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일러스트레이터 오요우: 상상과 해석으로 빚은 이야기를 그림에 심다
오요우 일러스트레이터·스토리텔러
일러스트레이터 오요우는 단편적인 그림 그 이상을 그린다. 비유, 상징, 해석이라는 도구로 그림 속 곳곳에 이야기를 심어두며 이를 하나의 서사로 엮는다. 스스로를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하는 그. 루이비통, 룰루레몬, 에어비앤비, 네이버 등 국내외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창작 비법은 무엇일까?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아야어여오요우. 한글에서 가져온 작가명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오요우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립니다. 최근에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기간에 발행된 루이비통의 〈파리 스포츠 시티 가이드〉부터 룰루레몬, 에어비앤비, 아모레퍼시픽, 현대백화점, 네이버 스페셜로고 그리고 뉴욕 타임즈의 에세이 커버까지 다채로운 국내외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죠.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꿨던 건 아닌데요. 지인의 부탁으로 맡게 된 일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판이 커졌다고 해요.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처럼 말이죠. 그 과정에서 외부 환경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펜과 종이 혹은 컴퓨터와 태블릿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창작할 수 있다는 점도 그가 일러스트레이션에 매료된 이유인데요. 신진 크리에이터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scene)에서 가장 새로운 창작자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습니다.
PLUS 1. 루이비통이 반한 일러스트레이터
에어비앤비, 룰루레몬,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빙그레, 카카오뱅크 등 다양한 성격과 규모의 클라이언트와 일을 해오셨어요. 최근 활동 중에서는 단연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비통(Louis Vuitton)’과의 협업이 눈길을 끌어요. 올해 프랑스 파리 하계 올림픽 기간에 출간된 <파리 스포트 시티 가이드>에 참여하셨다고요.
〈파리 시티 북〉과 〈파리 스포츠 시티 가이드〉의 내지 그리고 〈파리 스포츠 시티 가이드 컬렉터스 박스〉의 커버 이미지 작업에 함께 했어요. 클라이언트인 루이비통으로부터 처음 제안받은 건 〈파리 스포츠 시티 가이드〉라는 책이었어요. 파리의 스포츠가 주제였고, 파리처럼 큰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에 관한 그림을 16페이지에 걸쳐 그렸습니다. 다행히 내부 반응이 좋았어요. 덕분에 〈파리 시티 북〉과 〈파리 스포츠 시티 가이드 컬렉터스 박스〉에도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할 수 있었죠.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있으세요?
처음에 당연히 올림픽을 기념하는 책인 줄 알았어요. 처음 스케치할 때 올릭핌을 기념하는 프로젝트인 줄 알고 올림픽을 상징하는 요소를 그림에 적극적으로 담았었죠. 하지만 올림픽을 기념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올림픽에도 저작권이 있기에 때문에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 그와 관련된 그래픽 요소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전면 수정했어요. 커버 디자인 그림에 보이는 마라톤을 하는 캐릭터가 대표적이에요. 성화 봉송을 하는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불꽃을 그렸는데 이후에 프랑스 국기로 바꿔야 했죠.
〈파리 스포츠 시티 가이드〉에서는 16페이지에 걸쳐 스포츠 활동에 관한 그림을 그리셨어요. 작업 과정에서 주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다면요?
우선 파리를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식상하잖아요. ‘이걸 보면 파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와 같은 정도로 뉘앙스만 주고 싶었죠. 풀 바닥 위로 에펠탑 그림자가 일부 드리우는 스케이트 그림처럼요.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약간의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위트를 담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농구공이 골대보다 훨씬 크다거나 테니스 라켓이 생선잡이 그물처럼 테니스 공을 담고 있는 모습, 그리고 태양처럼 떠 있는 수구(水球) 공과 꽃 모양의 복싱 글러브, 꽃병처럼 사용하는 볼링핀과 놀란 표정처럼 표현한 볼링공 구멍처럼 말이죠.
‘파리의 스포츠’라는 주제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표현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얻으셨을지도 궁금했습니다.
파리 여행을 몇 번 한 적 있어요. 한 번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하키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거든요. ‘와… 필드하키가 생활 스포츠라고?’라고 스스로 되물었을 정도로 충격이었어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잖아요. 당시의 기억이 이번 프로젝트에 임할 때 도움이 됐죠. 하키를 즐기는 모습을 본 덕분인지 파리에서 가능한 생활 스포츠의 범주를 넓게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PLUS 2. 스토리텔러와 일러스트레이터, 그 사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직업으로 받아들인 계기가 된 첫 프로젝트도 기억나세요?
