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로 구현한 미니멀리즘 디자인
패션 디자이너가 본 폴스타4
폴스타4는 기성 재활용 소재가 아닌, 폴스타에서 자체 개발한 테일러드 니트tailored knit, 기존 PVC보다 탄소 배출량이 70% 낮은 마이크로테크microtech 등을 내장재로 활용했다.
폴스타의 디자인은 소재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소재를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폴스타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시각 언어를 넘어 지속 가능성과 깊이 관계한다. 불필요한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기능적 요소만 남김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래코드의 박선주 디자이너와 폴스타4의 소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차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물건을 고를 때 목적에 충실한 편이다. 차도 마찬가지다. 현재 용도에 맞게 세 가지 차를 운용하고 있다. 한 대는 출퇴근을 위한 시내 단거리용, 다른 한 대는 캠핑 및 여행용, 마지막 한 대는 제주도에 두고 가볍게 이동하기 위한 용도다. 또 다른 기준은 차의 수명인데, 교체 주기가 짧은 제품은 선호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나름의 방식으로 최소 20년 이상 탈 수 있는 차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 소유한 차 모두 1990년대 모델로 셋의 나이를 합치면 아흔을 바라보는 연식이다.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인 전기차로 전환할 생각도 있나?
물론이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인 래코드에 몸담은 지도 어언 10년이 지났고,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부터 일상의 모든 측면에서 환경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친환경 차에 대한 관심이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도심이 아닌 지역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경우는 무조건 전기차를 렌트한다. 탄소 배출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생각에서다.
평소 폴스타에 대한 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타사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띈 지점은 단연 디자인이다. 단정하고 견고한 외관은 물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완성도 높은 미감을 구현한 내부 디자인이 특히 돋보였다. 소재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이윤과 가치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인간에 대한 존중이 큰 국가의 자동차 브랜드인 만큼 타협하지 않는 태도가 디자인으로 드러나는 점이 흥미로웠다.
폴스타4에 사용한 친환경 소재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패션 산업에서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소재나 환경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소재를 연구·개발해 디자인 및 생산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접근은 유사하지만, 소재가 적용되는 물리적 범위가 훨씬 넓고 소량 생산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폴스타4는 기성 재활용 소재가 아닌, 폴스타에서 자체 개발한 테일러드 니트tailored knit, 기존 PVC보다 탄소 배출량이 70% 낮은 마이크로테크microtech 등을 내장재로 활용했다. 특히 100% 재활용 페트병 원료의 단사로 만든 테일러드 니트는 맞춤 제작 방식을 통해 생산 과정에서의 폐기물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니팅 방식의 직조법은 스포츠 브랜드에서 널리 사용하는 방법인데 자동차 시트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친환경 소재는 그 의미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폴스타4의 소재는 내구성이 높으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준다. 미니멀한 외관과 충돌하지 않는 선까지 소재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점이 바로 한 끗 차이를 만드는 폴스타4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소재의 장점을 살린 디테일도 주목할 만하다.
폴스타4의 도어 패널에 테일러드 니트를 적용하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목적에 딱 맞는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자부심이나 애티튜드가 있듯, 차를 탈 때도 저마다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특정한 요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폴스타4는 감각적인 부분에 다분히 집중한 차로 느껴진다. 딱딱한 나무나 금속 패널 대신 부드럽고 투과성이 있는 직물 패널을 사용해 그 사이로 은은한 빛이 스며들며 행성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미니멀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주간 주행 시 운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야간에는 마치 우주선 안에 있는 듯한 신비롭고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렇듯 소재와 디자인이 만나는 지점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차다.
소재 디자이너로서 폴스타4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느낀 부분은?
강약 조절이 명확하다는 점. 지속 가능한 소재의 연구와 접목은 당면한 시대의 과제이기에 더 이상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폴스타4에는 강하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약하지만 소리 없이 매력을 발산하는 부분이 공존한다. 가령 폴스타의 시그너처 컬러인 스웨디시 골드색 안전벨트나 100%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내장재 등은 강력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차 안에서 비로소 경험하게 되는 편안한 승차감과 촉각적 안정감은 새로운 시도와 혁신을 뒷받침하며 폴스타4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폴스타4는 지금 여기 발 딛고 서 있다는 현실감을 주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도록 이끄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패션과 자동차 산업은 지속 가능성 이슈와 가장 긴밀한 산업군이기도 하다. 폴스타4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폴스타4의 다양한 시도는 디자인, IT,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미래는 바로 눈앞의 현재이기에 가장 미래적인 것이 곧 현재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폴스타4를 계획한 디자이너와 관계자들이 막연히 먼 미래를 상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안전하고 환경을 배려하는 차를 만든 것이 아닐까. 그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 폴스타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아이폰이나 맥북처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차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