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 유일한 디자인 도시로 ‘던디’가 선정된 이유는?
V&A 던디에서 디자인 페스티벌까지, 던디의 의미 있는 행보에 대하여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며 창의 산업에 꾸준히 투자한 영국 유일의 디자인 도시, 던디. 최첨단 생명 과학, 초소형 전자 공학, 디지털 미디어 산업을 아우르며 혁신적인 미래 도시로 발돋움해 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영국 최초이자 유일한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 던디
던디(Dundee)는 글래스고, 에든버러, 애버딘에 이어 스코틀랜드에서 4번째로 큰 항구 도시다. 19~20세기에는 황마를 포함한 섬유 산업과 조선업이 번창했고,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전기 및 기계 공학 분야가 호황을 이뤘다. 영국에서 제일 오랫동안 연재되고 많이 팔린 만화 잡지인 더 비노(The Beano), 그랜드 테프트 오토(Grand Theft Auto)와 레밍스(Lemmings) 같은 유명 비디오 게임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도시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며 창의 산업에 꾸준히 투자해 왔으며, 오늘날에는 최첨단 생명 과학, 초소형 전자 공학, 디지털 미디어 산업을 아우르며 혁신적인 미래 도시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던디가 영국 최초이자 유일한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UNESCO City of Design)로 선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서울을 비롯해 전 세계 49개의 디자인 도시로 구성된 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y Network)는 지속 가능한 도시 간 협력과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04년 시작되었다. 인구가 약 15만 명인 작지만 역동적인 도시인 던디는 2014년 유네스코 창의 도시(UNESCO Creative City)로 선정되었으며, 7가지 창의 분야 중에서 디자인의 다양한 기여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몇 가지 사례를 꼽자면, 2018년 개관한 V&A 던디를 빼놓을 수 없다. 스코틀랜드의 첫 번째 디자인 박물관이자 런던 밖에 지은 최초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은 쿠마 켄고의 설계로 테이 강(River Tay) 주변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던디의 빛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이곳은 지역 재생 마스터플랜인 10억 파운드 워터프런트 재개발(£1bn Waterfront redevelopment)의 일부로서, 개관 첫해에만 8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스코틀랜드 최대 규모의 비엔날레 디자인 이벤트인 던디 디자인 페스티벌Dundee Design Festival은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 던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V&A 던디가 주최하며, 다채로운 디자인 콘텐츠를 시민들이 무료로 즐기도록 해왔다. 5회를 맞이한 페스티벌은 올해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 10주년을 기념하며 더욱 풍성한 스토리텔링을 자랑했다. 32만㎡ 넓이의 접근성이 좋은 미슐랑 스코틀랜드 혁신 공원(Michelin Scotland Innovation Parc)에서 진행된 축제에는 200명에 가까운 창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고, 약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다녀가면서, 역대 최다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고.
무엇보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알록달록한 설치 전은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1990년 글래스고에서 시작해, 가장 오래된 스코티시 디자인 스튜디오 중 한곳으로 꼽히는 티모로우스 비스티즈(Timorous Beasties)는 거대한 패턴의 미로를 공개했으며, 개성 넘치는 리소그라프 전문가 가브리엘라 마르셀라(Gabriella Marcella는) ‘획일성에 대한 도전(Challenging Uniformity)’이라는 타이틀로 신개념 유니폼을 제작했다. 컬러와 패턴을 활용한 활기찬 에너지는 도나 윌슨(Donna Wilson)의 뜨개질 숲 ‘울리 원더랜드(Wooly Wonderland)’로도 이어졌다. 손뜨개질로 만든 대형 버섯, 꽃, 나무 등의 자연물은 수공예를 향한 열정과 위트를 잘 보여주었다. 이 외에도, 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와 공동 기획한 하이퍼-로컬(Hyper-Local)은 스페인의 빌바오, 미국의 디트로이트, 일본의 나고야 등 8곳의 다른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를 대표하는 디자인을 한자리에 모으고, 국제 협력, 우정과 평화라는 유네스코의 가치를 되새겼다.
던디가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혁신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향한 헌신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디자인 축제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던디 디자인 페스티벌의 이그제큐티브 디렉터 겸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 던디의 리드 오피서 애니 마스(Annie Marrs)는 “우리는 영국 유일의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로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진정으로 특별한 이벤트를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축제의 규모를 강조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도록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지요. 향후 재활용 및 재사용이 가능한,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를 사용했으며, 무늬가 있는 장식용 콘크리트 블록인 브리즈 블록, 벽돌, 폐 목재 등 상당수는 지역의 브랜드들로부터 기부받았습니다. 그렇게 행사를 진행하는데 새로운 재료의 사용률을 15% 미만으로 유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스코틀랜드의 디자인 문화 개발과 디자인 및 공예 담론 활성화에 전념해 온 페스티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테이시 헌터(Stacey Hunter) 박사 역시 “일시적인 행사가 남기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떠한 차이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지역적인 일에서 세계인이 공감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던디 디자인 페스티벌은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연구 사례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서 “이 축제는 스코틀랜드 디자인 신을 플랫폼화하는 측면에서도 정말 중요했습니다. 페스티벌에서 공예, 주얼리, 제품 디자인 등 광범위한 영역의 재능 있는 이들이 함께 교류한다는 것은 인구수 약 600만 명의 스코틀랜드가 다른 디자인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특히, 9월 26일을 디자이너의 날로 지정하고, 스코틀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에게 감사를 표함과 동시에 디자인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강화했습니다. 축제 속에서 스스로를 축하하는 시간도 뜻깊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던디는 앞으로도 시민들이 디자인 문화를 향유하도록 장려하고, 디자이너에게는 각종 협업 및 시의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며, 그들의 창의성을 널리 홍보할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측면에서의 성공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