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에 인물 검색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사진의 출처가 궁금했던 적이 있다.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예술가들의 초상사진도 마찬가지다. 인물의 개성을 드러내며 심미적으로도 뛰어난 초상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로울 전시가 뮤지엄한미 삼청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시대의 아이콘: 아놀드 뉴먼과 매거진, 1938-2000〉은 ‘환경 초상’을 개척하며 20세기 주요 인물들을 렌즈로 담아낸 미국 출신의 사진가 아놀드 뉴먼(Arnold Newman)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아놀드 뉴먼이 고안한 ‘환경 초상’은 인물의 정체성과 업적을 반영하는 환경 속에 인물을 배치하는 연출 방식으로, 파블로 피카소부터 존 F. 케네디까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예술가, 작곡가, 배우, 정치인들의 강렬한 초상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2023년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Art Gallery of Ontario, 이하 ‘AGO’)에서 열린 〈Building Icons: Arnold Newman’s Magazine World, 1938-2000〉의 해외 순회전으로, 뮤지엄한미와 AGO가 공동 기획, 뮤지엄한미가 재구성했다. 아놀드 뉴먼의 초기 실험작부터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의 첫 개인전, 그리고 그의 커리어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잡지 의뢰작까지, 60여 년에 걸친 아놀드 뉴먼의 작업 세계를 Early Work, 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 Exhibition, Magazine Corporate Commissions & the 1950s, Creative Vision, Focus on the Story 그리고 Igor Stravinsky: Icon and Story, 총 여섯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조명한다. 이를 통해 아놀드 뉴먼의 시각적 감각과 끊임없는 실험 정신, 최고의 한 컷을 만들기 위한 과정 등 사진 너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아놀드 뉴먼의 초상사진을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

인물에 특화된 환경을 만들다

​‘통합 초상’ 또는 ‘환경 초상’이라고 불리는 아놀드 뉴먼의 작업 방식은 인물의 직업이나 특성이 드러나도록 환경을 세심하게 연출하고 그 속에 인물을 위치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인물의 생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진이 실릴 잡지에 대한 이해와 인물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화면의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계획한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아놀드 뉴먼은 1945년 〈라이프〉의 의뢰로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을 촬영했는데, 그의 서재를 배경으로 삼아 직업과 지성을 강조했다. 또한 프레임 왼편에 유진 오닐의 수집품 중 하나이자 그의 1920년대 희곡을 떠올리게 하는 드럼을 배치해 그의 전문성을 표현했다. 이러한 아놀드 뉴먼의 작품은 초상사진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며 많은 후대 사진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초상사진은 한 사람의 일대기다. (중략) 허구나 이상화된 이미지가 아닌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
오늘날의 잡지 속 중요한 시각적 사실들이 후대의 역사 교과서가 된다.

_ 아놀드 뉴먼

한편,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는 아놀드 뉴먼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당대 잡지들의 영향력을 주의 깊게 다룬다. 〈하퍼스 바자〉, 〈라이프〉, 〈홀리데이〉, 〈포춘〉, 〈타운&컨트리〉와 같은 매체들은 아놀드 뉴먼에게 영감을 주었을 뿐 아니라, 그에게 시각적 훈련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매체들과 아놀드 뉴먼 간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추적하며, 이들이 그의 작업 세계를 완성하고 명성을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아놀드 뉴먼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이번 전시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초상사진은 1946년 〈하퍼스 바자〉의 의뢰로 시작된 인연의 산물이다. 비록 그 사진이 결국 〈하퍼스 바자〉에 게재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내 사진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복제된 사진은 1946년에 촬영한 스트라빈스키의 초상사진이다. 이 사진은 브로도비치가 의뢰한 일이었으나,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하기는 했다. “이 사진은 작게 사용하기에는 너무 훌륭한 사진이다.”

_ 아놀드 뉴먼

전시에서는 1938년부터 2000년 사이에 촬영된 200여 점의 사진 작품이 소개된다. 아놀드 뉴먼이라는 사진가의 예술적 훈련 과정과 창의적 관심사,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의 초상사진이 포함된다. 조지아 오키프와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등을 포함한 유명한 예술가뿐만 아니라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 존 F. 케네디, 글렌 굴드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 아놀드 뉴먼의 초상사진을 통해 다양한 예술가를 만나보자. 〈시대의 아이콘: 아놀드 뉴먼과 매거진, 1938-2000〉은 2025년 3월 23일까지 뮤지엄한미 삼청본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