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어묵 브랜드에서 씨푸드 버거집까지,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
수산 가공식품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다
71년 전통의 어묵 브랜드 삼진어묵. 지난 12월 부산역 앞에 씨푸드 버거 레스토랑 '비킹후스'를 오픈했다. 어묵 브랜드가 씨푸드 버거집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킹후스는 부산의 어묵 브랜드 삼진어묵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씨푸드 버거집이다. 지난 12월 부산역 앞에 첫 선을 보였다. 높이 솟은 역사 앞 건물들 속에서 이들의 존재감이 돋보인 건 바로 독특한 콘셉트 덕분이다. 노르웨이어로 비킹후스는 바이킹의 집을 뜻한다. 바이킹의 일상과 식문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부터 이들을 상징하는 전투배 ‘롱쉽’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까지.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에게 삼진어묵이 씨푸드 버거집을 론칭한 배경과 마케팅 전략을 물었다. 공간 디자인과 브랜딩을 맡은 디자인 바이 팔삼(김민석, 남동현, 박찬언)과의 디자인 스토리도 함께 살펴보길 권한다.
Interview
박용준 삼진어묵 대표이사
1953년 부산에서 시작한 향토 기업 ‘삼진어묵’. 박재덕 창업주와 2대 박종수 회장의 뒤를 이어 3대인 박용준 대표가 2011년 가업을 맡아 영 중이다. 2013년에는 업계 최초로 ‘어묵 베이커리’를 오픈해 사양 산업으로 불리던 어묵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23년 12월 부산역 앞에 수산물 패티를 사용한 씨푸드 버거집 ‘비킹후스’를 오픈해 수산 가공식품의 또 다른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71년 역사를 지닌 어묵 브랜드가 만든 씨푸드 버거집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삼진어묵이 씨푸드 버거집 ‘비킹후스’를 지난해 12월에 오픈했어요. 비킹후스를 오픈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삼진어묵의 비전은 바로 ‘어묵 문화의 창출’인데요. 2013년 업계 최초로 시도한 ‘어묵베이커리’를 시작으로 수산 가공식품 중 하나인 어묵이 다양한 형태의 제품과 상품으로 출시되면서 소비량이 증가했어요. 국내 어묵 산업의 성장과 확대를 견인했죠. 어묵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소비되기 위해서는 상위 카테고리인 ‘수산 가공식품의 저변 확대’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해당 산업 안에서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산업의 영역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활용의 확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비킹후스를 열게 된 배경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아요. 세계적으로 주식 혹은 식사 대용으로 섭취하는 버거의 ‘패티’를 주목했습니다. 패티를 육류가 아닌 수산물을 활용해 개발한다면? 또 그 맛을 소비자에게 지속해서 전파하다면? 수산 가공식품의 활용 범위는 물론 소비량 증진까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라고 하잖아요. 비킹후스를 지금 소개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을까요?
최근 소비 트렌드에서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해졌어요. 이미 버거 시장에서 육류 패티는 주를 이루고 있었고, 이에 대적할 수 있는 수산물을 활용한 패티를 개발하면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삼진어묵이 개발한 버거라고 해서 기존 어묵을 단순히넣는 형태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버거의 맛을 좌우할 수 있는 수산물 패티를 개발해보고 싶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수산 가공식품 내에서도 패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앞서 2013년 삼진어묵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어묵 베이커리’는 삼진어묵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잖아요. 비킹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경험으로부터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 아닐까요? 어묵 베이커리를 통해서 실패와 좌절이 결국 성공을 위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저에게는 또 다른 ‘시도’와 ‘도전’이었던 비킹후스를 시작할 때 망설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킹후스가 세계관 구축에 진심인 이유
비킹후스는 ‘씨푸드’ 그리고 ‘바이킹’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는데요. 그래서인지 단순한 버거집이라기 보다 하나의 브랜드처럼 느껴져요.
삼진어묵이 ‘역사’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성장한 브랜드인 것처럼 비킹후스 또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산물을 활용한 패티를 제조하는 방식을 ‘훈연’으로 고민하던 차에 바이킹 신화를 접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비킹후스만의 세계관으로 스토리텔링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바이킹 신화요?
