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뻗어 움켜쥔 디자인의 미래,〈디자이너스 런웨이〉전
지난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 디자인하우스 모이소 갤러리에서는 포니정 디자인 아카데미 3기 전시인 〈디자이너스 런웨이〉가 열렸다.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 자동차 ‘포니’를 개발한 고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말이다. 그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설립한 포니정재단은 국내 최초의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포마FOMA와 미래 디자인 인재를 육성하는 포니정 디자인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지난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 디자인하우스 모이소 갤러리에서는 포니정 디자인 아카데미 3기 전시인 〈디자이너스 런웨이〉가 열렸다. 전시장에선 포니정 디자인 아카데미의 커리큘럼과 함께 아카데미를 수료한 미래의 디자이너 9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메인 전시실인 모이소 A홀을 가로질러 길게 뻗은 하얀색 단을 ‘런웨이’로 상정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디자인 언어를 갈고닦아 독자적인 창작의 여정을 이어가는 학생 디자이너의 출발점이자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활주로라는 의미가 담겼다.
결과물 또한 흥미로웠다. 운영 기관을 떠올리면 으레 자동차 렌더링이나 목업부터 연상되는데 포니정 디자인 아카데미의 결과물은 사뭇 달랐다. 종이를 자르고 찢고 접고 구부려 만든 조형물부터 점토를 직접 만지고 다듬고 가마에 구워 완성한 흙 조형, 풍뎅이 곤충 표본을 관찰한 뒤 철사를 사용해 그 형태를 입체화한 필로 모델 등 수작업으로 완성한 작품들로 공간을 채운 것이다.
이는 포니정 디자인 아카데미의 교육 이념과 일맥상통한다. 포니정 디자인 아카데미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세상이 다변화되어도 창작의 본질인 손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소전시실인 모이소 B홀에는 이러한 생각이 응집되어 나타났다. 이리저리 흩어진 드로잉 습작 너머로 3점의 금속 작품을 배치했는데 이는 아카데미 수료생 9명이 3인 1조를 이뤄 만든 것이다.
3팀은 20세기에 활동하던 독일 사진가 카를 블로스펠트Karl Blossfeldt가 자연을 관찰해 촬영한 사진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조형물을 완성했다. 이는 AI를 중심으로 첨단 기술이 발전하는 오늘날에도 자연과 물성의 본질이 여전히 인간의 창의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