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 도서관 조명의 재탄생, 퍼티브 컬렉션
도미니크 페로가 1995년 프랑스 국립 도서관을 설계할 때 조명까지 함께 디자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이 조명은 최근 프랑스 조명 디자인 스튜디오 오존과의 협업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도미니크 페로와 가엘 로리오-프레보Gaëlle Lauriot-Prévost가 1995년 프랑스 국립 도서관을 위해 디자인한 테이블 조명이 새롭게 탄생했다. 장인 정신과 수공예적 제작 방식으로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선보여온 프랑스 조명 브랜드 오존Ozone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지난 12월 16일부터 20일까지 논현동 디에디트에선 이번 협업 컬렉션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렸다. 오프닝에 참석한 도미니크 페로와 가엘 로리오-프레보, 오존의 에티엔 구노Etienne Gounot와 에리크 얀케Eric Jähnke를 만났다.
1995년 파리 국립 도서관을 위한 테이블 조명을 디자인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도미니크 페로, 가엘 로리오-프레보(이하 페로) 우리는 추상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추상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추상을 통해 전체를 상상할 수도 있고, 추상인 채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무언가를 지시하고 설명하는 구상적인 디자인과는 대조적이다. 테이블 조명에서 구상적인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이루는 선뿐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토대로 조명이라는 사물을 비물질화하고 공간과 빛의 관계에 주목했다. 예컨대 테이블 위와 의자 아래로 드는 빛은 달라야 했다. 정돈된 아름다움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숭고한 디자인을 염두에 뒀다.
이번 협업 컬렉션은 오존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테이블 조명의 어떤 부분에 흥미를 느꼈나?
에티엔 구노, 에리크 얀케(이하 구노) 단순하면서도 건축적인 접근 방식이 인상 깊었다. 직각과 교차하는 평면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구조는 견고하면서도 매우 기능적이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우리에게 국립 도서관은 상당히 친숙한 공간이었고, 이 조명을 오랫동안 좋아해왔다. 협업을 제안한 건 우연한 계기에 의해서다. 2년 전 페로와 우리가 같은 파리 11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웃으로 교류하며 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했고 페로는 흔쾌히 제안에 응했다.
기존 테이블 조명을 변주해 네 가지 제품으로 컬렉션을 구성했다.
구노 이번 협업에서 우리의 역할은 편집자에 가까웠다. 기존 조명의 요소를 분석해 연속성이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페로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 조명은 미니멀리즘적 특성에 기반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테이블 조명 외에도 소파 팔걸이보다 살짝 높은 스탠딩 조명, 두 가지 높이의 펜던트 조명, 그리고 벽 조명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흥미로운 것은 크기와 형태가 달라졌음에도 모든 제품이 기존 조명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캔틸레버 볼륨과 비율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존 조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구노 조명 기술이다. 도서관의 테이블 조명은 광섬유 기술을 사용했다. 당시에는 광섬유 조명이 자외선과 열로부터 책과 문서를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기술이기에 LED를 사용했고, 광 효율과 밝기 등을 세밀하게 고려해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빛을 디자인했다. 광원부에 적층 종이 시트를 부착해 빛을 필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세기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알루미늄과 광택이 있는 거울 소재(니켈 도금)를 마감재로 활용했다. 어떤 효과를 의도했나?
구노 기본적으로 모든 제품은 견고하면서도 가공이 쉬운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마감재를 두 가지 타입 중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주변을 반사하는 니켈 도금과 브러싱 처리로 부드럽고 정교한 느낌을 주는 알루미늄이 그것이다. 어디에 두든 맥락 속으로 녹아드는 디자인을 의도했다. 이는 컬렉션 이름인 ‘퍼티브Furtiv’가 의미하는 바와도 맞닿아 있다. 주변 환경을 반사할 뿐 디자인은 존재를 감춘다. 하지만 빛을 밝히면 그 존재가 선명해진다. 우리는 이 대조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오존의 장인 정신과 제조 기술을 적용한 디테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구노 미니멀한 기하학적 구조를 매끄럽게 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마치 하나의 조각처럼 보이도록 면과 면이 만나는 접합부를 정교하게 연결하고, 기능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드러나지 않게 감췄다. 제품 표면에 드러난 디테일은 작은 스위치뿐이다. 오브제가 아닌 조명이기에 기술적으로 세심한 접근이 필요했다. 우리는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한 수공예적 제작 방식으로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프로토타입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
빛과 공간은 불가분의 관계다. 건축가와 조명 디자이너의 협업이 뜻깊은 이유다. 이번 협업에 대한 소회가 궁금하다.
페로 오존은 단순히 조명의 품질을 높이는 일 외에도 건축 공간에서 빛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했다. 그들의 작업 방식은 건축과도 유사하다. 맥락으로부터 출발해 느리지만 정확한 결과물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존이 디자인한 조명은 작은 건축물에 가깝다. 이번 협업을 통해 도서관을 위해 디자인한 조명이 지속성을 얻게 되어 기쁘다. 디자인이 어떤 식으로든 삶에 녹아든다는 점이 우리에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