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차 스튜디오가 성장을 위해 선택한 것, 스탠다드에이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 가구를 만드는 곳

스탠다드에이가 성장의 허리에서 핸들을 꺾은 방향은 바로 '브랜딩'이다. 13년차 가구 스튜디오의 제작·디자인 스토리와 이들이 선택한 브랜딩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13년 차 스튜디오가 성장을 위해 선택한 것, 스탠다드에이

나무는 인류가 삶 속에서 오랜 시간 사용해 온 자연의 재료다. 이를 다듬어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목수라고 부른다. 나무를 다스리는 일은 그 사람의 마음을 손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라 했다. 나무와 나무를 맞물려 서로 다른 인연을 하나로 엮어주고, 올바른 만남을 확인하는 시간.

지난 13년 동안 기본을 충족하는 가구를 만들어온 가구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는 자신들을 가구만 만드는 브랜드로 한정 짓지 않고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 왔다. 건축물과 공간에 필요한 목재 시설물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 실력파 스튜디오. 비록 첫 시작은 소박했지만 어느덧 열네 명의 직원과 합정의 단독 쇼룸, 파주에 작업소를 가진 중견 브랜드로 무르익고 있었다. 스탠다드에이가 성장의 허리에서 핸들을 꺾은 방향은 바로 ‘브랜딩’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는 브랜드 아카이브 스토리를 통해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 가구를 만드는 곳’이라는 메세지를 공유한다. 류윤하·이학준 공동 대표를 만나 13년차 가구 스튜디오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미션은 무엇인지 물었다.


Interview

류윤하 스탠다드에이 공동 대표
이학준 스탠다드에이 공동 대표

“기본을 충족합니다” 스탠다드에이의 출발점

스탠다드에이를 이끌고 있는 공동 대표 3인. 왼쪽부터 이학준, 안민규, 류윤하.
가구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의 규모와 조직 구성을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류윤하 저희는 원목을 주재료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생활 가구를 디자인·제작하는 디자인 베이스의 제작 스튜디오에요. 현재 서교동 쇼룸과 파주 작업실 두 곳이 있고, 열네 명의 크루가 함께 근무하고 있어요. 쇼룸에는 판매와 상담을 담당하는 실장 두 명과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 두 명이 상주하고 있고, 나머지 크루들은 작업실에서 가구 제작부터 배송까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공급하는 ‘공급팀’과 손님들과의 일정에 따라 납품 일정을 체크하고 오더 메이드 제품을 제작하는 ‘제작팀’, 가구 마감과 배송을 담당하는 ‘배송팀’ 이렇게 세 개로 나누어 운영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큰 외부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그 프로젝트에 뛰어들고요.

서교동 쇼룸 외관과 내부 전경
스탠다드에이도 어느덧 11년 차에 접어든 중견 브랜드가 되었더라고요. 베테랑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이렇게 오래된 브랜드일 줄은 몰랐어요.

류윤하 저희가 실제로 브랜드를 시작한 건 13년 전이었어요. 당시 ‘인디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마포구 상수동에 작업실을 열었던 게 지금의 스탠다드에이까지 온 건데, 초창기에 가구 제작을 맡기러 공장에 찾아갔더니 가구 샘플을 가져오라고 하더라고요. 샘플 없이 저희가 원하는 가구 제작을 의뢰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샘플실을 위한 공간을 하나 얻었던 거예요. 시작은 그랬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제품은 저희가 직접 제작하고 있고요.

‘인디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해 2013년 스탠다드에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멤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출발을 하게 됐죠.

