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조구만 스튜디오: 기억과 경험으로 세계관을 설계하다
스튜디오 조구만 벤 대표 & 조디 작가
조구만 스튜디오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시작해 캐릭터 IP 비즈니스 중심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이들이 개발한 공룡 캐릭터 '브라키오'와 친구들은 실존 인물처럼 느껴지는 친근함이 특징이다.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맣지만 안 중요한 건 아니야"라고 외치는 캐릭터는 시대를 파고드는 글과 말로 MZ 세대를 사로잡았다. 몰입과 공감을 끌어낸 세계관 설계와 캐릭터 디자인 이야기를 만나보자.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맣지만 안 중요하단 건 아니야.’ 공룡 캐릭터 브라키오를 중심으로 ‘조구만’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한 조구만 스튜디오. 최근 2025년 새해를 맞이해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와 ‘푸른 뱀의 해’를 기념한 이모티콘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요. 이 외에도 이들이 그간 협업을 선보여 온 브랜드는 그 성격과 규모가 천차만별입니다. 종합식품그룹 대상, 프로야구팀 NC 다이노스,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비플레인, 서울대학교병원, 바네하임 브루어리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어떤 환경이나 조건 속에서도 이들이 구축한 세계관과 캐릭터는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는데요.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IP 비즈니스입니다. 이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시작한 조구만 스튜디오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퀀텀 점프를 한 계기가 되기도 했죠. 개연성을 갖춘 세계관 설계부터 글로벌로 확장하는 IP 비즈니스까지, 조구만 스튜디오의 창작 커리어와 노하우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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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1. 끝과 시작 사이, 조구만 스튜디오
2024년 연말과 2025년 연초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연이어 공개했어요. 가장 가깝게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BVLGARI)와 함께 새해를 기념한 스페셜 이모티콘을 선보였잖아요. 럭셔리 브랜드와 조구만 스튜디오의 조합이 신선하다는 평이 많더군요.
불가리 측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처음에는 럭셔리 브랜드와 ‘조그만 존재’를 이야기하는 저희의 이미지가 상충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있었죠. 하지만 조구만 스튜디오만의 스타일로 럭셔리 브랜드의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밌는 도전처럼 느껴졌어요.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물을 만들었던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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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을 디자인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도 궁금해요.
럭셔리 브랜드가 쌓아온 헤리티지가 있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귀엽고, 친근한 모습이어야 하지만 우습지는 않아야 했어요. 게다가 반지나 팔찌 등 브랜드 대표 제품도 자연스럽게 노출되어야 했죠. 또, 2025년이 ‘푸른 뱀의 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를 기념하는 요소도 디자인에 녹여야 했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캐릭터인 브라키오를 주인공으로 디자인했는데요. 뱀의 탈을 쓰고 있거나 뱀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모습부터 제품 로고가 담긴 선물 상자나 쇼핑백을 든 모습까지 연말연시의 감정을 담은 디자인을 기획해 선보였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선보인 작업도 이야기해 보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미디어파사드 축제 <서울라이트 DDP 2024 겨울>에 참여하셨어요.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는데 작업 성격도, 규모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잖아요.
<서울라이트 DDP 2024 겨울>의 영상 연출을 맡은 미디어 아트 레이블 ‘버스데이(VERSEDAY)’측에서 먼저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주셨어요. 버스데이와는 앞서 서울대학교병원의 외래공간인 대한외래에 미디어 아트 작업을 선보인 경험이 있었거든요. <멍, 사색>이라는 주제로 가로 36m, 세로 11.2m의 멀티시네마월을 채운 영상 작업을 제작했는데 그때의 협업 및 제작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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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어떤 경험이 이번 작업에 도움이 됐던 걸까요?
아무래도 함께 일해 본 버스데이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작업의 프로세스가 익숙했던 게 도움이 됐고요. 무엇보다 서울대학교병원 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 아트로 무언가를 표현할 때 저희에게는 캐릭터가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캐릭터 회사의 경우 어떤 작업을 하든 간에 캐릭터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미디어 아트는 그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가 먼저 고민되어야 하죠. 이때 캐릭터는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화자 또는 매개체로 역할을 하는데요. 캐릭터를 벗어나 어떻게 작업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DDP에서 소개한 미디어 아트 작업에서 전하고 싶으셨던 메시지가 있다면요?
