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통해 마주하는 나의 초상, 포트레이츠앤드피플
차와 인문학을 결합해 삶의 영감을 제시하는 포트레이츠앤드피플의 브랜드스토리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차. 그 차를 통해 사색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브랜드 포트레이츠앤드피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차는 여유를 선사하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특별한 매개체가 된다. 티 타임, 즉 차를 마시는 시간은 단순한 휴식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는 교류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차. 그 차를 통해 사색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브랜드 포트레이츠앤드피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문성환 포트레이츠앤드피플(Portraits and People) 대표

— 포트레이츠앤드피플이라는 브랜드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이름에 특별한 이유나 스토리를 부여하기보다 총체적인 인상을 함축하고 싶었습니다. 포트레이츠앤드피플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집 제목입니다. 브랜드의 슬로건인 ‘차로 마주하는 나의 초상, 그리고 사람들’이라는 관점에서 닮은 점이 많은 그림집이라고 생각했어요. 초상화, 자화상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과 사유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심리적인 메커니즘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어떤 차들을 소개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차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각 시즌 티 큐레이션은 저희에게 영감이 되었던 이야기들, 예를 들면 ‘차茶, 잊혀진 여백과 단순함에 대하여’, ‘물의 안무, Choreography of Water’ 같은 테마를 토대로 차와 사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은은하면서도 바디감이 풍부한 차들을 소개하기 위해 많은 산지와 다원을 다니며 샘플을 마셔보고 셀렉트하고 있습니다. 너무 강한 맛과 향보다는 단정한 느낌의 차를 위주로 선택합니다. 선택한 차들은 각자의 캐릭터가 뚜렷해 각기 다른 특색을 느낄 수 있습니다.
23년에는 중국, 대만이 산지인 동아시아 차, 그리고 티백 시리즈를 출시하였고, 24년에는 한국의 우전, 호지, 쑥차를 추가해 현재 총 8종의 차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 차 제품의 이름에 농당스(NONDANSE), 레이지 에프터눈(LAZY AFTERNOON) 등 각각의 이름이 붙어있더라고요. 네이밍 선정 방식과 과정이 궁금해요.
인상주의적인 발상을 토대로 지어진 이름들입니다. 우롱차가 뿜어내는 꽃향을 맡고, 꽃향기에서 공원과 오후를 연상해 떠올리게 됩니다. 공원과 오후의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리다 보면 ‘게으른 오후, 레이지 에프터눈’라는 이름과 서사가 완성됩니다.
반대로 전체적인 시즌을 기획할 때 특정한 인상을 모티프로 삼고 테마를 먼저 스케치하기도 하는데, 이 방식이 셀렉트한 차와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녹색의 차,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콘셉트를 기획할 때 자연의 순환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적어요. 그중 하나가 ‘만물의 숨’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만물에 공유하는 공기, 숨, 바람에 대한 이야기였죠. 콘셉트를 짜고 나서 셀렉트한 차 중에 마침 제주 호지차가 있었어요. ‘만물의 숨, 제주 호지차’라는 이름은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 붙이게 되었습니다.

— 한방 전통 첩약 모양을 하고 있는 패키지가 흥미로워요.
첩약을 모티프로 한 패키지 디자인은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아이디어였어요. 한약방을 운영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착안했죠. 하얀 종이를 정성스레 접어 한약을 소분하시던 모습이 익숙하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정서를 담아 전통적인 첩약의 방식을 패키지 디자인에 적용했습니다.


