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요. 차분히 그 시절을 돌이켜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당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었습니다. 단순히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난 게 아니라, 비슷한 꿈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경험이야말로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였던 것 같아요.  

비록 1학기라는 짧은 시간을 학교에 머물렀지만, 그때 만난 인연들과 지금도 교류하며 실무적으로도 서로 큰 도움을 주고받고 있어요. 전공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학교에서 만나는 인연들을 소중히 여겼으면 합니다. 다만 이것을 ‘인맥을 쌓아라’고 하는 관점보다는, 나와 같은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고 함께 성장할지를 고민하는 자세로 이해해 주면 좋겠네요. 

학생 시절 “이런 경험을 더 해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을까요?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이런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먼저 본인의 꿈을 향해 넓은 시야를 갖고 능동적으로 움직였으면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기술을 열심히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학교 밖으로 나가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스스로 배움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능동적으로 배움에 다가가는 과정은 단순히 지식과 경험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삶과 일을 대하는 태도를 가꾸는 데도 큰 도움이 되거든요. 저는 결국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히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에게 더 큰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또 한 가지는, 기술적 역량이나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는 생각하는 힘, 즉 창의력을 기르는 데 더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기술적인 부분은 졸업 이후에도 충분히 키울 수 있지만, 디자인을 바라보는 열린 사고와 창의력은 현실적 제약이 많은 실무 현장에서는 기르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학생 시절에 다소 엉뚱해 보이는 발상이라도 과감히 시도해 보기를 권합니다. 그렇게 쌓아 올린 ‘생각하는 힘’이 나중에 기술적·실무적 역량과 만나면 훨씬 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학생 때부터 기술적인 완성도에만 집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후배들이 학교에서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경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앞선 이야기의 연장선일 것 같아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그 분야를 배우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태도를 길렀으면 합니다. 특히 학교 밖으로 나가 꿈꾸는 분야의 실무자를 직접 만나보거나, 현장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배움의 기회를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다 보면, 그러한 경험과 자세가 결국 미래에 큰 자산이 되리라 믿습니다. 


Chapter 03. 커리어 준비하기 

취업이 아닌 창업을 택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20세 초중반부터 취업보다는 창업을 목표로 삼았어요. 취업이든 창업이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성향과 관심사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거예요. 내가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답할 수 있어야 필요한 역량도 스스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준비하는가에만 신경 쓰기보다는,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제 길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으려 했습니다. 

20250924 075532
이영빈 디자이너의 작업 모습.

같은 커리어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면요? 

창업을 꿈꾼다면 어떤 수요층을 목표로 삼을 것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은 결국 제품을 판매해야 하기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가치를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를 깊이 고민해야 해요. 비록 비주류 영역의 디자인을 다루더라도, 해당 분야에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명확한 타겟을 설정한다면 분명히 수요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한다면 반드시 자신이 어떤 대상을 무엇으로 공략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창업을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낭만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때로는 지나친 고민보다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할 순간도 있겠지만, 창업에는 큰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기회비용이 뒤따릅니다. 각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20250924 075604
이영빈 디자이너의 작업물.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세요? 

개인적으로 가구라는 영역을 넘어 더 폭넓은 창작 분야를 다루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현재는 가구뿐만 아니라 공간 디자인과 아트 오브제 작업까지 확장해 진행하고 있고요. 궁극적으로는 아토하우스의 슬로건처럼, 사람들에게 ‘아늑한 하루를 만드는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20250924 075836

 D+ 앰버서더 송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