한 해의 마무리, 그리고 또 다른 해의 시작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목도 <끝과 시작 사이>라고 지었어요. 브라키오의 웅장하고 화려한 등장부터 요동치는 감정의 변화를 지나 소중한 친구들과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내용인데요. 각기 다른 음악 장르를 기준으로 영상을 크게 세 가지 파트로 구분했어요. 음악 연출은 윤상 감독님이 맡으셨는데요. 웅장한 음악, 박자감 있는 EDM, 편안한 선율의 음악까지 각기 다른 음악 레퍼런스를 전해드렸고, 이를 참고해 영상에 음악을 잘 녹여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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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건물 외벽을 모두 채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222m에 이르는 DDP 외벽을 모두 채우는 게 쉽지 않더군요. (웃음) 실제로 영상을 구동했을 때 어떻게 보일지 상상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막막하기도 했고, 기획 방향을 확정하는 데 마지막까지도 어려움이 있었죠. 버스데이에서 함께 고민해 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시 기간 중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어떤 사람들은 영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더라’ 등 기분 좋은 피드백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PLUS 2. MZ 세대 국민 공룡이 된 브라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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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키오라는 공룡 캐릭터를 그리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사실 처음부터 캐릭터를 그리겠다고 결심했던 건 아니에요. 2017년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나간 적이 있는데요. 곰돌이, 토끼, 고양이, 강아지를 귀엽게 표현한 작업이나 굿즈가 정말 많더라고요. 이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둘러봤는데 공룡이 없었어요. 공룡을 무섭지 않게 그려보면 어떨까 싶었죠. 공룡 백과사전을 펼쳐두고 외형적으로 특징이 있는 공룡을 캐릭터로 그렸어요. 목이 긴 초식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브라키오)와 디플로도쿠스(디플로), 뿔이 달린 트리케라톱스(트리케라), 등에 커다란 판이 달린 스테고사우루스(스테고), 머리에 볏이 있는 파라사우롤로푸스(파라사우), 박치기로 유명한 파키케팔로사우루스(팔로), 물속에 사는 모사사우루스(모사), 하늘을 나는 프테라노돈(프테라), 갑옷을 두른 안킬로사우루스(안킬로), 그리고 티라노사우루스(티라노)까지. 조구만 세계관의 주인공들이 그렇게 탄생했죠.
말씀하신 세계관의 이름이나 설정도 독특하던데요.
조구만 세계관은 저희의 슬로건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맣지만 안 중요하단 건 아니야.’와 맞닿아 있어요. 캐릭터 대다수가 초식 공룡인데요. 초식 공룡이라고 해서 무시당할 수 없다는 일종의 ‘저항 정신’이 담겨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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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로부터의 반응이 뚜렷한 이유도 캐릭터와 세계관에 담긴 ‘저항 정신’ 때문인 걸까요?
아무래도 평소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을, 캐릭터를 통해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것에 공감을 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캐릭터나 세계관을 다루는 콘텐츠 중에서도 반응을 얻는 걸 보면 시대적으로나 시기적으로나 ‘시의적절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돌이켜보면 조구만 세계관도 미투 운동, 소수자 인권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이 불거졌을 즈음에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시대적인 맥락이 공명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조구만 세계관은 현실과 꽤 밀접한 셈이네요. 현실 속 사회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계속 변하잖아요. 지금도 변하고 있을 테고요. 공감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부분도 있어요?
