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사니 / 망몽 / 그때 그걸 그랬어야 했어 / 뒤를 돌아보면
하수민
1. 가라사니
〈가라사니〉는 ‘사물을 판단할 수 있는 지각이나 실마리’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프로젝트 〈가라사니〉는 전통 십이간지 동물의 형태적 특징을 텍스트로 추출하고, 이를 실마리로 새로운 십이간지 형태를 일러스트로 창작하는 작업이다. 각 동물의 주요 특징 3가지를 텍스트로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형태를 재구성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가라사니〉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텍스트 기반의 새로운 시각적 해석과 변환 과정의 왜곡을 실험한다. 12개의 연작으로 구성되며, 3가지 색상으로 제한된 디지털 프린팅으로 제작하였다.
2. 망몽
〈망몽〉은 꿈과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망상에 빠지는 증상을 표현한 단어로, 꿈과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 속 실험적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은 무의미하고 비논리적인 장면의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꿈의 몽롱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저해상도로 연출하였다. 브라운관 티브이로 송출하여 감상자가 타인의 꿈과 현실을 지켜보는듯한 장치를 통해 ‘꿈속의 현실’ 혹은 ‘현실 속의 꿈’이라는 액자식 구성을 강화한다.
3. 그때 그걸 그랬어야 했어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때 그걸 그랬어야 했어〉는 인간이 시간의 흐름에 불응하는 태도가 과거의 후회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후회의 순간을 아카이빙하는 만화책을 제작한 프로젝트다. 〈그때 그걸 그랬어야 했어〉는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가벼운 후회의 순간을 기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내지는 절취선으로 컷이 나뉘어 있어 감상자가 직접 후회의 상황을 분해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 텍스트는 ‘~할 때 ~를 ~했어야 했다’ 의 구조이며, 만화는 세 컷의 이어지는 프레임으로 그려져 어떤 페이지로 조합해도 연결되게끔 하였다.
4. 뒤를 돌아보면
〈뒤를 돌아보면〉은 두렵게만 느껴지는 부정적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때, 그 안의 따뜻함과 필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동화책이다. 주인공은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림자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동화책에 등장하는 각 감정을 인형으로 제작하여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더한다. 〈뒤를 돌아보면〉은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방법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프로젝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