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메이킴의 A to Z: 미야오 앨범 모션 그래픽부터 페기구 VCR까지
메이킴 비주얼 아티스트·오브젝트 모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앨범 아트워크부터 애니메이션, 공연 퍼포먼스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메이킴.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경계에서 장르를 허무는 작업을 선보여 온 그의 작업 세계를 키워드로 살펴본다.

3D는 디지털 캔버스에 축의 균형을 잡아 체계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결과물을 앞둔 시점에 렌더링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외피와 내피까지 단단히 엮어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것이죠. 어쩌면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에게 숙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편집, 그래픽, 영상 디자인까지 시각 디자인 전방위를 아우르는 메이킴의 작업이 무르익고, 숙련도 높은 작업이 세상 밖에 알려지기까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제 메이킴은 자신이 쌓아온 경험을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눌 수 있는 시각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중인데요. 그가 자신만의 관점으로 쌓아올린 디지털 아카이브를 A부터 Z까지 들여다봅니다.
프로젝트 A to Z
Album Artwork |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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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아트워크는 단순한 이미지 제작을 넘어, 한 장의 작품 안에 음악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담아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가 점차 움직이는 이미지를 선호하면서 앨범 커버 디자인도 진화하고 있다. 메이킴은 뮤지션 림킴(Lim Kim)의 〈SAL-KI〉를 비롯해 최근 미야오 데뷔 싱글 〈MEOW〉의 모션 그래픽 작업까지 다양한 도전을 이어왔다.
특히 ‘미야오’ 프로젝트에서는 그림 기반 모션 그래픽에서 세밀한 조정 과정을 거쳤다. 그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전체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해 고양이 손톱에서 이펙트가 나오는 순간까지도 미세하게 조정해 디테일을 완성했다.
![[Creator+] 메이킴의 A to Z: 미야오 앨범 모션 그래픽부터 페기구 VCR까지 3 20250205 140156](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05_140156-832x832.jpg)
![[Creator+] 메이킴의 A to Z: 미야오 앨범 모션 그래픽부터 페기구 VCR까지 4 20250205 14080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05_140801-832x832.jpg)
뮤지션 문수진과 협업했던 경험 역시 그의 창조성을 드러낸 사례 중 하나다. 문수진의 나비라는 상징성을 통해 힘든 시기를 털어내고 새롭게 날아오르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단순히 이미지를 제작에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와 긴밀히 소통하며 메시지와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라드 뮤지엄(Lad Museum)의 앨범 커버 작업은 추상적인 기획 의도를 구체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라드 뮤지엄이 외국 생활 중 느낀 고독한 감정과 흰색 박물관 창문 너머 엿본 파란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커버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초기 단계에서는 콘셉트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대화를 통해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했고, 결과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끌어낸 성공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메이킴은 끊임없는 도전과 소통으로 디지털 시대 속 변화하는 음악 산업에 발맞춰 나가며, 청중에게 더욱 깊은 감동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Childhood |
C |
“언젠가 예술을 하리라 짐작했어요” 중학교 1학년, 유학길에 올라 순수 미술을 공부하게 된 메이킴은 고독한 감정이 들 때면 그림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내곤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 그의 터전은 해외였다. 전혀 다른 인종과 언어를 경험하면서 위축되고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는 데 캔버스와 펜, 붓이 든든한 동료가 됐다. 그는 미대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대학 생활을 했던 ‘볼티모어’는 흑인 인구 비율이 60%가 넘는 지역이었는데, 2016년 미 법무부가 볼티모어 시 경찰에 대한 인종차별적 행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정도로 뿌리 깊은 갈등의 역사가 있는 곳이었다. 이 지역에서 그는 흑인 친구들이 불심검문을 당하는 행태를 목도하며 인권 운동 단체에 몸담기도 할 정도로 열성적인 학생이었다. 표현에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것. 다루는 도구와 말하는 매체가 달라져도, 이야기와 의미를 전하는 방식은 다르지 않다.
Digital Content Creator |
D |
NFT부터, SNS용 AR 필터, 공연이나 콘서트에서 무대와 함께 이용되는 비주얼 영상인 VCR, 생성형 AI를 활용한 프롬프트 디자인까지. 그는 3D를 주재료로 예술과 기술을 혼합해 시대의 흐름을 읽는다. 가상의 영역을 캔버스 삼아 익숙한 대상을 디지털 언어로 치환한다. 서사를 부여하고 맥락을 만든다. 치밀하게 설계된 메이킴의 디지털 콘텐츠는 다시 브랜딩의 수단으로, 시각물의 키 비주얼로, 아티스트의 무대를 빛나는 요소로 다양하게 확장된다.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는 얼리어답터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최신 기기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살았어요. 소풍도 과학 박물관으로 다닐 정도였죠. 아인슈타인이 예술과 과학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듯, 신기술이 앞으로 만들어낼 예술의 풍경이 어떻게 펼쳐질지 걱정보다 기대가 커요.”
