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더 똑똑해진 인공지능과의 만남
〈CES 2025〉의 하이라이트는?
〈CES 2025〉가 막을 내렸다. 올해도 인공지능은 주요 이슈로 주목받았다. 흥미로운 건 기술 그 자체보다는 이를 하드웨어와 결합한 아이템을 앞다투어 소개했다는 사실이다. 이 외에도 신선한 행보를 보인 브랜드도 눈길을 끈다. 〈CES 2025〉에서 만난 흥미로운 아이템과 브랜드 소식을 소개한다.

지난 11일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5〉이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160개국 4,800여 개의 기업들은 각양각색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기술의 진보를 피부로 체감하게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인공지능’이 주요 키워드로 주목받았다. 한 가지 주목할 건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된 만큼 다른 산업 영역과의 융합을 통해 실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는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일상에 성큼 들어온 인공지능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한다. 아울러 혁신적인 디자인과 확장된 콘셉트에 ‘처음을 더해 주목받은 브랜드도 함께 소개한다.
모든 가전은 인공지능으로 통한다?
삼성전자 ‘Home AI’ & LG 전자 ‘AI 홈’
글로벌 가전제품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 기술로 집안의 가전제품을 연결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싱스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맞춤형 스마트 홈 ‘Home AI’ 시스템을 구현했다. ‘효율적인 집(Home for Efficiency)’, ‘건강을 챙겨주는 집(Home for Wellness)’, ‘사랑하는 가족들을 돌볼 수 있는 집(Home for Loved Ones)’, ‘생산성을 높여주는 집(Home for Productivity)’,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는 집(Home for Art)’까지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더라도 제품이 스스로 알아서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선호도를 학습해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지난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를 공감지능(Affective Intelligence)으로 재정의한 바 있는 LG 전자는 공감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에이전트 ‘퓨론(FURON)’을 업그레이드했다.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와 결합해 가정 내 가전뿐만 아니라 모빌리티까지 경험을 확장해 눈길을 끈다. AI 인캐빈 센싱 솔루션(In-cabin sensing)이 대표적이다. 운전자가 매일 챙기던 커피 텀블러를 놓고 탑승한 것을 인식해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겠냐”라고 제안하거나 운전자의 생체신호 변화를 감지해 “오후 회의를 앞두고 긴장해서 심박수가 올라간 것 같다”라며 편안한 음악을 재생해 주는 식이다. 모빌리티를 ‘바퀴 달린 생활공간’으로 정의한 LG 전자는 AI 홈을 차량으로까지 확대한 MX 플랫폼을 통해 차량에서도 집처럼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대세는 인공지능을 곁들인 로봇?
TCL ‘Ai Me’
이번 〈CES 2025〉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반려로봇의 상용화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CES 2020〉에서 처음 공개된 삼성전자의 AI 반려 로봇 ‘볼리’는 오는 올해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며, 지난해 소개한 LG전자의 이동형 AI 로봇 ‘Q9’은 올해 하반기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는 중국의 가전제품 회사 TCL에서도 반려 로봇 ‘에이미(Ai Me)’를 처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바퀴가 달린 캡슐 모양의 베이스에 소형 로봇이 앉아있는 구조의 로봇 ‘에이미’는 자율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동시에 분리가 가능해 소형 로봇 부분만 따로 들고 다닐 수 있다.

큰 눈망울에 어린아이 목소리를 가진 에이미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사용자의 특성, 취향, 일정 등을 학습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집 안 내 가전제품과 자동차와 연동이 가능해 세탁 완료, 자동차 히터 작동 등 다양한 스마트홈 기능을 수행하며 보조 역할을 하는 점도 포인트다. 머리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서는 사용자와 주변 물체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일상의 순간순간을 녹화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로봇을 넘어 사용자의 친근한 동반자로 일상에서 편리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한다. 아직 구체적인 출시 및 판매 시점은 미정이다.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헬스케어
위딩스 ‘옴니아 스마트 미러’
엘리 헬스 ‘호르모미터’
플로우빔 ‘볼드젯’
올해 〈CES 2025〉의 또 다른 화두 중 하나는 바로 ‘헬스케어(Healthcare)’였다. 더 나은 일상을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인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의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업 위딩스(Withings)가 소개한 스마트 거울 ‘옴니아 미러(Omnia Mirror)’가 대표적이다.


