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ve / Genome Project / 서울 – 시카고
이연우
1. Grove
〈Grove〉는 조화로운 소음을 창조하는 반응형 스피커 시스템이다. 네 개의 스피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하늘, 물, 땅, 사람이라는 네 가지 테마의 앰비언스 음원을 재생한다. 스피커에 사용자의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음원이 활성화된다. 처음에는 각각의 소리가 별개의 소음처럼 들리지만, 시간이 지나고 스피커 사이를 거닐수록 소리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낸다. 이 소리는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소음은 재생되고, 쌓였다가, 다시 사라지며, 점차 깊고 풍부한 선율로 변모해 마치 숲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단순한 소리의 경험을 넘어, 움직임과 소리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2. Genome Project
〈Genome Project〉는 10명의 가상 인물을 가족관계도로 시각화한 프로젝트이다. 각 인물의 다양한 정보를 세대별로 분석해 그들 간의 관계를 탐구하였다. 각 인물의 정보는 텍스트로 표현되며, 이러한 텍스트가 유전자의 역할을 한다. 여러 유전자가 모여 문단이 되고, 하나의 게놈을 형성한다. 인물의 정보는 보여주고 싶은 정보와 숨기려는 정보로 나뉘며, 부사를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시각화된다. 세대를 거쳐 인물 간의 관계에 따라 이들의 정보는 일치하거나, 반대되거나, 미묘하게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이를 통해 인물들 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며, 텍스트가 유전자처럼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3. 서울 – 시카고
문자 메시지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소통 방식이다. 〈서울 – 시카고〉는 이러한 문자 메시지를 마치 건축 도면처럼 공간적으로 재구성한다. 문자를 주고받은 사람이 위치한 실제 공간에 따라 텍스트를 분류하고 배치하여, 새롭게 만들어지는 대화의 맥락을 관찰한다. 서울과 시카고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호흡과 맥락을 도면으로써 시각화한다. 두 가지의 언어와 화자의 태도에 따라 문자가 사유하는 공간이 달라진다. 이 둘은 분리되어 있다가 이어지며, 서로의 언어가 고유했다가 혼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