시대의 현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에요. 사실 저희 스튜디오 구성원 대부분이 MZ 세대에 속해서요. 누구보다 가장 먼저 사회의 변화나 시대적인 흐름을 체감하고 있죠. 다만 우리가 이렇게 느끼는 걸 조구만 스튜디오를 응원하는 팬덤도 공감하는지에 대해서는 SNS 댓글 등의 반응을 통해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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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키오 뿐만 아니라 조구만 세계관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개성이 뚜렷해요. 서로 간의 관계 설정도 재밌고요. 세계관 구축이나 캐릭터 설정에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처음 생각했던 설정과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때면 밑그림이 없는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 들죠. 사실 처음에는 타이쿤 게임 하듯이 창조자의 관점에서 세계관을 구축했어요. ‘이 친구는 이런 행동을 하면 좋겠다.’, ‘이 캐릭터는 이런 설정을 유지해야 해’와 같은 식으로 세계관을 직조했죠.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으로 설정들이 끈끈하게 엮이는 게 아니라 콜라주(Collage)처럼 여러 설정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모습이 되더라고요. 개연성도 없고 연관성도 떨어졌죠. 그래서 세계관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꿨어요. 창조자의 관점이 아니라 관찰자의 시점으로 접근했죠. 캐릭터의 기억과 경험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행동할 지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점을 바꾸니 캐릭터의 설정이나 행동에 대한 이유가 명확해지더라고요. 그제야 이야기가 하나로 엮인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세계관을 구축하는 일은 사실 기억과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에요. 창조자의 시선이 아니라 캐릭터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생각으로 관찰자의 입장으로 접근해야 하죠.”
그렇다면 세계관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유연한 접근이요. 세계관의 틀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야 해요. 이미 세계관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악착같이 지키려고 하면 오히려 몰입이 깨지는 경우가 있어요. 캐릭터에 대해서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LUS 3. 디자인 스튜디오, IP 비즈니스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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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구만 스튜디오의 처음 시작은 디자인 스튜디오였지만 현재는 캐릭터 IP 비즈니스가 중심이 되었잖아요. 지금은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세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라고 스스로 정의하고 있어요. 특히 스토리텔링 기반의 창작 스튜디오라고 생각하는데요. 여기서 캐릭터는 조구만 스튜디오의 생각을 전달하는 하나의 매개체인 셈이죠. 앞으로 캐릭터가 아니라도 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초창기에 굿즈 리테일과 IP 비즈니스를 놓고 고민하기도 하셨다면서요. 후자를 택한 게 스튜디오 성장의 퀀텀 점프를 마련한 계기라고 들었습니다. 나름의 선구안이 있었던 걸까요?
2018년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참여가 계기가 됐어요. 행사에 참여한 부스를 둘러보기 위해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갔는데 대략 부스가 800개 정도가 펼쳐져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 중에서 5년, 10년 뒤 과연 몇 개나 살아남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리테일 비즈니스를 통한 당장의 수익도 중요하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튜디오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캐릭터의 IP 사업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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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비즈니스는 처음이었잖아요. 캐릭터를 사업화하는 과정도 궁금해요. 특히 정형화된 캐릭터 디자인을 규모도, 성격도, 타깃도 각기 다른 브랜드와 협업할 때는 어떻게 변형해 적용하는 건가요?
산리오, 스누피 등 앞서 캐릭터 IP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를 찾아보면서 조구만 스튜디오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저희도 파트너사들과 일을 하면서 하나씩 배운 셈이죠. 여타 IP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캐릭터 사용을 위한 가이드 매뉴얼이 있어요. 예컨대 이 캐릭터는 어떻게 그려야 하고, 인쇄할 때 CMYK는 몇 퍼센트이며, 팬톤 컬러 넘버는 이걸 사용합니다, 그리고 어떤 캐릭터와는 무슨 관계이기 때문에 함께 그릴 수 있고, 이 경우는 안 됩니다 등을 알려주는 룰 북(rule book)인거죠. 베이직 가이드뿐만 아니라 계절이나 특별한 이벤트, 또는 테마에 맞춰 업데이트를 거듭하는데요.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할 때 이를 배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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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구만 세계관의 팬덤도 IP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듯싶은데요. 유독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새로운 캐릭터 ‘우디’에 대한 반응이 유독 좋았어요. 우디는 조디 작가가 입양한 유기견인데요. 그간 공룡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작년에서야 우디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우디가 워낙 귀여우니까 사람들이 좋아해 준 거 아닐까 싶기도 해요. 강아지나 고양이 집사라면 누구나 자기 반려동물을 자랑하고 싶어 하잖아요. 인기에 힘입어 파트너사 IPX(구 라인프레즈)와 함께 대만에서 브라키오와 우디의 전시를 열기도 했는데요. 대만에 있는 모든 닥스훈트가 전시장에 온 것 같다는 반응도 기억에 남아요.
