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을 먹고 마신다, 패션 브랜드가 오픈한 최신 카페 7
오감을 쇼핑하는 시대
옷만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다. 향수, 화장품 등의 제품 카테고리로 브랜드를 확장하던 패션 브랜드들이 갤러리, 호텔, 카페, 레스토랑, 바 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 패션 브랜드들이 전한 흥미로운 소식들을 정리하다 보니 공통된 특징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이제는 옷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옷’도’ 파는 시대라고 하는 게 맞겠다. 과거에는 화장품, 향수 등 제품 카테고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브랜드를 확장했다면 최근에는 갤러리, 호텔, 카페, 레스토랑, 바 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하는 다양한 공간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추세다. 나아가 영화, 음악, 공연 등 예술 분야까지 다루는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제 패션 브랜드에서 살 수 있는 건 비단 패션 스타일뿐만이 아니다. 때는 바야흐로 오감을 쇼핑하는 시대다.



(오른쪽)2015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디올 카페’는 패션 브랜드의 F&B 사업 성공에 초석을 다진 사례로 꼽힌다. 사진 출처 Ralph Lauren, Dior
그중에서도 패션과 미각의 세계를 잇는 레스토랑, 카페, 비스트로 등 패션 브랜드가 만든 F&B 공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카페는 최근 몇 년 사이 상승세가 대단하다.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접근 문턱이 낮은 데다 음료와 디저트, 포장 패키지, 인테리어 등 간단하고 직관적인 요소들로 브랜드의 철학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과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그 수가 늘면서 운영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매장 내 카페 공간을 마련해 직접 운영하는 방식부터 커피 체인 브랜드와 제휴해 숍인숍으로 입점하는 방식, 단독 카페 매장을 열고 역으로 일부 패션 품목을 들여놓는 방식까지, 커피 향기가 퍼지는 패션 매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른바 ‘커피 마케팅’으로 통한다. 브랜드의 가치를 공간과 경험으로 확장하는 가장 간단한 예시로 꼽히는 카페는 어느덧 패션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그곳의 커피와 디저트는 뭐가 다른 걸까?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카페를 오픈하는 이유와 인기 비결 그리고 최근 국내에 오픈한 따끈따끈한 신상 카페들까지 쭉 훑어보았다.
커피 한 잔 값으로 경험하는 브랜드의 가치



최근 제니는 SNS 계정에 케이크 사진 여러 장을 업로드했다. 제니와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Nudake)가 함께 선보이는 팝업스토어 오픈을 자축한 것인데, 이는 누데이크는 물론이고 젠틀몬스터 홍보 효과까지 덤으로 챙겼다. 이유인즉슨 누데이크는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에서 선보이는 디저트 카페이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 모델인 제니는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누데이크가 곧 젠틀몬스터로 연결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가 선보이는 색다른 공간은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경험하는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소비자들 역시 브랜드가 제안하는 공간에서 휴식과 즐거움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브랜드와 더욱 긴밀한 연결성을 갖는다. 이는 시나브로 브랜드 충성도와 인지도를 높인다. 더불어 신규 고객을 늘리는 데에도 일조한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게 케이크 한 조각 혹은 커피 한 잔 값으로 이뤄진다. 패션 브랜드 카페가 성행하는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가 아페쎄(A.P.C.)다. 프랑스 브랜드 아페쎄는 2019년 파리에서 팝업 형태로 첫 카페를 선보이며 브랜드의 미니멀한 디자인 철학을 프랑스식 커피 문화에 녹여냈다. 이후 2021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 정식 카페 매장을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아페쎄가 선보이는 세련된 프렌치 스타일에 소박하고 정제된 멋 한 스푼을 더하는 카페 아페쎄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근사하게 결합한다.