류윤하 샘플실에서 가구를 만들어 판매하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만의 로고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공들여 만든 제품에 박히는 로고인데 제대로 된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했던 거죠. 그때 떠올렸던 단어가 ‘스탠다드’인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적인 디자인’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했어요. 스탠다드가 형용사다 보니 뒤에 이름을 완성시켜 줄 무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후보로 ‘Furniture’의 F, ‘Product’의 P 등등 여러 후보를 생각하다 알파벳 중 가장 첫 번째이기도 하고 ‘알파’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Alpha’의 A로 최종 결정이 됐어요. 알파(∂)라는 중의적 의미 담기 위해 ‘a’는 소문자로 표기했고요. 스탠다드에이라는 이름을 지을 때는 네 명이서 함께 시작했는데 현재는 저, 이학준, 안민규 세 명이 공동 대표로 있습니다. 원래 멤버였던 친구는 현재 저희에게 재료를 공급해 주는 회사를 차려 독립을 했고요.

죽전으로 확장 이전한 제작소가 너무 크다며 호들갑 떨던 2015년, 봄.
죽전 제작소가 너무 좁다며 고민하던 2020년, 겨울.
네 명이서 시작한 스튜디오의 매출이 계속 늘어나면서 회사의 규모도 단계적으로 확장되었죠.

이학준 상수동 지하실에서 매일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다가 쇼룸 매출이 점차 증가하는 걸 보고 죽전으로 쇼룸을 옮겼어요. 그 당시 더 넓고 싼 곳으로 옮기려면 곤지암까지 내려가야 하더라고요. 그렇게 죽전 정도에서 비용적 합의를 보고 쇼룸을 오픈했고, 그러고 나니 이제 상수동 작업실이 비좁아져 공장도 죽전으로 옮겼죠. 역시나 죽전 쇼룸의 주문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더 늘어나고 죽전 공장도 작아지는 시점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공장은 파주로, 쇼룸은 서교동으로 옮겨 지금의 위치가 되었습니다. 스탠다드에이의 정체성은 절반이 쇼룸에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파주 작업실에 있어요. 파주를 오셔야 모든 걸 봤다고 할 수 있죠.(웃음)

이제는 제법 직원들의 손때가 묻어나는 스탠다드에이의 파주 작업실
두 분은 맨 처음 가구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류윤하 저는 원래 가구디자인을 전공 했었어요. 그러다 베를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가 돌아와서는 작은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 카메라, 지우개, 연필, 책 등등 잡다한 걸 만들다 보니 쉽게 판매되고 쉽게 버려지는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싶더라고요. 롱라이프 디자인을 추구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구를 떠올리게 된 거죠.
이학준 저는 원래 국제회의를 기획하는 회사에 다니다가 목공을 취미로 시작한 케이스에요. 잦은 야근에 스트레스가 많아 취미 생활을 가지기 위해 가구 공방에 다니기 시작한 게 첫 시작이었어요.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가구 만드는 일에 뜻이 생겨 퇴사를 했고 혼자 사부작사부작 대던 때에 스탠다드에이에서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줘서 합류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비전공자가 여기까지 온 건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케이스죠.


스탠다드에이의 제작&디자인 스토리

목재의 종류는 무궁무진합니다. 스탠다드에이에서는 주로 어떤 목재를 사용하는지, 또 어디서 공급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류윤하 말씀하신 것처럼 목재의 종류는 정말 많아요. 목재는 크게 소프트 우드랑 하드 우드로 나뉘어요. 소프트우드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이는 소나무, 오동나무 같은 것들이고 저희는 주로 하드우드 계열을 사용하고 있어요. 한국 전통 목가구를 만들 때는 소나무 계열의 오동나무를 주로 쓰고, 보루네오 가구가 유행하던 1970~1980년대 시절에는 이패, 멀바우 같은 인도네시아 산 나무가 국내에 많이 들어왔어요. 그러다 1990년대 들어와서 잘살게 되면서 하드우드를 들여오게 됐거든요. 하드우드는 활엽수 계열이에요. 활엽수는 주로 미국 북부에서 들어오고 저희가 주로 쓰는 건 활엽수 계통의 ‘오크’ ‘체리’ ’월넛’ 세 가지 수종을 주로 쓰고 서랍재로는 ‘단풍’이나 ‘자작나무 합판’ 같은 것도 많이 쓰고 있어요. 목재는 인천 쪽에서 받고 있는데 한 군데에서만 거래하는 게 아니라 제재소 두세 군데와 오랜 관계를 유지 중이에요. 목재를 여러 곳에서 받아야 하는 이유는 목재들이 항상 똑같은 퀄리티를 갖고 있지 않거든요. 때에 따라 더 나은 목재를 가진 곳에서 목재를 들여오고 있죠.

