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어떻게 복원되었을까?
화재 후 5년 만에 재개관한 파리의 랜드마크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문이 다시 열렸다. 프랑스 최고의 장인들이 참여한 복원 작업과 달라진 관람 동선 및 주변 풍경 등을 소개한다.
2019년 4월 15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그 후 5년 만인 2024년 12월 8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문이 대중에게 다시 열렸다. 1200년대에 고딕 양식으로 세워진 노트르담 대성당은 800년 이상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했다. ‘노틀담의 꼽추’로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으로, 1831년에 발표된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의 배경이 되는 곳도 이 노트르담 대성당. 매년 1,30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인 동시에 미사가 봉헌되는 천주교 신자의 성소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복원 작업은 단순한 재건이 아닌 역사의 상징적 건축물을 미래에 전달하기 위한 예술과 기술이 집약된 프로젝트였다.
프랑스 최고 장인들이 참여한 복원 작업
대성당 화재로 인해 소실된 13세기 지어진 목조지붕 틀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구조물 중 하나였다. 이 목조 틀은 목수, 임업 전문가, 건축가, 연구자들이 협업해 전통 기술과 현대 기술을 융합하며 복원을 진행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 19세기, 건축가 비올레 르 뒥(Viollet-le-Duc)이 설계한 96m 높이의 고딕 첨탑은 원형 그대로 재건되었며, 손상된 두 개의 종을 복원하고 청소하는 작업은 프랑스의 마지막 종 제작자로 알려진 노르망디 지역 코르닐 아바르(Cornille-Havard) 주조소가 담당했다. 코르닐 아바르 주조소는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을 기념하는 ‘승리의 종(Victory Bell)’ 제작한 바 있는데, 이 승리의 종은 새롭게 제작된 두 개의 종과 함께 대성당 오르간 근처 갤러리에 설치될 예정이다.
내부 복원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프랑스 최고 장인들이 참여해 중세의 유산이 현대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새로운 제단은 프랑스 디자이너 기욤 바르데(Guillaume Bardet)가 제작한 청동 작품. 세례대와 강대상 등 주요 성가구와 화병, 전례용품까지 기욤 바르데가 디자인해 통일된 미감을 구현했다. 새롭게 제작된 높이 12m의 계단은 베르사유 궁전과 몽생미셸 복원 작업에 참여한 노르망디 지역 오베르라방사(Aubert-Labansat) 장인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비대칭 원뿔 형태로 설계된 이 계단은 프랑스 장인들이 역사 유산 복원에서 보이는 뛰어난 기술력을 잘 드러낸다. 대성당에 놓인 1,500개의 나무 의자는 프랑스 디자이너 요나 보트린(Ionna Vautrine)이 프랑스 랑드 지역 가족 경영 기업과 함께 제작했는데, 프랑스 솔로뉴산 참나무 100%를 사용했다.
대성당의 예배당을 장식할 7개의 새로운 태피스트리는 프랑스 국립 제조 공방(Manufactures Nationales)이 맡는다. 이 작업은 2025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그전까지는 미켈 바르셀로(Miquel Barceló), 마이클 아미티지(Michael Armitage)와 같은 현대 예술가가 제작한 20세기의 태피스트리가 전시된다. 한편, 새롭게 디자인된 전례복은 프랑스 디자이너 장샤를 드 카스텔바작(Jean-Charles de Castelbajac)이 프랑스 예술 공방과 협업해 완성했다. 환경을 위한 변화도 돋보인다. 재개관을 맞아 도입한 100% 생분해성 봉헌초는 성지순례지인 프랑스 리페레 지역 루르드의 양초 제조소(Ciergerie de Lourdes)에서 제작했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도 현대적으로 새롭게 제작된다. 남쪽 예배당을 장식할 6개의 창문은 국제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현대 예술가의 작업으로, 고딕 건축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모습을 담아낼 예정이다. 기존 스테인드글라스는 복원 후 오텔 디외(Hôtel-Dieu) 건물에 새로 문을 여는 박물관으로 이전되어, 복원의 과정을 소개하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달라지는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 풍경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도 달라질 전망이다. 파리시 주도로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 공공 공간 재설계 국제 공모전에서 당선된 벨기에 조경 건축가 바스 스멧(Bas Smets)의 지휘 아래 3년간 이어질 예정이다. 대성당 전면 광장은 숲처럼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되는데, 성당 내부 크기와 유사한 석회암 슬래브가 덮이며 광장 양옆에는 나무 150그루를 심어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대기할 수 있도록 한다.
광장 아래 화재로 폐쇄되었던 지하 주차장은 3,000㎡ 규모의 현대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점, 카페, 화장실, 센 강으로 연결되는 통로 등 다양한 시설이 포함되며, 여기에는 파리의 전통적인 통로인 ‘파사주(Passage)’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적용될 예정이다. 연간 1,200~1,5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곳은 파리의 새로운 경험의 장소가 될 것이다.
새로운 관람 동선과 재개관 기념행사
한편, 복원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방문 동선 또한 새롭게 설계되었다. ‘최후의 심판’ 문으로 입장해 북쪽에서 남쪽 센 강으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은 대성당의 주요 상징과 예술적 요소를 중심으로 관람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동선은 특히 성가대석을 둘러싼 벽에 집중하도록 짜였는데, 북쪽에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남쪽에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묘사한 정교한 조각을 볼 수 있다.
지난 12월 7일 세계에서 온 각국 정상들과 신도들, 관람객들과 함께 성대한 공식 기념행사로 재개관을 알린 노트르담 대성당은 12월 8일 첫 공개 미시를 시작으로 재개관 주관인 12월 15일까지 매일 특별한 주제별 예식이 열렸다. 이어 12월 17~18일에는 성모 마리아 송가 콘서트가 진행되며, 노트르담 대성당 성가대 또한 매주 특별한 콘서트를 선보인다. 다니엘 로스, 이신영, 장 윌리 쿤츠, 다비드 카상, 베로니크 르갱 등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들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노트르담 대성당 성가대 콘서트는 2024년 12월부터 시작해 총 50여 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니 참고할 것. 방문 시 현장에서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대성당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한 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