프랑스 브랜드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파리, 도쿄에 이어 서울 가로수길에 세 번째 단독 매장을 오픈한 메종 키츠네는 카페 덕분에 인싸들의 성지가 되었다. 아늑한 매장 분위기에 완벽히 스며든 카페 키츠네는 카페 그 자체로는 물론이고 브랜드의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한 감성을 부각하는 플랫폼 역할도 해낸다. 시그니처 로고를 딴 여우 쿠키와 서울 카페에서만 마실 수 있는 카페 블랑은 지금까지도 패션 아이템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아르켓(Arket)이 선보이는 카페도 패션과 미식을 연결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더 현대에 선보인 팝업 카페를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아르켓 카페는 2021년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에 정식 오픈하며 당시 최신 카페 트렌드를 이끌었다. 유기농 제철 재료로 만든 베지테리언 및 비건 메뉴와 환경을 고려한 여러 노력 등 북유럽의 건강한 미식 문화를 소개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일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풍미 가득하게 전달한다.



패션 F&B 공간의 정수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펼쳐낸다. 패션 브랜드가 만들면 맛도 있고 멋도 있다는 걸 증명해낸 패션 하우스들은 카페나 레스토랑 오픈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 문턱을 낮추고 브랜드의 혁신성은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챙겼다. 덕분에 고고함으로 둘러싸인 명품 브랜드 매장은 가방을 사지 않아도 떳떳이 발을 들일 수 있는 보다 친근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브랜드의 미학을 사고, 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특별한 경험은 특히나 MZ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홀렸다.




K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럭셔리 브랜드가 선보이는 F&B 공간의 국내 진출도 늘고 있다. 프리미엄 미식 문화와 브랜드의 철학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뜨겁다. 달콤한 디저트로 가득한 디올 카페(Dior Cafe)부터 이탈리안 전통 요리에 한국의 멋을 담는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Gucci Osteria), 시계 브랜드 IWC가 세계 최초로 서울에 오픈한 카페 빅파일럿바(Big Pilot Bar)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루이비통, 지미추, 발렌티노 등 한시적으로 선보이는 팝업 카페와 레스토랑도 예약창 오픈과 동시에 테이블이 매진되는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비단 해외 브랜드뿐만이 아니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도 카페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미식가가 많기로 소문난 패션 디자이너들의 카페는 오감을 가득 채운다. 그 시초라 할 수 있는 우영미의 카페 맨메이드(Café Manmade)부터 스티브J 앤 요니P가 선보이는 소금빵 전문점 아벡쉐리(Avek Cheri)와 카페 더 그레이트(Café the Great), 앤디앤뎁 윤원정의 비스트로 데비스(Debbies), 아더에러의 카페 텅 플래닛(Tongue Planet), 박춘무의 카페 PCM 스퀘어(PCM Square) 등등 디자이너의 철학을 독창적이고 트렌디하게 담는 이곳은 멋쟁이들의 진정한 미식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출처 wooyoungmi.com, Kiki Heroes

이처럼 이제는 오감을 쇼핑하러 패션 매장에 들른다. 옷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커피 향기가 퍼지는 매장에서 오래도록 머무르며 브랜드의 문화와 예술적 가치를 심도 있게 음미한다. 이것은 분명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다르다. 커피와 패션을 넘어 정서를 확장하는 공간의 힘은 생각보다 더 깊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므로. 유행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남는 것처럼 말이다.
인싸들의 성지로 떠오른 최신 패션 카페
럭셔리 브랜드 카페 오픈이 줄을 이었던 2022년이 붐의 시작이었다면 2024년은 더욱 실속 있고 매력적인 카페들이 문을 열며 진정한 호황기를 열었다. 이는 올해 패션 브랜드가 새롭게 선보일 F&B 공간에 대한 기대도 높인다. 그 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신상 카페 7곳을 소개한다.
랄프스(Ralph’s)



랄프 로렌이 선보이는 카페 랄프스가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2년 전부터 오픈 임박이라는 소문이 돌 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던 카페다. 마침내 베일을 벗은 랄프스는 작년 9월 가로수길에 위치한 폴로 랄프 로렌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오픈했으며, 오픈과 동시에 가장 힙한 카페로 주목받았다. 시그니처 컬러인 그린과 오크 가구가 어울린 포근한 감성의 랄프스에서는 직접 블렌딩한 커피와 말차 라떼, 레몬에이드, 브라우니, 케이크,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가로수길 31
영업시간 10:30 – 21:00
메종 마르지엘라 카페(Maison Margiela Café)



