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를 디자인하다, 빅터 솔로몬
스테판 커리가 들어올린 트로피는 누가 디자인했을까
거친 몸싸움이 가득한 NBA 코트를 자신의 아틀리에로 만든 아티스트가 있다. 농구를 주제로 아트 작업을 하며 명성을 쌓아온 아티스트빅터 솔로몬의 인터뷰.

지난달 전 세계의 농구팬을 열광시킨 ‘NBA 컵’ 토너먼트, 빅터 솔로몬은 리그 30개 팀의 코트와 우승 트로피의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농구를 주제로 스테인드글라스 백보드와 크리스탈 농구공 등을 내놓으며 명성을 쌓아온 인물. 몇 년간 NBA의 각종 트로피와 우승반지까지 제작해온 그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던졌다.
Interview
빅터 솔로몬Victor Solomon 아티스트

NBA 컵 토너먼트의 코트부터 우승 트로피까지
NBA 컵 토너먼트에 적용된 코트를 모두 디자인했다고 들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화려한 색감과 패턴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나요.
NBA와의 협업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농구 코트라는 캔버스의 물리적 크기만큼 실패할 위험도 커 보였죠. NBA 측에서는 토너먼트 코트에 대해 매우 대담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어요. 정규 시즌 코트와 직관적인 차이를 줘서, 멀리서도 뭔가 다르게 보이길 원했죠. 저는 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면서도 선수들에게는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여러 번의 반복 작업을 거쳐야 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코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도 궁금합니다.
30개 팀 코트에서 반복 가능한 요소를 적용하고 싶었어요. 한편으론 그 요소가 너무 튀지 않고 자연스럽길 바랬죠. 문득 이 토너먼트가 세 단계, 즉 조별리그와 8강 토너먼트, 결승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이를 참조해서 3단계로 중첩된 동심원을 만들었습니다. 그 위에는 ‘스토리텔링 레이어’를 얹었어요. 각 팀이 불투명도 30%의 흰색 레이어에 각자의 개성을 커스터마이징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팀은 제 제안을 유지했고, 다른 팀은 자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죠. 제가 가장 만족했던 결과물은 포틀랜드 블레이저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샬럿 호네츠의 코트입니다.


Tiffany & Co.와 함께 챔피언십 트로피도 제작했죠? 사실 2022년에도 컨퍼런스 및 파이널 우승, 올스타 트로피 등을 디자인했기에 Tiffany & Co.와의 협업이 처음은 아닐텐데요. Tiffany & Co.의 전문가들과 함께 한 경험은 어땠나요.
NBA와 Tiffany & Co.의 협업은 오래된 전통입니다. Tiffany & Co.가 플레이오프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제작해 온 것이 48년째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어온 시그니처 실루엣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조금씩 발전시키는 것이 제 목표였죠. 2022년이나 이번에나 과정은 비슷했습니다. 매우 협력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로 컨셉트과 접근 방식을 공유했죠. 무엇보다 Tiffany & Co. 할로우웨어 공방에 있는 장인 분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언제부터 NBA와 작업을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누구로부터 어떻게 연락을 받았나요.
제가 농구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2015년 말이었어요. 바로 다음 해인 2016년에 NBA의 누군가가 협업에 대해 문의해 왔습니다. 저는 역으로 트로피 작업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봤죠. 당시만 해도 NBA 안에서 트로피 문제는 조금 후순위였고, 관련한 업무도 여러 팀에 흩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따라서 작은 캡슐 제품 몇 개부터 공동 제작하게 되었죠. 그래도 트로피 디자인 작업을 위해 계속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침내 조직 내부에서 크리스토퍼 아레나라는 사람이 제 비전을 공유해주었고, 4년 후 서로 연락이 닿아 트로피 리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유명 선수가 작업을 의뢰해오기도 하나요.
2016년 즈음에 갑자기 나이키에서 연락이 왔어요. 케빈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했는데, 그의 샌프란시스코 입성을 환영하는 작업을 해 달라고 했죠. 당시는 경력 초기였고 제가 하는 일에 확신도 없던 상황이라 조금 망설였어요. 그런데 나이키가 믿어주고 힘을 실어준 덕에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제 프로젝트가 훨씬 더 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죠.


NBA와 협업하며 많은 스타들을 만나봤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코비 브라이언트가 은퇴한 후에 그의 화보 촬영을 위한 세트를 만든 적이 있어요. 안타깝게도 그의 마지막 촬영 중 하나가 되고 말았습니다. 코비는 그의 전성기 시절 만큼이나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줬어요. 짧은 순간에도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농구를 주제로 아트 작업을 한 이유
스포츠와 예술을 결합한 당신의 작업은 정말 독특합니다. 유리 공예가, 스포츠 디자이너, 농구 애호가···. 어떤 호칭으로 불리길 원하나요.
음, 어려운 질문이군요.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열광하는 게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 말하자면 행운아라고 불려야 할 것 같네요.
농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어떻게 농구를 주제로 한 아트 작업에 입문하고 몰두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보스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당시 하키를 정말 해 보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았죠. 반면 농구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잖아요? 저 역시 농구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죠.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영화 일을 하던 중 스테인드글라스를 접하게 됐고 매력을 느꼈어요. 아예 한 공방의 견습생이 되어 기술을 배운 후 첫 번째 프로젝트로 농구 백보드를 만들었습니다. 개인 SNS에 올렸더니 입소문을 타면서 아트바젤 마이애미에 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또 몇 달 간격으로 뉴욕과 LA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도자기 기법인 킨츠기 공정을 적용한 작품이 인상적입니다. 작품을 만들때 어디서 영감을 얻거나 영향을 받나요?.
농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지닌 기법이나 소재를 찾아다닙니다. 다른 작품들 속에서 예술과 스포츠의 융합 사례를 발견하려고도 하죠. 킨츠기는 여정의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기법입니다. 이를 적용해 도자기 농구공을 만들었는데, 선수가 겪게 되는 여정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포츠와 관련 없는 예술가들도 많은 영감을 주곤 합니다. 저는 올라퍼 엘리아슨과 아니쉬 카푸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보스(Bose)나 키스(Kith), 리복 등과의 상업적인 작업도 흥미롭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나요.
브랜드 파트너와의 협업은 큰 규모의 작업을 통해 창의성을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촉각적이고 실제적인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일이죠. 최근에는 ESPN과 함께 NBA 우승팀 선수들이 착용하는 고글 세트를 제작했어요. 전통적으로 파이널 우승팀은 라커룸에서 고글을 착용하고 서로 샴페인을 뿌리잖아요? 이때 샴페인이 눈에 튀지 않게 보호하는 제품입니다. 마치 트로피와 같은 상징성이 있기에 저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앞으로 계속 주얼리 콘셉트를 탐구하고 싶고, 내년쯤에 또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놓게 될 것 같아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제게 가장 우선순위는 저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이 스포츠에 보답하는 일입니다. 농구 코트가 부족한 지역에 코트를 복원하고 공급하기 위해 코트사이드라는 비영리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지역사회 커뮤니티에 새로운 영감과 기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