물론 처음에는 지금처럼 일러스트레이터로 밥벌이할 거라고 생각 못 했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기회가 닿을 때 소소하게 일을 받아서 하는 정도였거든요. 처음에는 헬로티비에서 나오는 무가지에 들어갈 그림 작업을 지인에게 부탁받았어요. 이전까지 경력이라고 할 게 없어서 최소에 가까운 예산을 받고 작업했어요. 대신 무가지에 들어가는 그림을 모두 그리겠다고 나름 조율을 했죠. 다행히 결과물이 잘 나왔고 다행히 업계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들어오는 일의 규모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창작자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엠넷 20’s Choice 어워드’ 프로젝트에요. 트로피를 디자인해달라는 의뢰였어요. 사실 일러스트레이션과는 다른 일이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도 싶었지만, 당시에는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서 덜컥 수락했죠. 촉박한 마감이라는 환경과 저의 완벽주의 성향이 만나서 작업 기간에 세 번은 울었던 기억이 나요. (웃음) 그때까지 맡은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큰 예산 규모였고 덕분에 작업 활동을 통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때를 계기로 창작자, 구체적으로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어요.
한편, 그림을 그린다는 말보다 ‘이야기를 만든다’라는 소개가 많더라고요. 그림보다 서사를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다면요?
이 신(Scene)은 신선한 공급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곳이에요. 또 다른 선택지를 앞에 둔 클라이언트가 나를 찾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단순히 그림만 잘 그려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너무 많거든요. 선택받기 위해선 나만의 차별점이 있어야 했고,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그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라 이야기로 엮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차별 전략이었어요. 그래서 저를 소개할 때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스토리텔러라고 강조하죠.
“저는 늘 시장에서 내가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인가에 관해 고민해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이 시장은 늘 새로운 크리에이터로 넘치거든요. 여기는 전쟁터예요. ”
기업이나 브랜드 클라이언트에게는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고요?
맞아요. 이야기라는 건 마케팅에도 맞닿아 있거든요.자본주의 시장의 최전선 중 하나인 엔터테인먼트사에서도 ‘서사’와 ‘세계관’을 이용한 아티스트 마케팅에 적극적이잖아요. 이와 다르지 않죠. 서사가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은 기업과 브랜드 입장에서 기업 메시지를 전하기에도, 또 브랜딩 활동을 하기에도 훨씬 효과적이니까요. 프로젝트를 두 번 이상 함께 한 클라이언트에게 ‘왜 저랑 한 번 더 일을 하신 거예요?’라고 물어보면 그림에 이야기가 녹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하시더라고요. 새로움이 끊이지 않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저만의 차별화 전략이 통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PLUS 3.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일, 일러스트레이션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되는 그림을 모아서 꾸준히 그림책도 만들어오셨던데요?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와 별개의 작업인데요. 마감이나 가이드라인 등 아무런 제약이 없는 창작 활동이 필요한 시기도 있더라고요. 사실 취미 생활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죠. (웃음) 그래도 매년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임했어요. 〈Little Bird〉, 〈Cold Tales〉, 〈Blue Owls〉, 〈Ping Pong Club〉, 그리고 최근에는 〈The Gardeners〉 연작까지 글 없이 그림으로 관계, 사랑,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작업이에요.
“주어지는 일만 쉼 없이 하다 보면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망각하게 돼요.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림책을 보고 일이 들어와요. 그런 걸 보면 새로운 시도와 유연한 태도가 창작자에게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림을 설명하는 글이 없다면 보는 사람은 의도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부담은 없으세요?
어디까지나 개인 작업이니까 괜찮아요. 오히려 보는 사람마다 각자 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좋죠. 실제로도 상상의 여지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요. 물론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방식은 다소 강압적으로도 느껴지거든요. 물론 무책임하게 모든 걸 보는 이에게 떠맡기는 건 아니에요.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이나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존재하되 각자의 상상력이 더해질 때 콘텐츠가 더 풍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만들어 오신 그림책과 북 커버 작업은 ‘책’이라는 매체를 공유하지만, 작업 방식이 또 다를 것 같아요. 타인이 완성한 이야기가 존재하고, 이를 정해진 판 안에 그림으로 압축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북 커버 작업은 개인 작업과는 분명 다른 일이죠. 글이라는 콘텐츠를 비주얼(visual)로 ‘번역’하는 일이니까요. 특히 비유, 상징, 함축이라는 기법을 통해서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소설보다는 시에 가까운 작업이라고도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북 커버 작업도 있다면요?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 〈완전한 행복〉 북 커버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독일에 계신 북 디자이너 오진경 실장님이 원고를 전해주셨는데 시차가 있다 보니까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에 받았거든요. 마침, 소설 장르가 스릴러였던 터라 원고를 읽는데 무섭더라고요. 그 감정을 최대한 살려서 바로 작업에 임했는데 덕분에 실감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죠.
북 커버 뿐만 아니라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인물의 표정이 없어요. 초기 그림과 달라진 점이기도 할 텐데요. 눈, 코, 입을 지우게 된 이유가 궁금했어요.
캐릭터의 인상보다는 인물의 행동이 더 잘 보였으면 했어요. 캐릭터의 표정이 너무 강하면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게 되잖아요. 결국 해석의 여지도 줄어들게 되는 셈이죠.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작업을 해오면서 이미 정해진 의미로만 그림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경계하게 된 것 같아요.