메종 마르지엘라의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인 한남점 오픈 행사에서는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는 이나영만큼이나 눈길을 끈 소식이 있었다. 바로 매장 한편에 자리한 카페 공간이다. 독일 베를린의 유명 커피인 보난자 커피와 제휴해 운영하는 메종 마르지엘라 카페는 세월이 묻어나는 주택의 고즈넉한 풍경을 세련된 멋으로 채운다. 브랜드 시그니처 모양인 타비 슈즈와 스티치 장식을 본 딴 케이크부터 크림 커피까지, 메뉴에서도 메종 마르지엘라만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11길 8-7
영업시간 11:00 – 20:00
카페 아페쎄(Café A.P.C.)



카페 아페쎄의 서울 1호점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2021년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첫 선을 보인 이후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타임빌라스점에 이어 국내 세 번째 매장이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본관 4층에 자리한 카페 아페쎄는 프랑스 건축 스튜디오 로랑 데루아키텍트가 디자인한 내추럴 우드 인테리어로 차분한 감성을 드러낸다. 아페쎄의 시그니처 가방인 하프문백에서 영감받은 크루아상부터 로고를 새긴 쿠키, 뱅 오 쇼콜라 등 베이커리와 커피의 어울림이 일품이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로 83
영업시간 10:30 – 20:00
키스 트리츠(Kith Treats)



‘제니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키스 트리츠를 국내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키스는 미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브랜드로, 국내 패션기업 한섬과 손잡고 성수동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키스 서울을 오픈했다. 매장 내 자리한 키스 트리츠는 시리얼을 포함한 각종 토핑을 취향대로 얹는 커스터마이즈 아이스크림을 선보이며 쇼핑 시간을 달콤함으로 물들인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70
영업시간 11:00 – 20:00
유니크(Younique)


골든구스가 선보이는 카페 유니크가 태국 방콕, 중국 난징과 샤먼에 이어 전 세계 네 번째 매장을 작년 7월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오픈했다. 골든구스의 시그니처 컬러인 골드와 빈티지한 멋이 어울린 카페로 기분을 고르면 메시지가 찍히는 컵 슬리브가 재미를 더한다.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커피와 각종 음료, 토핑을 얹은 나만의 디저트 등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으며 지하 1층에서는 자신만의 맞춤형 스니커즈를 만드는 서비스도 체험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강남구 도산대로 45길 8
영업시간 08:00 – 20:00
피케 카페(Pique Café)


르세라핌이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약하며 더욱 유명해진 라운지웨어 브랜드 젤라토 피케의 국내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가 작년 9월 한남동에 오픈했다. 정원이 예쁜 이층집을 개조한 매장 내부에는 크레페로 유명한 피케 카페도 자리한다. 컴포트 푸드 콘셉트의 피케 카페는 크레페를 굽는 고소한 향기로 발길을 붙들며 한남동 카페 거리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4길 63
영업시간 11:00 – 20:00
카페 쿠에른(Café Cueren)


프리미엄 가죽 슈즈 브랜드 쿠에른이 시그니처 삼청 스토어를 오픈했다. 쿠에른 매장의 곳곳에서는 삼청동의 문화적 특색과 쿠에른의 디자인 철학을 섬세하게 경험할 수 있다. 특히 3층에 자리한 카페 쿠에른은 스페셜티 등급의 원두로 내린 커피부터 시그니처 메뉴인 삼청에이드, 선식에서 영감받은 그레이 오트, 곶감 호두말이, 팥떡 등 한국적 감성을 가미한 메뉴들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김성은 도예작가가 만든 머그잔과 창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삼청동의 풍경은 덤. 카페 쿠에른에는 남다른 매력이 한가득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길 36
영업시간 11:0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