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롭게 문을 여는 글로벌 미술관&박물관 4
새 단장을 마친 글로벌 미술관과 박물관은?
2025년 새 단장을 마치고 관객을 맞이할 글로벌 미술관과 박물관을 소개한다. 각각의 건축 특징부터 개관전 정보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지금 만나보자.

2025년 새롭게 문을 여는 혹은 오랜 보수 기간을 마치고 재개관을 앞둔 글로벌 미술관과 박물관을 소개한다. 건축 디자인부터 전시장에서 소개할 콘텐츠까지 눈여겨보자. 대부분 정확한 개관일이 정해지지 않은 터라 관심 있는 곳이 있다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지속해서 소식을 확인하기를 권한다.
안도 타다오의 열 번째 건축물, 나오시마 신미술관
2025년 봄 개관 예정
‘예술의 섬’이라고 불리는 일본 나오시마에 새로운 미술관이 문을 연다. 올봄 개관하는 나오시마 신미술관(Naoshima New Museum of Art)이 바로 그것이다. 나오시마 신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가 설계했다. <베네세 아트 프로젝트(Benesse Art Project)>를 통해 선보이는 안도 타다오의 열 번째 건축물이기도 하다.

나오시마 혼무라 지구의 언덕에 자리한 미술관은 지상 1층과 지하 2층으로 총 3개 층으로 구성됐다. 세토 내해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의 지형을 최대한 활용했는데 건물의 높이를 낮추고, 지하로 공간을 확장했다. 미술관 내부에는 총 4개의 전시장을 갖췄다. 특히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성격이 두드러진 커미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나오시마 신미술관은 상설전과 기획전을 모두 선보일 예정이다. 대게 미술관이 상설전 중심 또는 기획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이곳 미술관은 두 가지 방향성을 모두 혼합해 운영한다. ‘나오시마’ 이름을 딴 첫 번째 미술관인 만큼 상설전을 통해 나오시마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새로운 주제를 선보이는 기획전을 통해 지속적인 관람객 유치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오는 2025년 봄 개관과 함께 선보일 개관전은 아시아 지역의 저명한 현대미술가 11명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도호, 무라카미 다카시, 아이다 마코토, 마사 아티엔자, 차이궈창, 침↑폼 프롬 스마파!그룹, 헤리 도노, 인디게릴라스, N.S.하르샤, 사니타스 프라디타스니, 파나판 요드마니가 참여한다.
돌아온 철강 재벌의 수집품, 뉴욕 프릭 컬렉션
2025년 4월 개관 예정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자리한 프릭 컬렉션(The Frick Collection)이 오는 4월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프릭 컬렉션은 철강 재벌 헨리 클레이 프릭(Henry Clay Frick)이 수집해 온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예술품을 기반으로 1935년에 설립했다.

생전 그가 거주했던 저택을 개조한 프릭 컬렉션은 지난 2021년부터 대대적이 보수 및 확장 공사를 진행하며 문을 닫았다가 무려 4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연다. 예술 공간, 박물관, 문화유산 건물 등의 복원과 현대화를 전문으로 해 온 셀도르프 아키텍츠(Selldorf Architects)가 재건축 디자인을 도맡았다.

