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오브제 파리 2025

주제는 ‘초현실주의(Sur/Reality)’.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꿈 같은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메종&오브제 파리 2025

상상력이 곤궁해진 디자이너들은 올해 메종&오브제를 주목해도 좋다.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파리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판타지와 유머가 넘실거릴 전망이다. 주제는 ‘초현실주의(Sur/Reality)’. 왜곡이나 무작위성에서 비롯된 디자인에 시적인 요소를 가미한,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1994년부터 전시를 주관해온 사피SAFI는 방문객들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꿈 같은 세계를 만끽하기를 의도했다. 나아가 독창적이고 기이하며 비현실적인 디자인에 어떤 생명력이 있는지 짚어보고자 했다. 사피는 이번 전시가 결과물 자체보다는 창작 과정을 염두에 두고 관람할 때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는 귀띔도 했다. 올해의 디자이너로는 초현실주의 디자인의 선구자인 페이 투굿Faye Toogood이 선정됐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디자인과 패션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세계 무대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아이들에게 퍼즐 조각을 주고 스스로 맞춰보도록 해라. 창의성은 인간의 본질이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미래에 누가 될 수 있는지 결정한다”라며 마음의 힘을 강조한 페이 투굿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창의성과 기발함을 응축한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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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페이 투굿. 사진 Federico Ciam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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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투굿이 디자인한 러그와 블랭킷. 그의 모든 작업은 가장 기본적인 선과 형태에서 시작된다. 사진 Genevieve Lutkin

라이징 탤런트 어워드

메종&오브제의 목적은 단순히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전시회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네트워킹을 활성화해 디자이너와 기업의 성장을 돕는 일까지 도모한다. 이런 맥락에서 라이징 탤런트 어워드는 메종&오브제의 핵심 축이다. 매해 한 국가를 선정해 35세 이하, 스튜디오 설립 5년 이내의 신예 디자이너들을 선발하는데 올해는 나침반을 한국으로 돌려 더욱 눈길을 끈다.

“그림보다는 3차원적 작품을 선호했다. 조각과 섬유 예술을 공부하는 동안에도 3D 작품을 만들고 싶은 강한 열망이 있었다. 2017년 지역 공예를 홍보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고향인 제주에서 전해져오는 신비로운 국가문화유산 ‘말총’ 소재에 주목하게 되었다. 단순한 기법으로 다양한 3차원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다. 나는 무언가의 크기가 커지면 활기가 넘친다. 재료를 엮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며 다양한 측면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내 작품은 내가 다양한 면모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영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다혜

“우리 둘은 홍익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그보다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며 시야를 넓혀왔다. 전자 제품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산업 디자인 에이전시, 예술적 접근을 추구하는 스튜디오, 리빙 제품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스튜디오까지, 여러 환경에서 폭넓은 철학과 방법론을 접하며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를 다각적으로 형성해왔다. 이러한 경험은 제품과 공간을 탐구하고자 하는 우리의 관심을 더욱 확고히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기존의 관념과 방식을 새롭게 바라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과물의 폭넓은 가능성을 탐구한다.”

구오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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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도시 서울에 살면서 주변 재료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현장 감독으로 일하면서 볼트를 천장 지지대로 사용하는 것을 관찰했고, 가구 디자인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우리의 목표는 산업용 재료를 조각적인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볼트와 너트의 단순한 조립을 창의적 과정으로 발현해 구조적 미학의 균형을 달성하는 데 집중했다. 2021년 첫 볼트 시리즈를 출시한 뒤 지속적으로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나이스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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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몰드 제작과 유리섬유 레이어링이 복잡하고 답답해서 기존과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구조물에 재료를 채우고 레진을 사용해 레이어를 쌓아 올렸다. 이를 통해 큰 작업 공간이나 목공 작업실 없이도 대량의 물체를 만들 수 있었다. 재봉틀로 큰 의자를 만든 다음 지붕으로 가져가 레진을 바르는 일도 가능했다. 이런 방식으로 더 큰 구조물을 만들었고, 불투명도를 조절하며 다양한 표현을 시도했다.”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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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쓰레기 더미에서 방대한 양의 종이를 발견했다. 너무나 익숙해서 눈에 띄지 않고, 버려지는 것조차 인식되지 않는 종이가 안타까웠다. 종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더욱 강하고 아름다우며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나는 지금도 어떠한 편견 없이 종이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이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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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강과 산에 둘러싸인 곳에서 돌을 수집하며 그 독특함에 매료되었다. 그 돌들은 산업 시스템의 표준과는 대조적이었다. 가공된 돌보다 자연석이 더 아름다웠다. 자연의 물리적 특성을 보존하는 것이 가구의 크기나 형태를 결정짓는 일이 된다는 걸 받아들였다. 이러한 디자인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기능 너머의 감정적 소통을 제공한다. 나에게는 순수한 사색과 미적인 경험까지도 디자인의 연장선이다.”

이시산

“소잉 드로잉 작업은 스케치북에서 시작한다. 손으로 간단한 스케치를 한 다음 재봉틀로 마무리한다. 가구와 오브제 작업은 그 반대다. 재봉틀을 사용해 기본 요소를 만든 다음 이를 결합해 손바느질로 형태를 구현한다. 섬유의 늘어나는 특성에 적응하고 균일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 내 작업의 가장 큰 과제다.”

인영혜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9호(2025.0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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