저희 첩약 패키지는 전통의 형식과 형태를 바탕으로, 디테일에서는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일러스트를 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함께한 툴프레스와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지’라는 소재를 중요한 요소로 삼아,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죠. 패키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는 브랜드 방향성을 설정할 때부터 구상한 이미지로, 목가적이고 동양적인 동시에 그로테스크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지향했습니다. 산속 오래된 집의 삐걱거리는 마루, 어둡지만 빛이 스며드는 신비로운 공기, 낡은 찻장 속에 정갈하게 놓인 제품 같은 장면을 상상하며 디자인을 발전시켰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일러스트는 영화 <서스페리아>에 나오는 수영장의 아치와 물결을 상징하거나, 연무를 모티프로 한 디자인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 SNS에 아카이빙하고 있는 콜라주 작업들이 눈길을 끌어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다양한 기법 중 콜라주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콜라주가 주는 낯선 감각을 좋아해 왔기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콜라주 기법을 응용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세심하게 생각해 본다면 차를 향유하기 위한 일종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브랜드에 대한 총체적인 인상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적 관점으로 보면 상이한 조합이 주는 신선함이 있는 것 같아요. 창조하고 싶은 브랜드 인물과 캐릭터가 있었고 그 인물의 복합적인 인상을 표현하는 데 콜라주라는 기법이 가장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의도된 불협화음으로 만들어지는 독특한 뉘앙스 같은 것 말이죠. 논외의 이야기이지만 가끔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콜라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차와 인문학을 함께 접목시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차 그리고 차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여러 것에 대해 생각하는 브랜드입니다. ‘여러 것’이라 표현한 것은 그 잠재력 때문인데요. 넓게는 문화나 예술, 라이프스타일이 될 수도 있고, 취향이나 삶에 영감이 되는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의미를 조금 더 확장시켜보면 브랜드의 목적을 차에 두는 것이 아닌, 차를 그 이상의 것을 탐구하는 매개체로 삼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깊이 있는 생각과 사유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매개체로 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며,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려고 합니다.
— 윤경희 작가와 진행한 일상차담이라는 콘텐츠도 흥미롭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어떤 콘텐츠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경희 작가님께서 첫 시작을 함께 해주신 ‘일상차담日常茶談’은 작가들과 함께하는 릴레이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차에 대한 생각과 인상을 담아 구독자, 구매자분들과 함께, 차라는 공통된 주제로 삶의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나누고자 하는 기획입니다. 차를 향유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는 주제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차를 주제로 한 형식 무관의 콘텐츠가 비정기적으로 발행될 예정이에요. 글이나 사진, 그림, 영상 그리고 음악도 될 수 있습니다.


— 최근에는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을 시도하고 있으신데, 어떤 협업인지 설명해 주신다면.
브랜드 론칭 전부터 계획하고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었는데, 최근 협업 결과물이 나오고 있어 저희도 기쁩니다. 첫 콜라보는 ‘물의 안무’ 티백에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이송희 작가님부터입니다. 특유의 세밀한 묘사로 신비롭고 몽환적인 작품을 그려주셨어요.

최근 협업으로는 <암전暗轉의 빛>이란 기획전을 론칭했어요. 도예가 권새암 작가와 함께 약 7개월가량의 긴 논의를 거쳐 출시된 한정 작품입니다. 앞서 차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여러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차 농장, 세라미스트, 작가들과 협업하며 많은 사람이 차를 더 깊은 방식으로 즐기고 만날 수 있도록 차 문화의 한 형태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 포츠레이츠앤드피플이 그리는 한국의 차 문화는 무엇인가요?
먼저 저희가 생각하는 차의 모습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차에 대해 생각할 때 항상 떠오르는 장면이 몇 가지 있습니다. 중국에 가면 택시 기사님들이 낡은 플라스틱 통에 찻잎을 우려서 물처럼 가지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저희는 물로 음용되는 차를 보면서 큰 인상을 받았는데, 그 모습이 차의 본질적인 모습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자연스럽고 일상에 그만큼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종종 차의 탈을 쓴 물, 물의 탈을 쓴 차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결명자차, 보리차를 물병에 담아 물처럼 마시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잖아요. 너무 당연하게 여기던 기억이 오히려 차를 마신다는 것을 거창한 행위라고 생각이 들게 만들어 한국의 차 문화를 몰아낸 것이 아닐까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모습은 여러 가지입니다. 일상에서 물로 마시는 차도 차이고, 다도로 마시는 차 역시 차입니다. 특정한 모습으로 제한을 두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향유할 수 있는 한국 차 문화를 그려가고 싶습니다.
— 지금 시즌에 잘 어울리는 차와 페어링할 만한 음식을 추천해주신다면.
겨울이지만, 냉침 유기농 녹차를 추천합니다. 찻잎 10g, 물 1.5L, 10시간의 레시피로 쉽게 차를 만들어 보세요. 식사 후에 마시기도 좋고 어느 디저트와도 어울리는 ‘일상의 물’을 경험해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만약 티푸드와 함께 페어링을 하고 싶다면 호지차와 약과를 함께 곁들여도 좋아요. 추운 겨울에 호지차와 함께하는 한국 다과는 매력적인 조합입니다.


— 앞으로 포트레이츠앤드피플이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나요?
브랜드 슬로건 중 하나가 ‘차와 함께 삶에 영감이 되는 취향과 아이디어를 제안한다’입니다. 다양한 생각, 이야기, 장면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차와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가진, 삶에 영감을 주는 다차원적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