이번 재개관에서는 새롭게 설치된 1층 캐비닛 갤러리와 대중에게 처음 공개될 2층 갤러리를 눈여겨봐야 한다. 드가, 고야, 루벤스 등 대가들의 스케치와 드로잉 작품 12점이 캐비닛 갤러리에 소개되며, 프릭 패밀리의 개인 거주 공간을 10개의 갤러리로 탈바꿈한 2층 공간에서는 도자기부터 희귀 초상화, 시계, 금박 회화 등 수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1층과 2층에서는 우크라이나 출신 예술가 블라디미르 카네프스키(Vladmir Kanevsky)가 1935년 프릭 컬렉션 첫 개관 당시의 꽃 장식을 연상시키는 도자기 꽃 조각 작품을 전시한다. 오는 6월 개최할 특별전도 눈길을 끈다. 프릭 컬렉션의 소장품 중 걸작을 재조명하는 전시로 제목은 <베르메르의 러브레터(Vermeer’s Love Letters)>다.
이주와 이민의 역사를 담다, 페닉스 이주 박물관
2025년 5월 16일 개관 예정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시티 하버에 자리한 과거 대형 창고를 리노베이션 한 페닉스 이주 박물관(FENIX Museum of Migration)도 올해 개관을 앞두고 있다. 페닉스 이주 박물관은 이주의 역사와 이야기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 사진, 건축 등 예술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주와 이민의 주제를 탐구한다.

한편, 오는 5월 16일 문을 열 페닉스 이주 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장소성이다. 박물관과 동명의 페닉스 창고(Fenixloods)는 1923년에 지어진 세계 최대 물류 창고 중 한 곳으로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네덜란드와 미국을 잇는 노선을 이용한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이 물건을 보관하는 곳으로 사용됐다.

페닉스 이주 박물관은 과거 장소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중국의 매드 건축사무소(MAD Architects)가 설계를 맡았다.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매드 건축사무소 설립자인 마 얀송(Ma Yansong)은 프로젝트를 리드했는데, 박물관 가운데 유기적 형태의 건축 구조물을 설치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명 ‘토네이도’라고 부르는 나선형 계단 구조물을 두고 그는 “토네이도는 이주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곳은 과거 유럽의 이주 역사를 항구에서 목격하는 공간이자, 동시에 로테르담의 미래를 상징하는 장소이다.”라고 설명했다.

박물관 개관을 기념하는 두 개의 전시도 열린다. <모든 방향: 당신을 움직이는 예술(All Directions: Art That Moves You)>는 지난 5년간 정비한 페닉스 컬렉션에서 150개의 예술 작품과 유물을 선보인다. 우고 론디노네, 빌 비올라, 김수자, 서도호, 단 보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로트레담 주민들의 개인적인 기념품과 이주 이야기를 담은 유물도 한데 모여 소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전시 <이주자 가족(The Family of Migrants)>는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의 전시 <인간 가족(The Family of Man)>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55개국 136명의 사진작가가 촬영한 194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전시로 19세기 후반부터 오늘날까지의 이주 이야기를 이미지를 통해 탐구한다.
7년 만에 돌아온 뉴욕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
2025년 가을 개관 예정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아프리카계 예술 기관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Studio Museum in Harlem)이 올해 가을 문을 연다. 지난 2018년 리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은 지 무려 7년 만이다.

맨해튼 125번가에 새롭게 둥지를 튼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가 건축 설계를 맡았다. 총 7개의 층으로 구성된 미술관 건물에는 전시 공간을 비롯해 극장, 교육센터, 예술가 레지던시, 카페,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다.


(오른쪽) Jordan Casteel, Kevin the Kiteman, 2016. Oil on canvas, 78 × 78 in. Studio Museum in Harlem; Museum purchase with funds provided by the Acquisition Committee 2016.37; Courtesy the artist. Photo: Adam Reich
오는 가을에 개관을 앞둔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의 첫 전시는 흑인 예술가 톰 로이드(Tom Lloyd)를 조명한다. 1968년 미술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선보인 전시에도 소개된 바 있는 톰 로이드의 작품은 흑인 예술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흑인 예술의 보존, 홍보, 교육을 지향하는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재개관으로 선보이는 첫 전시로서 제격이라는 평이다.
한편, 미술관의 재개관에 대해 미술관장이자 수석 큐레이터인 텔마 골든(Thelma Golden)은 “이 건물은 125번가에 흑인 예술가들의 작업에 헌신하는 미술관을 만든다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 온 사람들의 공통된 염원을 드러낸다.”라며 7년 만에 돌아온 미술관의 의미를 되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