이 외에도 처음과 달리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초창기에는 디지털 작업보다는 종이에 잉크 펜을 사용한 작업을 많이 했죠. 한동안 아날로그 작업 방식에 경도되어 있었달까요? 지웠다가 그리기를 반복할 수 있는 디지털과 다르게 실력이 그대로 다 드러나거든요. 손으로 드로잉 하는 걸 매일 했어요. 그만큼 손으로 그리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그러다가 맡게 되는 프로젝트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디지털 작업을 시도하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무언가 항상 고정된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갈 수도 있고, 캐릭터에 표정을 그리게 될지도 모르죠. (웃음)
PLUS 4. 창작자가 노동의 가치를 정하는 법
최근에는 모교인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강의도 나가시잖아요. 디자인학과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면요?
레퍼런스에 의존하지 말 것. 저는 이제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정말 그만 봐야 한다고 봐요. 레퍼런스는 과정이 거세된 결과물 형태라고 생각하는데요. 창작물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관객 입장이라면 좋은 작업물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겠죠. 하지만 창작자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자신만의 ‘과정’이 필요해요. 짧은 문장을 만들고, 여기에 살을 조금씩 붙여 가보기를 권하죠. 그 이후에 상징적이거나 비유적인 요소에 대한 시각적 탐구를 해나간다면 분명 독자적인 창작물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이런 과정이 창작을 해나가는 원동력으로써 매 순간 도움이 될 거예요.
아울러 경험에 빗대어 현재 독립을 준비 중인 디자이너 혹은 창작자에게 필요한 자세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창작자는 결국 프리랜서 혹은 자영업자와 다르지 않아요. 쉽게 말해 이미 포화 상태인 치킨집을 새로 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시장에서 자신의 창작 활동에 대한 가치를 객관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면 초심자의 마음과 기준을 갖추는 것이 당연해요. 금액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죠. 단, 후회는 없어야 하겠죠. 다른 사람과의 비교도 금물. 결국 일을 못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작가님은 처음에 작품과 창작 활동에 대한 금전적인 가치를 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정하셨어요?
사실 프로젝트 금액을 책정하는 건 지금도 어려워요. 처음에는 작업 일수로 계산했어요. 이때 두 가지 기준이 있었는데 하나는 나중에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고, 또 다른 기준은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 물건 정도는 사고 싶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저만의 기준을 두고서 일을 해왔고, 꾸준히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업계와 시장의 사정을 알 수 있겠더라고요. 무엇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10년 가까이 일했지만, 시장은 그 시간의 가치를 모두 측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보다는 당장 오늘, 이번 달, 이번 시즌에 얼마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죠.
결국 시장에서 창작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준히 폼(form)을 유지하고, 클라이언트 프로젝트 정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3~40%는 거절하거나 일정상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시장이라는 건 결국 이제 막 시작하는 크리에이터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이잖아요. 제 몫이 다른 창작자들에게 분배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 저에게 돌아오는 기회와 선택지도 그만큼 많아지니까요.
앞으로 어떤 창작자가 되고 싶으세요?
지금처럼 꾸준히 일을 이어나갈 수 있으면 가장 좋고요. 지금보다는 더 긴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PLUS LIST
오요우 일러스트레이터가 좋아하는 그래픽 노블 작가 3
- 크리스 웨어
오요우 작가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그래픽 소설가이자 만화가인 크리스 웨어(Chris Ware)와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특히 크리스 웨어의 작품 <지미코리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을 추천한다. 현대 미국 사회의 고독과 가족 간 소통의 부재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지미가 어릴 때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만나는 이야기는 정체성에 대한 탐구와 가족의 역사에 대한 탐색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오요우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고 말한다.
- 블랙스볼렉스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블랙스볼렉스(Blexbolex)의 작품은 오요우 작가의 그림처럼 글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특히 페이지마다 한 단어와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점이 비슷하다. 더욱이 독자의 상상력과 해석의 여지를 두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오요우 작가의 작품과 그 결이 닮았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하는 이미지도 눈길을 끈다. 오요우 작가가 개인 책 작업을 리소그래피로 만들기 때문이다. 블랙스볼렉스 그리고 오요우의 작품은 모두 직관적이면서도 시적인 느낌을 준다.
- 폴 콕스
마지막으로 그가 소개한 작가는 폴 콕스(Paul Cox)다.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작가로 그의 말에 따르면 유독 일본 현지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폴 콕스는 2017년 브랜드 구호(KUHO)의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한 전시 <Miscellanea>를 선보인 바 있다. 클라이언트 작업과 개인 작품 사이의 위계를 없애고 한 공간 안에서 보여줬다. 그래픽 노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뿐만 아니라 연극 및 오페라 무대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시각 예술 분야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개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기업을 위한 키 비주얼(Key Visual) 작업에 임할 때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TIPPING POINT
오요우 일러스트레이터는 현실 감각이 뛰어나다. ‘내가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행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가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다. 이야기를 품은 독자적인 작품 스타일도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매너리즘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도 한몫한다. 새로운 창의적인 시도로 접근하는 개인 작업과 유연한 태도로 임하는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의 비중을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임하는 모습은 과연 롱런(long run)하는 베테랑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