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성화봉 디자인

파리 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두고 성화봉 디자인이 공개됐다. 평등과 지속 가능성, 파리의 아름다움 등을 함축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2024 파리 올림픽 성화봉 디자인
새롭게 완성한 성화봉.

“역사를 돌이켜보면 모든 성화는 그 어떤 불꽃보다 아름다웠고, 저마다 독특함이 있었다. 성화는 올림픽의 미학적인 상징이다.” 토니 에스탕게Tony Estanguet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의 말처럼, 성화봉은 올림픽이 지향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오브제다. 그렇기에 최근 공개한 성화봉 디자인에 세계 디자인계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7월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공개한 디자인은 프랑스 디자이너 마티외 르아뇌르Mathieu Lehanneur의 작품이었다.

MoMA 디자인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 Paola Antonelli가 ‘동시대 디자인 현장에서 지적 영민함을 성취한 인물’이라 평가한 그는 공예, 하이테크 제품, 공간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디자인 작업을 전개해왔다. 그중 대리석을 흔들리는 물의 표면처럼 조각한 작품들과 140여 개국의 인구 데이터를 활용한 3D 프린팅 알루미늄 조각 컬렉션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사전 공모를 거쳐 선별한 10점의 최종 후보 가운데 채택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특유의 시적이고 상징적인 접근 방식이 파리 올림픽의 가치와 기대에 잘 맞아떨어진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성화봉에 각인된 파리 패럴림픽 로고.
마티외 르아뇌르의 작업실 ‘팩토리Factory’. ©Paris 2024

올림픽의 가치를 디자인에 녹여내다

성화봉은 에펠탑 혹은 와인병을 연상시키는 황금빛 실루엣이 돋보인다. 마티외 르아뇌르는 ‘평화’와 ‘흐르는 물’, 그리고 이번 올림픽의 핵심 테마인 ‘평등’을 주제로 디자인했는데, 특히 상·하단을 대칭시켜 평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선수의 비율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디자인으로 강조한 것. 또 파도의 움직임과도 같은 입체적인 곡선을 구현해 사용자가 성화봉을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한편, 개막식 무대가 될 센강의 물결이 떠오르도록 했다. 형태상 상단에 무게가 쏠릴 것처럼 보이지만, 무게중심이 성화봉 중앙에 자리해 휴대와 운반이 쉽다. 디테일도 흥미롭다. 상단부에 세로로 기다란 홈을 만들어 성화 봉송자가 봉을 들고 움직이는 동안 불꽃이 조금씩 바깥으로 빠져나오도록 했다. 마치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것처럼 보이도록 의도한 것이다. 성화에 의해 변색되지 않도록 꼼꼼한 코팅 처리도 이루어졌다.

지속 가능성이 전 산업 분야의 중요한 화두가 된 만큼, 성화봉 소재 선정과 생산 과정에서도 환경을 고려했다. 100% 재활용 철강을 활용하는 한편, 지난 올림픽 때 1만 개였던 수량을 2000개로 줄여 제작해 낭비를 없앴다. 한편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성화대 디자인을 포함한 ‘새로운 서프라이즈’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화봉에 이어 세계 디자인계를 놀라게 할 참신한 디자인의 등장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mathieulehanneur.frparis2024.org

©Felipe Ribon

2024 파리 올림픽 성화봉 디자이너
마티외 르아뇌르

“성화봉 디자인에서 메시지 전달 방식이 중요했다.”

최종 선택되었을 당시 심정은 어땠나?
매우 자랑스럽고 기뻤다. 단순히 선택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으로 진행할 기관 및 엔지니어들과의 협업 과정이 모험처럼 기대되었다. 기술을 접목한 디자인 작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더없이 매력적인 프로젝트였다.

제작 과정에서 기술적 한계로 인한 디자인 변화는 없었나?
처음 제안했던 디자인과 완성된 제품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 디자인 수정 없이 무사히 구현해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이 오브제 하나를 만들기 위해 1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다양한 국적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합류했고, 마치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지는 듯한 느낌으로 결과물을 완성했다. 어떠한 불협화음이나 불만, 다툼도 없었다. 완성 후 성화봉이 원하는 대로 작동했을 때 다 함께 탄성을 질렀다.

내년에 올림픽이 개막하면 전 세계의 시선이 성화봉으로 집중될 텐데 어떤 마음인가?
몇백만 명의 관중을 앞에 두고 신곡 발표 무대에 오르는 가수가 된 느낌이랄까. 이미 나온 노래라 수정할 수도 없고, 혹평을 들을 리스크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웃음)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형태는 표면으로 떠오르는 실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번 프로젝트가 그의 말을 대변한다. 성화봉 디자인에서 메시지 전달 방식이 중요했다.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평등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와 완벽히 매칭되는 성화봉을 디자인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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