스탠다드에이의 가구는 과하지 않게 공간의 중심과 무드를 잡아주는 매력이 있죠. 제품을 디자인할 때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학준 공간이요. 그동안 많은 디자인을 작업했지만 저희의 가구가 빛을 받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가구로서 멋을 부리는 디자인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시도를 하기 시작했죠. 그전에는 공간이 먼저이고, 가구가 공간을 완성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이름 그대로 스탠다드한 제품을 많이 만들었어요. 요즘은 형태를 위한 디자인도 구상을 하기 시작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저희의 가구가 놓일 ‘공간’이라는 배경을 먼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베지터블 탠드 가죽 소재를 활용한 등받이와 유려한 곡선의 팔걸이가 돋보이는 ‘Chair 07’
그간 스탠다드에이가 선보인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공간에서든 품위 있는 멋을 자아내는 가구를 목표 삼은 디자인.
최근 디자인 적으로 새로운 변주를 주는 제품을 출시했다고요.

류윤하 예전에는 형태보다 기능을 먼저 고려했어요. 내부적으로 기능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방향이 있었어서 공간의 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디자인을 진행하곤 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형태가 우선이 되는 가구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기능적으로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진을 찍었을 때보다 아름답고 예쁜 형태의 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어느 정도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거죠. 사람들의 니즈에 발을 맞춰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자 했고, 그래서 최근 3~4년 전부터 저희의 무게 중심을 기능에서 형태로 옮겨 디자인을 뽑아내기 시작했어요. 6번과 7번 의자가 그러한 경우고요.
이학준 남들이 보기에 엄청 특이한 디자인을 가진 건 아니지만 기존의 디자인에서 많은 변주를 준 제품이거든요. 7번 의자의 경우에는 등받이에 가죽 소재를 믹스했고, 팔걸이가 없는 버전도 제작했어요. 그동안은 우리의 가구로 당신의 공간을 서포트 해주겠다는 개념이었다면 7번 의자를 출시하면서는 공간을 압도하는 가구를 상상하면서 선보인 제품입니다.

상판 모서리와 다리 프레임의 곡선 디테일이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Dining Table 03’
위쪽에 위치한 에이프런과 사방으로 벌어진 사다리꼴 구조가 테이블 밑 공간을 넓게 확보하여 개방감을 주며,
특히 밑으로 갈수록 벌어지는 다리는 구조적 안정감을 더해 견고함이 느껴진다.
주문 제작으로 찾아오는 고객도 많지만, 스탠다드에이의 담백한 맛이 느껴지는 기본 컬렉션 인기도 꾸준하죠. 어떤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나요?

이학준 3번 테이블이요. 이 제품처럼 꾸준히 나가는 것도 없어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요. 아무래도 저희의 얼굴이지 않을까 싶어요.
류윤하 저희도 잘나가는 아이템을 다른 걸로 바꾸어 보려고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뭘 해도 3번이 제일 잘 나가요.(웃음) 최근에 선보이는 라인들은 조금 화려하게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일 잘 팔리는 건 평범하고 무난한 형태의 디자인이 인기가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디자인을 가미한 5번이라던가 2번 테이블도 찾는 분들이 꽤 있고요.
이학준 제가 얼마 전에 작업실에 있던 3번 테이블을 집에 갖다 놨거든요. 집에서 직접 써보니까 3번 테이블이 왜 그렇게 잘나가는지 알겠더라고요. 이 테이블은 자신의 디자인을 뽐내지 않아요. 주변에 조명, 의자 등 다양한 요소가 굉장히 많은 공간에 놓였을 때 다른 것들과 조화롭게 하나로 어우러져서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해줍니다.

