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잡지 〈미로〉 창간
근작 소개나 건축 비평 중심인 기존 건축 매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창간호 주제는 ‘참조와 인용’이다.
반갑고 놀라운 잡지다. 근작 소개나 건축 비평 중심인 기존 건축 매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매호 선정한 주제에 집중하는 텍스트 중심의 건축 잡지 〈미로〉에 관한 얘기다. 건축의 층위가 다양한 만큼 필자의 폭도 넓다. 건축가, 기획자, 비평가, 큐레이터, 역사학자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현대건축의 담론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데 목표를 둔다. 제호에도 다층적 의미가 있다. 해법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한국 건축이 처한 상황을 은유하는 한편 독자들이 예상치 못한 길을 찾길 바란다는 편집 지향점을 담았다. 또한 미로는 그 자체로 분명한 의도가 있는 구조물이기도 하다. 〈미로〉가 다루는 건물 역시 건축가의 설계 의도가 분명히 담긴 디자인이다. 창간호 주제는 ‘참조와 인용’이다. 음악, 영화, 문학, 공연 등 여러 창작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 현대 문화에 대한 참조와 인용이 건축계에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전문가들의 각기 다른 시각과 입장을 통해 되짚어본다. 2, 3, 4호는 각각 ‘일본’, ‘OMA’, ‘나무’를 주제로 이어질 예정이다.
“〈미로〉는 출구를 찾는 효율적인 최단 경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는 과정에서 생길지도 모르는 부산물에 더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온전한 건축의 신기루가 아니라 건축이란 이름 아래에서 벌어진 일들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신화 속 근원적 건축가가 아니라 미로라는 세계 속 산물을 제호로 삼은 것도 같은 이유다.”
박정현
〈미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