PLUS 4. 있는 그대로도 괜찮아, 보편적 메시지의 힘
![[Creator+]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조구만 스튜디오: 기억과 경험으로 세계관을 설계하다 16 resize DSC0682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resize_DSC06824-832x555.jpg)
캐릭터가 마냥 귀엽다고 해서 저절로 팬덤이 형성되는 건 아니잖아요. 국내를 벗어나서도 캐릭터가 인기 있는 걸 보면 글로벌 공감대가 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여러 이유가 있다고 봐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는 K-컬처 열풍이 기폭제가 된 부분도 분명히 있고, 슬로건이 애초에 한글이 아니라 영어였기 때문에 언어적인 장벽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겠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구만 스튜디오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진 보편성이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요?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솔직해요. 힘든 상황을 굳이 미화시키지 않고,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깍아내리지도 않죠. 반대로 행복만을 이야기하지도 않아요. 우울, 불안, 슬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숨기지 않고 드러내죠. 한쪽으로 휩쓸려서 반드시 무언가를 추구하지도 않고, 강박이나 편협한 시선에 머무르지도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해요. 국가나 문화를 불문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위로와 위안을 얻는 건 아닐까요?
한편, 조구만 스튜디오는 2명에서 시작해서 10명의 구성원을 갖춘 조직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죠. 과거와는 달리 전체적인 조직 구조나 관리에 있어서도 고민이 있을 듯해요.
저희는 콘텐츠, 캐릭터 개발, 브랜드 경험 세 개의 팀으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이 그림을 그리고, 모두가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함께 내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데요. 각각의 파트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창작을 하는 일은 몸 안에 있는 원료를 꺼내어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거든요. 조직 차원에서 모두가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하면 갖출 수 있을지를 최근에는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죠.
조구만 스튜디오가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 영역도 있을까요?
브라키오와 친구들의 이야기로 시트콤이나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두 작업 모두 캐릭터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보여주는 방식이나 형식을 달리한 케이스죠.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2068년에 조구만 캐릭터 탄생 50주년과 관련한 이벤트를 꼭 하고 싶어요. 50년 그 이상으로 오래오래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PLUS LIST
조구만 스튜디오의 벤 대표 &조디 작가에게 영감을 준 콘텐츠 3
- 브레이킹 배드
조디 작가는 미국 AMC에서 방영한 드라마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를 꼽았다. 평범한 화학 교사 ‘월터 화이트’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가족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마약 제조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도덕적 갈등, 권력 욕망, 인간 본성을 심도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도 알려졌다. 조디 작가가 또한 흔들림 없이 몰입을 이어가는 스토리텔링 구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선인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특정 상황과 주변 인물을 통해 악인이 되어 가는 모습은 현실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조구만 스튜디오가 구축한 세계관이 상상 속의 어떤 세상이 아니라 현실에 최대한 밀착함으로 몰입감을 높이게 된 것도 알게 모르게 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닐까?
- 모던 패밀리
조디 작가는 또 다른 작품으로 미국 인기 시트콤 드라마 <모던 패밀리(Modern Family)>를 언급했다. 서로 다른 가족 구조와 개성을 가진 세 가족의 일상을 다룬 내용의 작품이다. 대부분의 가족이 완전하지 않고, 언제나 갈등이 있고, 오해가 쌓이지만 결국 서로를 품에 안아주는 결론에 도달하는 점에서 치유를 받곤 했다고. “있는 그대로라도 좋아”라고 말하는 조구만 세계관 속 분위기와도 그 결이 닮아 있는 작품이다.
- 가장 다정한 전염
벤 대표는 TED 대표이자 수석 큐레이터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저서 『가장 다정한 전염(Infectious Generosity)』을 꼽았다. 이 책은 우리의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퍼질 수 있는지, 또 타인의 선한 의도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갖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룬다. 특히 벤 대표에게는 선한 행동을 한 다음에 남에게 알리는 걸 민망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고. 조구만 스튜디오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할 때도 감추기보다는 더 알릴 수 있는 용기를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한다.
TIPPING POINT
조구만 스튜디오가 설계한 세계관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의인화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이 SNS 계정이다. @joguman.studio에서는 브라키오를 중심으로 의인화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다. 피드를 보다 보면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처럼 느껴지곤 하는데, 초창기에 가로로 디자인했던 브라키오가 어느 순간 이족 보행을 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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