등나무 줄기를 엮어 만든 케인 웨빙은 의자 좌판, 캐비닛의 문 등 가구 제작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고전적 재료다.
장의 내부는 다양한 형태의 수납이 가능하도록 4개의 서랍과 파티션, 유리 선반으로 구성했다.
기존에 원목만 사용하던 것과는 달리 최근 디자인과 소재 면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고요.

류윤하 원목은 굉장히 멋진 소재지만 원목으로만 공간을 꽉 채웠을 때 답답해 보이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 시도한 게 스테인레스를 믹스한 소파였어요. 또한 패브릭도 제가 스무 살 언저리에 유럽 여행 가서 비트라 뮤지엄 같은 곳 돌아다니며 멋있는 소파들 만져보고 앉아봤던 경험을 회상하면서 골랐던 것 같아요. 고급스러운 촉감을 낼 수 있는 걸로요. 그리고 서랍장의 경우 앞면을 원목으로만 채우면 답답해 보이는 걸 고려해 등나무를 엮어 만든 케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개방감이 느껴지게끔 한 거죠.

쇼룸 내부 전경

가구 스튜디오가 성장을 위해 선택한 건, 결국 브랜딩

스탠다드에이 홈페이지에는 제품과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브랜드의 일상이 세세하게 기록되어있다. 제품과 기술을 내세우기 보다 사람 냄새 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진하게 풍겨 더욱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국내에 신생 가구 브랜드가 많이 늘어났어요. 스탠다드에이는 가구 시장에서 어떠한 차별점을 가져가고자 하나요?

류윤하 처음에는 저희도 차별점을 못 찾겠더라고요. 왜냐하면 원목으로 가구를 제작하는 회사도 많고 디자인은 취향이기 때문에 누가 보면 좋고 누가 보면 나쁜 거잖아요. 그리고 저희는 언제나 가구를 진심으로 대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러한 포인트를 캐치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 건 스탠다드에이라는 브랜드를 잘 포장해 봐야겠다는 것이었어요. 어떻게 포장을 하느냐?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 이야기를 최대한 소비자에게 전달해서 우리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꾸준히 아카이브 하는 이유가 거기서 오는 것들이에요.

저희 나름대로 큰 결단을 했던 게 바로 이 지점이거든요. 직원 한 명도 없고 실장만 5명 있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뽑은 직원이 마케터였어요. 사진 찍고 글 쓰고 어떤 일들을 기획하는 사람이요. 제작소에 인원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도 마케터를 먼저 뽑은 건 저희에게 미친 짓과도 같았죠.

‘브랜딩’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이었어요?

류윤하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 만든 가구는 퀄리티도 높다’. 짜증이 나 있고 힘들어하는 상태에서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 봤자 좋은 퀄리티가 나올 수 없거든요. 그러니 우리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로 전환하고 그러한 모습을 외부에 계속해서 보여주고자 했어요. ‘취미 생활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이나 정기적인 워크샵, 내부에서 제작한 ‘Log’ 매거진도 그러한 일환으로 기획된 거죠. 다행히도 이러한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되어서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저희에게 큰 프로젝트를 맡기는 대형 클라이언트들도 저희에게 손을 내미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취미 생활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이학준 저희는 가구 제작자이다 보니까 다들 마음 속에 내가 만들고 싶은 가구 하나쯤은 품고 살거든요. 우리는 일로서 스탠다드에이 가구를 만들지만, 개인의 창작 욕구를 꺼내어 보일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된 게 취미 생활 프로젝트였죠. ‘우리 즐겁게 보여야 하니까 이런 걸 해보자’가 아니라 ‘우리 너무 힘든데 이런 것도 해볼까?’로 시작했기 때문에 모두가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시간으로 자리 잡게 된 거죠.
류윤하 사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높은 월급을 준다든가 하는 것들이요.(웃음) 그렇지만 저희가 ‘실질적으로 행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즐거운 환경을 조성해보자’가 그 다음 미션이었던 것 같아요. 워크샵도 남들은 등산을 간다면 저희는 서핑이나 클라이밍을 하고요. IT회사에서나 할 법한 그런 워크숍을 목공회사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런 프로그램을 할 때 내부적으로도 반응이 되게 좋았고 외부적으로도 ‘쟤네는 좀 달라’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직원들도 즐겁게 느끼던가요?(웃음)