표준 벽걸이 형태를 지닌 옴니아 미러는 사용자의 체중, 체질량지수, 체지방률, 심박수, 혈압, 호흡수, 대사 건강 지수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측정된 정보는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분석을 거쳐 개인화된 피드백과 건강 관리를 위한 제안으로 공유된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전문가와 비대면 원격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접근이 어려운 불모지에서 의료 서비스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한 캐나다 스타트업 엘리 헬스(Eli Health)의 ‘호르모미터(Hormometer)’도 흥미롭다. ‘일상 속의 전문성’이라는 철학을 가진 엘리 헬스의 제품은 복잡한 의료 기기가 아니라 직관적이고 간편하며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침을 통해 간편하게 호르몬 수치를 감지할 수 있는 제품 ‘호르모미터’로 주목받았다.
온도계와 유사한 형태의 호르모미터는 사용자가 소량의 침을 넣으면 내장된 인공지능 시스템이 이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는 ‘코티솔(Cortisol)’과 생리 주기와 생식 건강 관리를 위한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다. 향후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및 기타 호르몬 측정 기능도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일명 ‘바늘 없는 주사기’로 불리는 볼드젯(BoldJet)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네덜란드 플로우빔(FlowBeams)이 개발한 볼드젯은 주삿바늘 대신 고정밀 액체 마이크로젯을 피부에 직접 전달해 약물을 주입한다. 백신, 인슐린, 비타민 등 다양한 종류의 약물을 전달할 수 있고,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밀 제어를 통해 약물의 투여량과 투여 깊이를 정확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아울러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약물 투여량, 투여 속도, 깊이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등 사용자에 최적화된 투여 방식을 제공하는데 혁신적인 기술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CES 2025〉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스피어에 이착륙한 델타 항공
델타항공 ‘델타 컨시어지’
미국의 항공사 델타항공Delta은 지난 1월 7일 CES 역사상 최초로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에서 〈CES 2025〉 개막 기조연설 행사를 진행했다. 높이 111m, 바닥 지름 157m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돔형 건축물 스피어에서 ‘미래 여행의 혁신’이라는 주제 아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내부를 둘러싼 고해상도 LED 스크린과 몰입형 음향 시스템을 갖춘 스피어에서 비행기 이륙과 비행 장면, 그리고 좌석의 진동 효과까지 실감 나게 연출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편, 100주년을 맞이한 만큼 델타 항공은 새로운 비전과 파트너십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델타항공 CEO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은 델타항공과 우버(Uber)와의 파트너십을 최초로 공개했다. 델타의 마일리지 프로그램 ‘스카이마일즈(SkyMiles)’를 우버 이용 시 적립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반대로 우버를 이용하면 스카이마일즈를 적립할 수도 있다. 여행의 시작부터 목적지에 이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객 경험을 통합하기 위한 전략을 선보인 셈이다.
한편, 디지털로 전환된 시대 속 항공 서비스에 대한 델타의 설루션도 만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비서 서비스 ‘델타 컨시어지(Delta Concierge)’가 바로 그것이다. 고객의 여권 만료 알림, 비자 요구 사항 등 여행 준비를 위한 준비부터 항공편 상태와 체크인 알림 등 실시간 여행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CES 최초로 스피어에서 공개한 델타의 혁신적인 미래 비전은 독창적인 연출 방식이 더해진 덕분에 역사적인 프레젝테이션 중 하나로 기록될 듯하다.
얇고, 가볍고, 현명하게
혼다 ‘0 시리즈’
최근 닛산 자동차와의 합병을 결정한 일본 모빌리티 제조업체 혼다(Honda)는 미래형 전기차 라인업 ‘0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 모델을 〈CES 2025〉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0 시리즈의 모델은 ‘혼다 0 살롱’과 ‘혼다 0 SUV’로 두 가지다. 두 모델 모두 ‘얇고, 가볍고, 현명하게(Thin, Light, Wise)’라는 혼다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적용됐는데 공기역학을 고려한 날렵한 외관 디자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번 행사에서 공개한 ‘0 시리즈’가 특별한 건 혼다의 독자적인 운영 체제 ‘아시모 OS’를 최초로 탑재했기 때문이다. 아시모(ASIMO)는 혼다가 2000년에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이름이다. 당시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로봇, 인공지능, 센서 기술이 차량 운영 체제 시스템에 응용되어 적용됐다. 아시모 OS를 통해 ‘혼다 0 살롱’과 ‘혼다 0 SUV’에는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도 적용된다.