Festival Art Director |
F |
국립극장이 주최하는 대표적인 음악 행사인 〈2024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 메이킴은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며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이 행사는 국악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하여 관객들에게 독특한 감동을 선사했다. 메이킴은 처음 작업 제안을 받았을 때 국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유년 시절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탓에 국악이 낯설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극장의 프로듀서들이 직접 찾아와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명하며 설득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12인의 아티스트가 각자 1시간씩 개인 무대를 진행했으며, 이를 하나로 묶어줄 입체적 키 비주얼 제작이 필수적이었다고 전했다. 메이킴은 키 비주얼 작업뿐 아니라 ‘메이킴 〈장면들(Sceneries)〉’이라는 이름으로 거문고, 가야금, 그리고 미디어 아트를 어우르는 무대를 기획했다. 이는 이전에 브랜드나 기업들과 진행했던 작업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디지털 화면에서 그래픽 이미지를 구현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국악인의 소리와 합을 맞추는 데 집중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황진아 작가와 박선주 작가 등 독창적인 국악인을 섭외해 거문고와 가야금을 EDM처럼 연출하거나 춤을 추며 연주하는 등의 혁신적인 시도를 함께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협업 과정은 PPT 발표 등을 통해 서로를 설득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덧붙였다. 완성된 무대는 조선시대 궁중음악 ‘수연장지곡’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라인을 통해 기-승-전-결 구조를 따랐다. 도입부의 차분한 소리부터 단독 연주 무대, 마지막 듀엣 공연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발산되는 피날레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국악’도 ‘무대’도 처음인 제게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신 〈2024 여우락 페스티벌〉 박우재 예술 감독님이 귀인이었어요. 우재 감독님이 거문고를 술대(대나무로 만든 채)가 아닌 활로 연주하는 파격적인 기법으로 주목받은 분이에요. 본인의 무대도 실험 정신으로 임하기 때문에 열린 시각으로 제 작업을 바라봐 줬어요. 도리어 예산 때문에 주춤했던 부분, 가령 영상 패널 같은 것도 더 다양한 방향성을 제안하는 식으로요.”
Gentle Monster |
G |
![[Creator+] 메이킴의 A to Z: 미야오 앨범 모션 그래픽부터 페기구 VCR까지 5 20250205 14533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05_145335.jpg)
![[Creator+] 메이킴의 A to Z: 미야오 앨범 모션 그래픽부터 페기구 VCR까지 6 20250205 14560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05_145608-832x1109.jpg)
연고도, 인맥도 없었던 국내에서 초석을 닦을 수 있었던 건 몸담고 있던 조직의 영향이 컸다. 메이킴을 이야기할 때 ‘젠틀몬스터’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젠틀몬스터의 ‘프로젝트 파트’팀에서 비주얼 에디터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젠틀몬스터의 글로벌 상업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거나, 누데이크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포괄적인 업무를 맡았다. 또 맥락과 서사를 중시하는 콘텐츠 제작 방식은 젠틀몬스터의 F & B 브랜드 ‘누데이크’의 아트 디렉터인 박선아를 사수로 두며 확고해졌다고.
Object Mode |
O |
메이킴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독립하여 혼자 일하던 중, 작업실에서의 고독함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이에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일할 방법을 고민했고, 출퇴근에 비교적 자유롭고 프로젝트 참여의 자유도가 높은 형태의 조직을 구상했다. ‘오브젝트 모드(Object Mode)’라는 이름도 여기서 탄생했다. 팀원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3D 프로그램인 ‘Cinema 4D(C4D)’와 옥테인 ‘렌더(Octane Render)’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이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오브젝트 모드’는 대상의 형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는 팀원들이 느슨한 연대감으로 선명한 작업물을 완성하는 모습과 닮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팀 이름을 ‘오브젝트 모드’로 정했고, 현재는 매우 끈끈한 관계로 발전했다고. 현재 오브젝트 모드는 총 5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표는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실무를 담당합니다. AI 마스터 신원, 젠틀몬스터에 입사한 재석, 분위기 메이커 성호, 그리고 최근 합류한 사진 전문가 민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달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맞는 커리큘럼을 공유하며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디자인 커뮤니티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Peggy Gou’s VCR |
P |
2024년은 메이킴에게 매우 특별한 해였다. 좋아하는 페기구의 공연 VCR을 제작한 것. 무대에서 국립극장에서의 마지막 공연과 DDP에서 시작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프 페스티벌은 처음으로 페기구와 호흡을 맞춘 자리였기에 부담이 컸지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국립극장 이후 바로 이어진 작업 덕분에 조명이나 콘솔 뒤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었고, 영상 흐름을 짜는 데도 자신감을 얻은 것. 무대 위가 아닌 콘솔에서의 경험은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일이었다고 한다.
“페기 언니와의 작업은 각 나라에 맞춰 VCR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주된 역할인데요. 한국에서는 한글 디자인으로, 일본에서는 2D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영상을 만드는 식이죠. 최근에는 F1 두바이 아부다비 그랑프리 오프닝에서 페기 언니를 드라이버로 설정한 스토리를 만화 형식으로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국립극장에서의 작업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 같으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기대됩니다.”
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
R |
메이킴은 학창 시절부터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와 같은 초현실주의 작가를 좋아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직접 미술관에서 접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표현하는 방식에 매료됐다고 한다. 또 1920년대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진 문예·예술사조가 인간의 무의식을 어떻게 묘사했는지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고. “우리의 내적 세계가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더욱 현실적이다”라는 샤갈의 말은 무의식을 작품 세계로 끌어들이며 가시화하는 창작자의 역할을 더 선명하게 나타낸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Creator+] 메이킴의 A to Z: 미야오 앨범 모션 그래픽부터 페기구 VCR까지 7 20250205 12081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05_120811.jpg)
![[Creator+] 메이킴의 A to Z: 미야오 앨범 모션 그래픽부터 페기구 VCR까지 8 20250205 11581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05_11581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