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영 디자이너] 디자이너 석민석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2025 영 디자이너] 디자이너 석민석

23년간 1000여 명의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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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한 지 약 4개월 된 영 디자이너. 어릴 적 운동선수로 활동하다 디자인을 시작했고, 한 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해내는 성격 덕분에 운동할 때의 열정과 몰입을 디자인 작업에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활발한 성격으로 직접 제작하며 디테일을 더하고 소재가 가진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다.
올해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

지방에서 혼자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류가 부족했다. 내 작업이 내 안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다. 내 작업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피드백이나 생각을 들어보며 시야를 넓히고자 했다. 무엇보다 디자인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다양한 디자이너와 교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이나 정보를 얻는 것이 작업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준비 중인 스튜디오가 있다고 들었다.

아직 준비 중이지만 내년 즈음에 관심사를 공유하는 친구와 함께 스튜디오를 설립할 계획이다. 스튜디오 이름은 돌 스튜디오dol.studio나 스튜디오Se_Ok라는 두 가지 후보 중 고민하고 있다.(웃음) 대구와 서울을 베이스로 두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실험하고 제작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겠지만, 지금 이 나이에 겪는 도전과 고민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헤쳐 나갈 계획이다. 이름보다 경험과 실험,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진심이 담긴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본인의 작업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요즘 내가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뜻의 ‘우후지실雨後地實’이다. 나는 디자인뿐 아니라 제작까지 직접 도맡아 한다. 그래서 작업 시간도 길고 혼자 있는 시간도 많다. 재료를 만지고 직접 가공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다. 실수하면 자재를 다시 사고 똑같은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끝까지 버티고 만들어내면 그 시간이 결국 작업을 더 단단하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직접 손으로 재료를 만지고 다루다 보면 디테일에도 더 집중하게 되고, 그 소재만 낼 수 있는 특징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실수에서 좋은 디테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모델링만 하고 제작을 맡기는 방식보다 직접 만들면서 생기는, 예기치 못한 디테일이 진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후지실이 내 작업을 정의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힘든 과정을 지나 더 단단해지는 작업 말이다.

ORBITSIDE
침대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을 위해 360도 회전하는 사이드 테이블, 오르빗 사이드ORBIT-SIDE. 사용자는 테이블을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회전시켜, 독서, 노트북 작업, 식사, 취미 활동 등 어떤 자세에서도 최적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작업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가 있다면?

나무와 철이다.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소재는 다양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재료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마침 학교에 우드 작업 공간이 있어 자연스럽게 나무로 구조를 짜거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을 즐기게 됐다. 나무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건 의자 작업을 하면서부터다. 사람이 앉는 가구이다 보니 직접 앉아보고 각도를 계속 테스트해야 했는데, 그때 나무로 구조를 짜고 천을 연결해가며 형태를 만들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나무로 가능한 구조를 몸으로 느꼈고,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나무 작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철은 나무와의 대비가 좋아서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무게감 있고 단단한 재질인데, 나무와 만나면 서로의 질감이 강조되면서 공간 속에서 긴장감을 만든다. 무엇보다 디자인은 형태뿐 아니라, 실제 제작의 과정에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결국 사용자에게 닿을 때 의미가 생기기에 가격 면에서 접근성이 낮으면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늘 양산성과 제작 현실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합판은 내 작업에 잘 맞는 소재다. 원목보다 경제적이지만 결이 고르고 단정해, 형태를 잘 표현할 수 있다. 직접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서도 안정적인 결과를 준다.

작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사실 아직까지 작업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더 편하고, 더 아름다운 공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을 시작했다. 내 디자인이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많은 사람이 실제로 사용하면서 삶에 조금이라도 즐거움과 편리함을 더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INSENCE HOLDER
인센스라는 정적인 사물에 연기로 도넛을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한 인센스 홀더, 에테르AETHER.
이번 전시에서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가?

이번 전시에서 내가 디자인한 가구는 결합 시에는 기하학적 조형의 오브제로 존재하지만, 분리 시 실용적인 가구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구들과는 확실히 다른 감각을 전달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기능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담은 디자인을 통해 관객이 ‘깔끔하면서도 새로운 공간의 감각’을 느끼길 바란다.

향후 계획과 탐구하고자 하는 과제가 있다면?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하고, 사람들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과 행복을 더할 수 있는 가구, 제품, 공간 등을 만들고자 한다. 직접 제작하고 경험하며, 형태와 기능이 함께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만족감과 실용성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향후에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연구하고, 해외 유학을 통해 더 깊이 공부하고 성장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삶과 가까운 디자인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디자인은 나에게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삶과 연결된 탐구이자 진심이며 앞으로도 이 여정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경험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