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스피릿을 디자인하다, 삼진어묵 비킹후스 프로젝트

디자인으로 담은 바이킹의 일상과 문화

비킹후스의 공간 디자인 콘셉트는 명확하다. 북유럽의 바이킹족과 그들의 일상을 반영하는 것. 비킹후스의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디자인 바이 팔삼에게 디자인 포인트와 작업 과정을 물었다.

바이킹 스피릿을 디자인하다, 삼진어묵 비킹후스 프로젝트

Interview

김민석 디자인 바이 팔삼
남동현 디자인 바이 팔삼
박찬언 디자인 바이 팔삼


바이킹에 빠진 디자이너들

비킹후스(VIKEN HUS)의 ‘후스(HUS)’는 노르웨이어로 집을 뜻한다. 사진 김동규

삼진어묵의 씨푸드 버거집 ‘비킹후스’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비딩 경쟁이 치열했다고 들었어요. 디자인 바이 팔삼 스튜디오는 어떤 점을 어필하셨어요?

저희는 예술가가 아니라 디자이너이기에 고객에게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력자라고 늘 주장합니다. 그만큼 저희의 장점은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죠. 여기에 디자인 바이 팔삼의 디자인 성격을 10% 정도 가미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고요. 그렇게 쌓아 온 포트폴리오를 삼진어묵 본사 관계자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이 아닐까 싶네요.

비킹후스 프로젝트는 브랜드 콘셉트가 명확한 만큼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았을까 싶었는데요.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초기에는 전체 콘셉트가 몇 차례 바뀌는 과정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브랜딩팀으로 협업한 하우스움의 제안대로 부산을 상징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피시 마켓’을 생각했는데요. 이후 브랜드 측 요청으로 직접적인 공간의 느낌을 전하기 보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용궁 콘셉트를 생각했어요.

용궁이요?

네, ‘토끼와 거북이’ 아시죠? 토끼의 간을 찾으러 거북이가 바다에서 육지로 왔지만 결국 토끼를 놓쳤다는 이야기잖아요. 여기서 마지막을 바꿔 거북이가 결국 바다로 돌아갈 수 없어서 씨푸드 버거를 팔기 시작했다는 스토리였어요. (웃음) 하지만 마지막에는 현재의 바이킹 콘셉트로 확정이 되어 디자인을 전면 수정했죠. 바이킹을 모티프로 직관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커다란 널빤지 위에 술과 음식을 놓고 함께 먹었다는 바이킹의 풍습에서 오늘날 뷔페 문화가 유래한다고. 사진 김동규

사실 바이킹이라는 소재가 낯설잖아요. 어렴풋이 아는 경우가 많은데 콘셉트를 전달받고 디자인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내용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뷔페가 바이킹들의 식사 방법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알았어요. 바이킹들은 며칠씩 배를 타고 나가 음식을 구해오면 커다란 널빤지에 술과 음식을 한꺼번에 올려놓고 함께 식사를 하며 자축했다고 하더군요. 오늘날 뷔페는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이고요.

이런 바이킹족의 식사 풍습에서 ‘뷔페’라는 이름을 붙인 건 프랑스인이고, 스웨덴에서는 이를 ‘스모르가스보르드’라고 부른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뷔페식당을 바이킹 식당이라고도 부르고 있다고 하고요. 또, 바이킹의 뷔페 요리 중 대표적인 메뉴가 훈제 연어였다고 해요. 비킹후스의 메인 메뉴가 씨푸드 버거와 훈제 연어 요리인 것도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셈이죠.

투박한 바이킹의 전통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비킹후스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들이 풀어야 할 숙제였다. 사진 김동규

비킹후스 프로젝트에 클라이언트가 특별히 요구한 부분도 있는지 궁금해요.

바이킹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원하셨어요. 그러니까 과거 바이킹을 생각해 무겁거나 투박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도 충분히 익숙한 디자인이어야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바이킹 시대를 반영한 재료인 목재와 함께 금속 재료를 더해 현대성을 더했습니다.


디자인으로 담은 바이킹의 A to Z

비킹후스의 상징이 된 롱쉽 테이블 사진 김동규

이야기를 들어보니 콘셉트가 명확하다고 해서 디자인을 하기 마냥 수월한 건 아니네요.

맞아요. 오히려 바이킹에 대한 고정관념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여기에 더해 새롭고 신선한 걸 표현하고 싶었고요. 대표적인 게 바로 비킹후스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 롱쉽 테이블이에요. 배에 대한 아이디어는 브랜드에서 제안해 주셨는데 단순한 포토존 뿐만 아니라 기능성을 더해 셰어 테이블로 선보이고 싶다고 다시 제안 드렸죠.

바이킹족의 뷔페 문화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롱쉽 테이블 사진 김동규

그렇지 않아도 비킹후스 매장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테이블이 궁금했어요. 비킹후스에서 가장 특별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제작 과정에서 고려한 점이 있다면요?

단순 오브제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프로덕트가 되려면 그만큼 고려할 부분이 늘어나요. 심미성은 물론이고 안정성과 내구성에 대한 고민은 필수죠. 아울러 비킹후스의 상징과도 같은 롱쉽 테이블은 바이킹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지는 뷔페 문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해요.