8~11세기 바이킹들은 전투에서 명예롭게 싸우다 전사하면, 북유럽 신화에서 최고의 신인 ‘오딘’의 궁전인 발할라로 가게 된다고 믿었다고 하더군요. 이 신화를 레퍼런스로 브랜딩과 디자인을 전개했습니다. 오딘이 초대한 공간에서 축제를 벌이며 술과 음식을 즐긴다는 스토리로 말이죠. 비킹후스에서 음식을 먹는 동안 바이킹 전사가 되어 보는 거죠.
이를 위해서 공간 곳곳에 바이킹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어요. 고대 바이킹 시대에 그들이 사용하던 장식 문양과 패턴, 나무나 바위에 새겨 쓴 바이킹 폰트, 바이킹의 상징인 전투용 배 롱쉽, 동물의 뿔로 만든 조명 등이 대표적이죠.
세계관을 형성한 브랜드나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주인공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가곤 하던데, 비킹후스의 세계관에도 핵심 인물이 있는지 궁금해요.
비킹후스는 세계관 속 캐릭터에 집중하기 보다 바이킹의 삶과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바이킹족이 최초로 사용한 ‘훈연’이라는 요리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들의 일상 모습을 조명해야 비킹후스 세계관에 보다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바다에서 얻은 수산물의 보관과 이동에 용이하게끔 훈연하는 바이킹의 식생활 그리고 언제든지 전투할 준비가 되어 있는 바이킹의 특징을 결합했습니다. 여기에 전투하러 가기 전 빵에 식재료를 곁들여, 오늘날 우리가 아는 버거처럼 이들도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더했죠.
셀프존에 놓인 스토리보드가 바로 이러한 이야기를 보여주는데요. 오딘의 초대장을 받아 한곳에 모인 바이킹 전사들에게 갑작스레 전투 상황이 생겨서 빵에 식재료를 넣어 전투를 위해 급히 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죠.
세계관을 이용하는 브랜드 마케팅은 대게는 MZ 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비킹후스가 타깃 하는 고객층도 궁금합니다.
비킹후스의 주요 소비자 타깃층은 2030세대인데요. 이들은 미뉴트빠삐용, 런던베이글 등 고유한 테마와 스토리를 가진 매장들에 관심도가 높고, 브랜드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기꺼이 참여해 즐기려는 경향이 있어요. 비킹후스는 씨푸드 버거와 바이킹 콘셉트 공간을 통해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2030세대의 마음을 움직여보고자 했습니다.
한편 비킹후스와 삼진어묵의 연계성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삼진어묵이 지닌 브랜드 힘을 빌리면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잖아요.
삼진어묵은 오랜 시간 어묵을 제조해 온 브랜드인 만큼 많은 분들에게도 그 맛이 익숙하니까요. 삼진어묵이 개발한 씨푸드 버거 혹은 어묵 버거라고 하면 맛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삼진어묵이 비킹후스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상했던 맛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맛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킹후스를 접할 수 있기 위해 삼진어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미식의 도시에서 살아남는 법
말씀처럼 흥미로운 세계관이 구축된 브랜드라도 결국 버거집의 핵심은 ‘음식’ 그리고 ‘맛’이잖아요. 비킹후스의 시그니처 메뉴가 궁금해요.
‘슈림프 인 더 피쉬’와 ‘크랩 케이크’를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메뉴이지만 무엇보다 수산물 패티가 지닌 새로운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최근 부산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미쉐린 가이드를 발간한 도시가 되었잖아요. 물론 이전부터 미식의 도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부산을 대표하는 수많은 로컬 음식들과 경쟁하기에 버거는 다소 무난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부산하면 떠오르는 돼지국밥, 밀면, 어묵처럼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로컬라이징 된 음식에 ‘바이킹족’과 ‘훈연’이라는 소구점이 더해진다면 분명 한 번쯤 꼭 오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비킹후스가 위치한 곳이 부산 여행의 시작이자 종착지인 부산역 앞인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고요. 유동 인구가 많은 지리적 이점을 살려 특별한 미식과 공간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삼진어묵이라는 가업(家業)을 떠맡으면서 ‘혁신’에 사로잡혀 무모한 도전을 많이 했다는 말을 본 기억이 있어요. 비킹후스 운영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가 있다면요?
가장 큰 건 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진정성이죠. 시도와 도전, 실패가 없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 역시 값진 것이라는 확신,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과 동료를 믿고 한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비킹후스를 통해 다양한 수산물 패티를 개발하고 선보이면서 수산 가공식품 카테고리 내에서의 패티 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비킹후스의 디자인 스토리는 다음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이킹 스피릿을 디자인하다, 삼진어묵 비킹후스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