자율주행 레벨 3 수준은 조건부 자동화 단계이다. 차량 시스템이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 환경을 스스로 제어하며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자율 주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운전자의 개입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혼다는 ‘레전드(LEGEND)’를 통해 세계 최초로 레벨 3 자율주행 차량을 상용화 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한 혼다 0 시리즈에는 이를 개선하고 발전시킨 새로운 버전의 ‘혼다 센싱 엘리티’가 적용된다. 혼다 0 시리즈의 두 모델은 오는 2026년 상반기 북미에서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농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된 브랜드
존 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 & 자율주행 덤프트럭
‘농업계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미국의 농기계 제조업체 존 디어(John Deere)는 지난 〈CES 2022〉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를 공개하며 그간 3D(dirty, difficult, dangerous) 노동으로 불리던 농업의 판도를 바꿨다. 올해 〈CES 2025〉에서도 이전 보다 더욱 발전된 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대규모 농업을 위한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는 지난 2022년 공개한 버전에서 2세대 자율 주행 키트를 적용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했다. 과거 12개였던 카메라도 16개로 증가했다. 8쌍의 카메라와 인공지능 학습 기능을 통해 360도로 주변 환경을 보다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 장애물, 작물, 나무 등을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작업 경로를 자동으로 수정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스마트폰 앱을 통해 트랙터의 작업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한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기 때문에 낮과 밤 상관없이 24시간 작업이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이처럼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 한 자율주행 트랙터는 연료, 시간, 인력 등 리소스를 아끼고 작업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한편, 존 디어는 전기 자율주행 덤프트럭을 통해 농업뿐만 아니라 건설 분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트랙터와 마찬가지로 2세대 자율 주행 키트가 적용된 자율주행 덤프트럭을 선보였다. 〈CES 2025〉에서 최초로 선보인 상업용 자율주행 전기 잔디 깎이 기계도 흥미롭다. 총 8개의 스테레오 카메라를 장착해 시야를 확보해 사람이 직접 구동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잔디를 깎아준다. 사고 위험성도 없고, 전기 배터리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요소를 갖춘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식물재배기로 변신한 조명
LG전자 ‘틔운’
LG전자도 〈CES 2025〉에서 LG 틔운의 새로운 콘셉트 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앞서 2021년에 시작된 LG 틔운 시리즈는 실내에서 손쉬운 식물재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 공개한 스탠드 조명 타입과 협탁 타입 두 가지 모델은 ‘조명’이라는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점이 차별점이다. 하나의 인테리어 오브제로서 반려 식물에 대한 고객의 경험을 확장한다.


스탠드 조명 형태는 높이 조절이 가능해 키가 큰 식물도 재배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낮에는 식물 생장을 위한 LED 조명으로, 밤에는 무드등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협탁 타입의 모델은 테이블 램프 디자인으로부터 모티프를 얻었다. 침대 옆에 두고 무드등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탑재해 식물 재배와 음악 감상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스탠드 조명 타입 모델은 2025년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며, 협탁 타입 모델의 출시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