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디자인 바람이 불다
두바이 디자인 위크 2024
중동ㆍ북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인 두바이 디자인 위크가 11월 5일부터 6일 동안 두바이 디자인 지구인 d3Dubai Design District에서 진행되었다. 무역 박람회인 다운타운 디자인, 콜렉터블 디자인, 디자인 전시회와 건축 설치물, 팝업 스토어, 토크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찾아왔다.
중동ㆍ북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인 두바이 디자인 위크가 11월 5일부터 6일 동안 두바이 디자인 지구인 d3Dubai Design District에서 진행되었다. 10주년을 맞이한 행사는 홈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 분야의 무역 박람회인 다운타운 디자인(Downtown Design), 올해 첫 선을 보인 콜렉터블 디자인 앤 아트 쇼 에디션즈 아트 앤 디자인(Editions Art & Design), 세계 곳곳의 디자인 커뮤니티를 잇는 전시회와 건축 설치물, 팝업 스토어, 토크 프로그램 등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두바이는 디자인에 진심이다?
현대적인 건물에 세련된 옷차림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d3는 지역 최초의 디자인 클러스터다. 글로벌 기업의 중동 지사, 독립 디자이너의 스튜디오와 패션 브랜드 쇼룸같이 오직 창의 산업 관련 콘텐츠만 입주 가능하다. 두바이는 이처럼 산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문화 및 창의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가 발표한 작년 그린필드 FDI(Foreign Direct Investment)의 유치 수준은 전 세계 1위로, 그린필드 투자란 모회사가 해외에서 처음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유형의 외국인 직접 투자를 뜻하며, 여기에 창의 산업 클러스터도 포함된다. 또한 두바이는 2018년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UNESCO City of Design)로 선정되었는데,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 예술 공간의 신속한 개발뿐만 아니라 두바이 디자인 위크의 주요 파트너인 d3 역시 디자인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었다.
중동의 신진 디자이너를 만나는 기회
하얀색 텐트 안에 마련된 다운타운 디자인에서는 특히 신진 디자이너를 양성하고자 하는 주최 측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랍에미리트의 문화 인큐베이터 ‘타슈킬(Tashkeel)’과 국적을 불문하고 아랍에미리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UAE 디자이너 전시 5.0(UAE Designer Exhibition 5.0)’이 대표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두바이 디자인 위크의 프로그래밍 디렉터 나타샤 카렐라(Natasha Carella)는 “비록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합류한 지 2년 차이지만, 행사는 지난 10년간 큰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지역성과 국제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무대에서 젊은 세대를 육성하고, 한국을 포함한 디자인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박람회장의 한 가운데 자리한 두바이 디자인 5.0은 30여 명의 역량 있는 디자이너를 소개하며 첫날부터 현지 언론, 바이어 등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서로 다른 출신 국가, 지역 환경, 전통과 문화를 토대로 이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점이 주된 특징이었다. 그중에서도, 레바논의 디자인 듀오 카림+엘리아스(Karim+Elias)가 고안한 커피 테이블 ‘데저트 드롭스(Desert Drops)’는 모래와 유리를 활용해 자연의 유기적인 움직임의 순간을 포착했다. 엘리아스는 “모래는 아랍에서 가장 풍부한 천연 소재입니다. 지역의 역사, 문화, 정체성을 진정 정의할 수 있는 무언가를 기념해 보고자 고민했어요. 그렇게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의 사람들과 친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특별한 내러티브를 완성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란에서 온 나즈골 바바에이(Nazgol Babaei)는 사하라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사막 바람의 이름을 따 ‘시로코(Sirocco)’라고 명명한 조명을 공개했다. 그녀는 “제품의 소재, 질감, 패턴은 모두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곡선적인 구조는 어떠한 환경에서든 매끄러운 흐름과 조화를 상징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단의 하딜 수바히(Hadeel Subahi)는 건축과 산업 디자인 요소를 결합한 조명 ‘하두(Hadu)’를 발표했다. 전통문화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아랍 유목민인 베두인의 직조 기술을 의미하는 사두(Sadu)를 모티프로 삼은 제품은 현대적이면서도 동시에 지역인들의 미묘한 향수를 자극했다. 서크 스튜디오(Circ Studio)를 이끄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디자이너 사라 보르크(Sara Bokr)는 실험적인 신발장 ‘타비 랙(Tabi Rack)’을 설명하며, “세 개의 다리로 지지되는 원통형 조각에 일본의 전통적인 버선인 타비의 실루엣을 연상시키고자 슬릿을 만들었다”라며, 어딘가 미완성된듯한 페인트칠 역시 의도한 것으로, 반항정신이 반영된 새로운 미학을 전개했다.
이집트의 산업 디자이너 아야 무그(Aya Moug)가 만든 ‘무이 컬렉션(Mooy Collection)’은 ‘물결’을 나타내는 이집트 상형 문자에 착안한 가구로 고대 상징주의와 럭셔리한 콘템포러리 디자인을 결합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녀는 지속 가능성과 소재 혁신에 전념하는 선도적인 스튜디오인 비블로스(Byblos)를 운영하며, 과거 나일강 유역에 번성했던, 현재는 멸종 위기에 처한 파피루스 식물을 다재다능한 식물 기반의 생체 재료로 탈바꿈시켰다. 바이오 소재, 비블로스로 제작한 가구는 대리석이나 목재 같은 전통적인 소재와는 차별화된 심미성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과거와 현재가 아름답게 융합되면서 사회적,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가 디자인하기 좋은 곳인 이유는 한 단어로 ‘다양성’입니다. 여러 국적과 배경을 지닌 이들이 모여 있기에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오마르 알 구르그
마지막으로, 3년 전 동일 전시에 참가해 주목받게 되면서 이번 UAE 디자이너 전시 5.0의 큐레이팅을 맡은 오마르 알 구르그(Omar Al Gurg)도 두바이 디자인 신에서 빼놓을 수 없다.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연출한 스튜디오에서는 그가 최근 론칭한 가구 브랜드 ‘모두 메서드(Modu Method)’의 제품을 직접 경험해 보기 좋았다. 그곳에서 만난 오마르는 “브랜드명 ‘모두’는 모듈러의 줄임말로, 다양성의 본질을 구현하며 삶의 흐름에 따라 매끄럽게 적응하고 진화하는 제품을 추구합니다. 일상 속 사물의 아름다움을 수집, 공유하며 예술적인 삶에 몰입해 보기를 바랍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올해의 전시에 대한 질문에, “작품의 실험정신에 포커싱해 형태, 소재, 색상 등에 있어 도전적인 디자인을 우선시했습니다. 그렇게 심미성과 기능성의 균형은 물론이고 감정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을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