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대축제

제11회 아시아 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

2024년 11월 30일부터 2025년 4월 27일까지 제11회 아시아 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가 열린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행사 기간 내 각종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어서 기대를 모은다.

퀸즐랜드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대축제

2024년 11월 30일, 제11회 아시아 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Asia Pacific Triennial of Contemporary Art, 이하 APT11)가 개막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어렵게 진행된 지난 행사와는 달리, 30 개 국가에서 70여 명의 작가와 그룹이 참여하여 5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APT11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트리엔날레 기간 내내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참고로 한국 작가로는 조각가 정서영이 참가한다. APT가 진행되는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현대미술 갤러리(Queensland Art Gallery/Gallery of Modern Art, 이하 QAGOMA)가 두 개의 건물로 나누어져 있는 만큼 갤러리의 특징적인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커미션 작품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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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1th Asia Pacific Triennial of Contemporary Art

이번 APT11의 총괄 큐레이터는 QAGOMA의 아시아 미술부 큐레이터인 타룬 나게시(Tarun Nagesh)가 맡았다. APT10에서도 총괄 큐레이터였던 그는 지난 3년간 QAGOMA 기획팀과 지역 커뮤니티 그리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연구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예술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예술가들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APT11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동티모르, 우즈베키스탄의 예술가들을 처음으로 소개함으로써 지역 예술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한층 더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전시 주제가 없는 이유?

지난 모든 APT와 마찬가지로 나게시 또한 이번 APT11에서도 하나의 주제를 의도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전시 테마를 지리적으로 구분하거나 정치적 과제로 정의하지 않는 이러한 접근법이 예술가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각각의 작품이 특정한 주제에 얽매이지 않는 만큼 전시를 구성하는 아이디어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 하지만 전시를 관통하는 지배적인 테마가 없더라도 몇 가지 공통적인 관심사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자연 및 도시 환경에 대한 문제, 이주 및 노동과 관련한 세대 간 경험 등 심오한 주제를 다룬다. 특히 이동이 잦은 예술가들의 생활과 다문화 사회인 호주의 특수성을 생각해 보면 APT11은 이주에 얽힌 각기 다른 이야기를 통해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원주민과 소수자 및 디아스포라 문화를 존중하는 APT11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든 공동체 중심의 예술 창작 또한 다수 감상할 수 있다.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참여로 재료 및 기법에 있어서도 섬세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이들의 작업은 자수, 직물, 위빙 등 전통적으로 여성의 가사 노동으로 여겨졌으나 현대에 이르러 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한 수공예 작업에서부터 과학적 지식과 첨단 기술이 반영된 작업까지 아우른다.

아시아 국가들의 토착 예술을 비롯하여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기만 한 지명과 언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 모두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예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APT11은 호주 전역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예술을 모아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매력적인 작품을 통해 공유한다. 그러나 그 방대한 규모로 인해 500여 점에 가까운 작품을 모두 감상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관계로 타룬 나게시가 추천하는 하이라이트 작품을 몇 점 소개하고자 한다.

타룬 나게시가 추천하는 하이라이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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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us Yuriyal, Kuman Kura

브리즈번 예술가 유리알 에릭 브릿지맨(Yuriyal Eric Bridgeman)이 이끄는 하우스 유리알(Haus Yuriyal)의 다채로운 작품이 QAG의 조각 정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에서 활동하는 28명의 예술가로 구성된 이 그룹은 ‘빌룸(bilum)’ 이라는 파푸아뉴기니의 전통 직조 기술을 활용하여 전투 방패 그림, 양치식물 조각, 자수 등 혁신적이고도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전통적으로 빌룸은 음식이나 장작 등을 운반하는 데에 사용되었고 아기 띠, 가방 등 실생활에서도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빌룸 공예에 대한 지식과 지혜는 어머니에게서 딸로 대대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패션 분야의 디자인 상품으로서 상업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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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tt Graham, Tai Moana Tai Tangata

뉴질랜드 조각가 브렛 그레이엄(Brett Graham)의 기념비적인 설치 작품 <Tai Moana Tai Tangata>는 GOMA의 상징적인 공간인 ‘롱 갤러리(Long Gallery)’를 전체를 가득 채운다. 그레이엄의 거대한 작품은 뉴질랜드 북섬 서부의 지방자치지역인 타라나키(Taranaki)와 마오리 부족 중 하나인 타이누이(Tainui) 간의 관계와 뉴질랜드 전쟁 중에 그들이 맺은 연대의 약속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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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ik Kollektive, Tul-an sang aton kamal-aman

필리핀 중부 일로일로(Iloilo) 주에서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 그룹 키킥 컬렉티브(Kikik Kollektive)는 <우리 선조들의 뼈(Tul-an sang aton kamal-aman)>라는 대형 벽화를 선보인다. 이 벽화에는 일로일로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해 온 이야기에 담긴 지역 인물, 공동체의 전통, 고대 경작 관행, 영적 신념의 이미지와 함께 달과 관련된 구불구불한 뱀 신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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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a Awartani, Standing by the ru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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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a Awartani, Standing by the ruins

집단 기억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회복력을 믿는 작가, 다나 아와르타니(Dana Awartani)는 전쟁으로 파괴된 문화를 치유하기 위한 작품을 제작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Standing by the Ruins>은 중동 전역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에 대응하는 한 예술가의 노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와르타니는 원주민 건축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 지역에서 구한 아도비(adobe) 점토로 벽돌을 만든 후 의도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조물에 균열이 생기도록 했다. 이슬람 기하학과 공예 기법에 대한 작가의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바닥에 타일처럼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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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Jai Inn, Planes (Elect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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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n Ng, Afterfall VIII

타룬 나게시는 APT11을 통해 현대미술이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과 함께 앞으로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오래된 문화와 관행을 현시대에 맞게 재현하기 위해 나게시는 예술과 삶을 형성하는 깊은 역사, 현재의 위기, 문화적 교류 등에 초점을 두었다.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예술의 다양성과 깊이가 한층 더 확장된 이번 APT11은 2025년 4월 27일까지 진행되며 아티스트 토크, 라이브 공연, 큐레이션 영화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프로젝트와 지속적인 커뮤니티 참여 활동은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풍성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미술 시리즈 출판물과 새롭게 진행되는 디지털 에세이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문화 중심지로서 퀸즐랜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주고 국제적인 예술 기관으로서 QAGOMA의 역할을 강조해 온 APT. 특히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을 앞두고 있기에 이번 APT11을 통해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뛰어난 예술과 문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Information

제11회 아시아 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
Asia Pacific Triennial of Contemporary Art
기간 2024.11.30 – 2025.04.27
장소 퀸즐랜드 미술관 Queensland Art Gallery, 현대 미술관(QAGOMA), 어린이 미술 센터Children’s Art Centre 이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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