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가 그려온 감각의 스펙트럼

류이치 사카모토 회고전, <Seeing Sound, Hearing Time>

도쿄 현대미술관에서 전설적인 작곡가이자 아티스트인 류이치 사카모토를 기리는 대규모 전시 <Seeing Sound, Hearing Time> 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음악을 단순한 청각적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과 감각이 어우러진 형태로 확장하려 했던 그의 예술관을 살펴보고, 관람객이 공감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그려온 감각의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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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회고전 <Seeing Sound, Hearing Time> 포스터 사진 출처 도쿄 현대미술관

도쿄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Tokyo, MOT)에서 전설적인 작곡가이자 아티스트인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1952–2023)를 기리는 대규모 전시 <Seeing Sound, Hearing Time>이 열리고 있다. 2025년 3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음악과 멀티미디어 아트를 융합한 그의 혁신적인 시도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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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with Shiro Takatani, IS YOUR TIME, 2017/2023, installation view of “Ryuichi Sakamoto | SOUND AND TIME” at M WOODS (People’s park), Chengdu, 2023 Image courtesy of M WOODS

류이치 사카모토는 클래식과 전자음악, 영화음악을 넘나들며 음악의 경계를 확장해 온 인물이다. 그는 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7)의 사운드트랙 레인(Rain)으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이후에도 실험적인 사운드를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가 생전에 구상했던 미공개 작품을 비롯해 음악, 예술적 여정을 포괄하며, 단순한 회고전을 넘어 류이치 사카모토가 창조한 감각적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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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Shiro Takatani, async–immersion 2023, 2023, installation view of “AMBIENT KYOTO 2023”, Kyoto Shimbun Building B1 floor, 2023. Photo by Satoshi Nagare

2000년대 이후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을 청각적 체험에서 공간, 감각을 결합한 체험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사운드가 건축적 요소가 될 수 있으며, 물리적 공간과 긴밀히 결합할 때 새로운 예술이 탄생한다고 보았다. <Seeing Sound, Hearing Time>은 일본에서 최초로 열린 류이치 사카모토의 대규모 전시로, 관람객들이 소리와 공간, 시간이 맞물리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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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Shiro Takatani, LIFE–fluid, invisible, inaudible…, 2007/2023, installation view of “Ryuichi Sakamoto | SOUND AND TIME” at M WOODS (People’s park), Chengdu, 2023 Image courtesy of M WOODS

특히, 전시장 내부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참여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사카모토의 음악이 미술관의 구조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소리가 공간을 따라 흐르고, 특정한 위치에서 서로 다른 소리가 교차하며 독특한 청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관객들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이동하며 음악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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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Apichatpong Weerasethakul, async–first light, 2017, installation view of “Ryuichi Sakamoto | SOUND AND TIME” at M WOODS (People’s park), Chengdu, 2023 Image courtesy of M WOODS

​류이치 사카모토는 평생 동안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음악에 대한 바운더리를 넓혀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다채로운 예술가들이 함께한 작품들이 공개된다. 시로 타카타니(Shiro Takatani), 다이토 마나베(Daito Manabe),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 아핏차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잣쿠발란(Zakkubalan), 이와이 토시오(Toshio Iwai)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이런 협업을 통해 사운드와 빛, 영상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펼쳐지며 음악과 공간에 대한 몰입형 공간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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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aya Fujiko, London Fog, Fog Performance #03779, 2017, Installation view from “BMW Tate Live Exhibition: Ten Days Six Nights,” Tate Modern, London, UK Collaboration: Min Tanaka (Dance), Shiro Takatani (Lighting), Ryuichi Sakamoto (Music). Photo by​Noriko Koshida

​특히, 후지코 나카야(Fujiko Nakaya)와의 협업 작품은 이번 전시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하나로 꼽힌다. 그녀의 안개 조각(Fog Sculpture)작품 ‘LIFE–WELL TOKYO’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작품은 매시 정각과 30분마다 작동하며, 음악과 안개라는 물질적 요소가 결합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물리적으로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안개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리가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은 마치 흐르는 시간 속을 직접 거니는 듯한 공감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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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Zakkubalan, async–volume, 2017, installation view of “Ryuichi Sakamoto | SOUND AND TIME” at M WOODS (People’s park), Chengdu, 2023 Image courtesy of M WOODS


이번 전시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함께 그가 생전에 구상했던 새로운 설치 작품들도 공개한다. 특히, 도쿄 현대미술관의 건축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새로운 작품들은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관람객의 직접적인 체험을 유도하며, 공간 자체가 하나의 악기가 되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준다. 또한, 그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Merry Christmas Mr. Lawrence, The Last Emperor 등 여러 곡들도 다채로운 형태로 재해석되어 전시된다. 익숙한 선율이 공간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감각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은, 그의 음악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예술적 실험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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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Daito Manabe, Sensing Streams 2021–invisible, inaudible, 2021, installation view of “seeing sound, hearing time” at M WOODS HUTONG, Beijing, 2021

3월 30일까지 진행되는 <Seeing Sound, Hearing Time>는 단순히 류이치 사카모토의 업적을 정리하는 단순한 1주기 회고전이 아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끊임없이 탐구했던 ‘시간이란 무엇인가, 소리는 어떻게 공간을 채우는가’라는 질문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음악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공감각 전시 속에서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긴 음악 세계를 오감으로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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