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디자인 인턴십

녹색 인큐베이터에서 성장한 디자이너들

디자인 전공자부터 비전공자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은 8주간의 인턴 생활을 거쳐 이제 막 네이버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다. 세 사람에게 네이버 디자인 인턴십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네이버 디자인 인턴십

자타 공인 국내 최대 IT기업 네이버.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만 70%가 넘는 이 대형 플랫폼에서 매일같이 수많은 이용자와 호흡하는 디자이너들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혹자는 디지털 디자인을 전공한 소위 ‘정통파 디자이너’들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관문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월간 <디자인>이 만난 네이버 디자인 인턴십 출신의 김병준, 박재형, 강현숙은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디자인 전공자부터 비전공자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은 8주간의 인턴 생활을 거쳐 이제 막 네이버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다. 세 사람에게 네이버 디자인 인턴십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세 사람 모두 디자인을 전공했나요?

강현숙(이하 강) 아닙니다. 저는 원래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에서 컴퓨터 & 인포메이션 사이언스, 개발 쪽을 공부했어요.

김병준(이하 김) 카이스트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디자인 전공이지만 UX·UI 디자인이 아닌 제품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박재형(이하 박) 홍익대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각기 전공이 다른 점이 흥미로운데, 어떻게 인턴십에 지원하게 됐나요?

 네이버 인턴십을 지원하기 전에 두 번 정도 다른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했어요. 그때마다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네이버 인턴십 공고를 보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특히 학생 신분으로 인턴십에 지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제품 디자인이 아닌 다른 영역을 경험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네이버 디자인 펠로우십을 거쳐 지난해 여름 인턴십에 지원하게 된 경우예요. 디자인 펠로우십은 네이버의 서비스 전반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데다 인턴십과 연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했어요. 펠로우십에서 우수자로 선발되어 인턴십까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찰나에 겨울 인턴십 공고를 보고 미국에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UX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개발에서 UX로 관심사가 바뀌었거든요. 사실 예전에는 열흘간의 UXDP 합숙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인턴십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저처럼 해외에 머무는 사람들은 참여하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사전 과제 심사와 면접을 통해 인턴을 선발하면서 지원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네이버는 인턴 채용 과정도 남달랐다고 들었어요.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를 보지 않고 오직 과제만으로 평가한 점이 특징이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아무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디자인, 보여주고 싶은 결과물 위주로 준비하게 되잖아요. 반면 네이버 인턴십은 지원자의 성향보다는 서비스 결과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과제를 풀어내는 방식을 보고 네이버가 원하는 인재상인지를 평가하는 거죠. 이를 통해 지원자 역시 네이버가 자신과 맞는 조직인지 가늠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경, 스펙 모두 제외하고 순발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 같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평가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진검 승부를 펼친다고 할까요? 과제를 수행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평가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웃음)

 그래도 내가 쓸모는 있구나 정도?(웃음)

 저 같은 비전공자에게는 특히 좋은 채용 시스템인 것 같아요. 관심은 있지만 마땅한 포트폴리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공자에 비해 디자인 활동 역시 적은 사람들은 인턴을 지원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인턴십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기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김병준 님과 저는 8주간 두 부서에서 근무했어요. 저 같은 경우 네이버의 라이브 방송 플랫폼인 프리즘 담당 부서와 신규 서비스 개발 부서에서 일했습니다.

 저도 4주는 박재형 님과 같은 신규 서비스 개발 부서에서 일했어요. 나머지 4주는 네이버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는 팀에 있었고요.

 저는 두 분과 다르게 네이버 쇼핑팀 한 부서에서만 8주를 근무했습니다. 한 서비스를 깊이 있게 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네이버 인턴십의 어떤 점이 가장 좋았나요?

 물론 모든 인턴십이 마찬가지겠지만 학교와 다른 점을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과정 자체를 중요시하고 시행착오에도 너그러운 학교와 달리 회사에서는 현실적 제약과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결과물을 내는 게 중요한데,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 이 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어요.(웃음) 특히 네이버처럼 상황이 매번 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에서는 학교와 차이점을 더욱 확실히 느끼게 되는 듯합니다.

 공감합니다. 창의력을 기른다는 점에서 학교 수업도 분명 도움이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기보다는 아이디어만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네이버 인턴십의 경우 철저히 실무 중심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더 진지하게 접근하게 됩니다. 현실적인 한계는 없는지, 개발이 가능한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되죠. 멘토가 되어준 팀 내 선배들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해야 사용자들이 만족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학교 과제에서도 다룰 수 있지만, 이미 수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서비스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인 것 같아요.

 제 손끝을 거쳐 탄생하는 서비스가 사용자를 두 배로 불릴 수도 있고 반 토막 낼 수도 있는 건데 인턴십을 경험하면서 조금은 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부담감이나 책임감도 컸지만 그만큼 희열도 컸습니다. 저는 인턴 기간 동안 배치받았던 구독 서비스 부서에 신입 사원으로 들어갔는데 인턴 경험 덕분에 잘 안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두 분은 지금 어떤 부서에서 근무하나요?

 박재형 님과 저는 스테이션제로라는 부서에서 근무합니다. 한성숙 대표님이 직접 리더로 있는 조직이고요.

 스테이션제로의 특징은 1, 2주에 한 번씩 대표 혹은 여러 부서에서 새로운 과제를 내준다는 것입니다.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다양한 부서를 두루 경험해볼 수 있는 팀이죠.

 기존 실무진의 관점과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을 얻고자 만든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소속 직원 입장에서는 네이버라는 거대한 조직을 크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스테이션제로의 가장 큰 강점 같습니다.

조만간 새로운 인턴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원자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흔히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마스터피스다’, ‘타임리스 디자인이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이 분야에도 과연 그런 게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50년 뒤에도 페이스북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가 명작이라고 추앙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거죠. 제 생각에는 디지털 분야에서는 동시대 사용자들의 행태와 가치를 잘 담은 디자인이 진짜 마스터피스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턴십에도 그런 분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합니다. 저도 이런 소양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고요.

 저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준비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런 배움이 디자인 펠로우십, 인턴십을 통해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턴십 자체도 저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됐고요.

 저는 오히려 네이버 디자인 인턴십이 저처럼 디자인 배경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관심과 의지가 있다면 전공을 불문하고 지원해보길 추천합니다.

 어? 이 말은 나랑 상반된 견해 같은데…. (웃음)

 사람마다 상황은 각자 다른 법이니까,(웃음)

 음, 맞아요. 그동안 이런저런 방식으로 노력해온 사람에게는 결실을 맺는 자리이고,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네이버 디자인 인턴십이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디자인 여름 인턴십
네이버의 2018 여름 인턴십은 7월 2일부터 8월 24일까지 총 8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모집 기간은 5월 15일(화)~30일(수). 이번 여름 인턴십에는 외국인 대상의 글로벌 인턴십도 함께 운영한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설계(디자인)의 공식 블로그를 참고하기 바란다. blog.naver.com/nvr_design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79호(2018.05)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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