이학준 그건 직원들만 알겠죠.(웃음)
류윤하 가끔씩 그만둔 친구들이 놀러 와서 함께 했던 시간이 즐거웠었다고 얘기를 해주곤 하니까요. 그렇지 않을까요?(웃음)
이학준 저희가 정말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 중 하나가 ‘직원’이에요. 단순히 매출만 신경 쓴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장이라는 장소가 어떻게 보면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장소잖아요. 위험한 기계가 있고, 땀을 흘려야 하고, 먼지가 날리고… 하지만 직원들과 외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게 하려고 환경과 대우를 정말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저희가 젊었을 때 느꼈던 마음과 열정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스탠다드에이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 시작의 즐거움을 이 친구들도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AOY와 협업해 제작한 유니폼이 소장 욕구를 건드리더라고요. 가구 스튜디오가 유니폼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 또한 브랜딩의 일환일까요?

이학준 아무래도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항상 먼지가 날리고 땀이 나기 때문에 좋은 옷을 입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상수동 작업실에서는 한번 입고 버릴 옷만 입고 작업하곤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브랜드를 키워서 어느 정도 공간도 갖추었고, 우리 친구들에게 그런 환경을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대로 입고 일할 수 있도록 우리가 자체 제작한 양질의 티셔츠를 주기적으로 1년에 한 번씩은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제작하게 되었죠. 그리고 다 같이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모습 자체가 우리 브랜드 이미지를 보다 정돈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희가 모든 프로젝트에 있어 기록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사진 찍힐 때도 다 같이 입고 있는 게 보기에도 좋더라고요.

나무를 매만지는 시간에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직원들의 모습.
나무를 매만지고 다듬어야 하는 직원을 채용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나요?

류윤하 예전에는 작업을 못 하는 친구들도 같이 배워 나가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뽑곤 했는데 최근에는 어느 정도 작업을 해본 친구들을 뽑으려 하고 있어요.
이학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우리 구성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지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에디터님이 말씀 하신 것처럼 저희 커뮤니티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그 점을 높게 사고 지원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스탠다드에이의 어떤 것이 좋고 나는 여기에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만큼 저희도 이 친구가 여기 와서 얼마나 잘 적응할지도 중요해요. 일을 잘하는 친구여도 자기만의 고집이 너무 세면 뽑지 않으려 해요. 한두 명의 불협화음으로 커뮤니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지난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코로나 팬데믹 때 리빙 시장이 한창 호황이었잖아요. 스탠다드에이도 그랬나요?

류윤하 저희도 호황이었죠. 영원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더라고요.(웃음) 그래도 한번 커진 시장이 작아지진 않아요. 그 시기에 사람들의 눈이 높아졌거든요. 국내 인테리어 실장님들도 해외에 나가서 봐도 한국만큼 잘하는 데가 없을 정도로 요즘 한국에 잘하는 인테리어 팀이 정말 많아졌어요. 그만큼 집중도가 높아져 있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들이 더 잘하게 되는 선순환인 거죠. 예전 같으면 340만 원 짜리 의자라고 하면 다들 비싸다고 했는데 이제는 일반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져서 해외 디자이너 가구를 자신의 공간에 편하게 둔단 말이에요. 이러한 부분은 저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고요.

취미생활 프로젝트 열다섯번째, 캐드 클래스. 캐드 프로그램을 배우고 싶어하는 직원들을 위해 류윤하 대표가 직접 강의를 진행했다.

자신들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축한 프로젝트 스토리는 다음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스탠다드에이가 고유한 영역을 확장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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