바이킹족이 탄 전투용 배 ‘롱쉽’의 실제 느낌을 구현하고자 조립식 구조와 목재를 사용해 테이블을 디자인했다. 사진 김동규

또, 바이킹의 배의 실제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조립식 구조로 테이블을 디자인했는데 실제로 물에 뜨는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글쎄요… 물에 뜰지는 잘 모르겠네요. (웃음)

사실 버거집 공간이 특별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요. 롱쉽 테이블과 함께 비킹후스만의 또 다른 디자인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콘셉트가 명확한 브랜드일수록 공간 디자인뿐만 아니라 브랜딩, 가구, 소품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완성도를 보장할 수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북유럽의 바이킹과 그들의 식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일일이 앤티크 숍을 다니면서 소품을 구했습니다. 가구와 조명은 공간의 분위기와 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공간 섹션에 맞춰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비킹후스 안에 있는 소품들은 앤티크 숍을 다니면서 직접 구했다. 사진 김동규

콘셉트가 뚜렷하더라도 결국 비킹후스는 외식을 위한 공간이잖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래의 공간 목적일 텐데 이를 위해 공간 분할과 동선 구조를 어떻게 구획하셨는지도 궁금했습니다.

1층에서는 바이킹 그래픽이 손님을 맞이하는 걸로 시작해요.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에는 바다에 떠 있는 바이킹의 배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공간에 대한 힌트를 시각적으로 조금씩 알려주는 거죠.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을 통해 공간 분위기 전환 뿐만 아니라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 김동규

매장 공간은 3개의 섹션으로 구분했습니다.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롱쉽 테이블이 자리한 공간인데요. 1차원적으로 고객의 시각에 흥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롱쉽 테이블을 중앙에 배치했습니다.

바이킹족의 주거 형태를 모티프로 한 두 번째 공간 모습 사진 김동규

이어지는 두 번째 공간에서는 바이킹족들이 모여 살던 주거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데요. 천장을 지지하는 기둥 사이사이 금속 소재를 활용해 이질적이면서도 세부적인 디테일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목재 기둥에 금속을 더해 이질적인 느낌을 전한다. 사진 김동규
안전 사고를 대비해 인조가죽에 솜을 넣어 기둥 하부에 부착했다. 사진 김동규

기둥 하부에는 인조가죽에 솜을 넣어 어린이 손님들의 안전사고를 대비했고, 카운터와 서비스 테이블, 디스플레이장도 이와 비슷한 무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차분하고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세 번째 공간 사진 김동규

세 번째 공간은 프라이빗 한 곳인데요. 앞선 두 공간이 밝은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공간을 지향해요. 이를 위해 가구도 앞선 곳보다는 편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제작했고요. 첫 번째 공간부터 세 번째 공간까지 각각의 시퀀스가 있는 셈이죠. 각 섹션 별로 가구와 집기 디자인의 성격이 조금씩 다른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비킹후스가 부산역 바로 앞에 자리하잖아요. 공간 디자인과 브랜딩에 이러한 입지 환경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을지도 궁금하더라고요.

클라이언트인 삼진어묵이 우려한 부분 중 하나가 “비킹후스가 외부에 잘 노출될 수 있을까?” 였어요. 아무래도 호텔 건물 내 입점한 것이다 보니 장소 특성상 간판 이외의 외관 디자인에 대한 제약이 있었거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했죠. 외부에서도 단번에 눈에 띌 수 있는 요소. 그래서 설치한 것이 스테인드글라스였어요. 부산역을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도 동시에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치였죠.


협업으로 완성한 비킹후스 디자인

디자인 바이 팔삼과 함께 하우스움이 브랜딩을, 티티(Tt)가 가구와 조명을 디자인했다. 사진 김동규

이번 프로젝트는 디자인 바이 팔삼과 협업자들이 함께 했다고요.

브랜딩 회사인 하우스움과 제작가구 회사인 티티(Tt)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어요. 두 곳 모두 몇 해 전부터 저희와 꾸준히 협업하고 있었고, 클라이언트에게 추천과 제안을 통해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이들과 협업을 염두에 두게 된 이유가 있나요?

부산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분들이라 누구보다 지역적 의식과 정서적 이해도가 높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삼진어묵이 부산의 향토 기업인만큼 브랜드 배경에 대한 이해 그리고 향후 브랜드 활동 전개에 있어서 로컬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한 인터뷰에서 ‘공간 디자이너는 조율사와 그 역할이 다르지 않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였을까요?

프로젝트의 이해도에 있어서 클라이언트만큼 디자이너가 많이 안다고 단정할 수 없어요. 다만 디자인이라는 전문 영역에서의 지식과 지혜가 축적되어 있기에 원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좁혀주는 일을 하는 것이죠. 비킹후스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접 공간 디자인을 한 만큼 비킹후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삼진어묵이라는 향토 수산기업과 이들이 론칭하는 브랜드의 콘셉트를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비킹후스의 비즈니스&마케팅 인사이트는 다음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조 어묵 브랜드에서 씨푸드 버거집까지,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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