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디자인 수출기] 스튜디오 XYJ – 바이브 트웰브

2024년 10월 뉴욕 윌리엄스버그에 문을 연 체험형 멀티 숍 ‘바이브 트웰브’를 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 스튜디오 XYJ는 바이브 트웰브의 콘셉트 ‘슈퍼노멀Supernormal’에 따라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미래지향적 비주얼을 디자인했다.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론칭을 돕는 인큐베이팅 공간이자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토털 플랫폼을 지향한다.

[나의 디자인 수출기] 스튜디오 XYJ – 바이브 트웰브
어떤 계기로 클라이언트를 만나 프로젝트가 성사되었나?

지인으로부터 뉴욕에 곧 론칭할 콘셉트 숍 브랜드가 글로벌 리테일 경험이 풍부한 인테리어 전문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몇 달 후 클라이언트와 미팅 자리가 마련되었고 뉴욕 현지와 서울을 오가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클라이언트가 뉴욕, 런던, 파리 등지에서 다년간 해외 경험을 쌓은 내 배경을 높이 사 계약이 성사됐다. 브랜드 전반의 디자인을 디렉팅하며 첫 매장인 뉴욕 플래그십의 인테리어 설계도 병행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클라이언트와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했나?

클라이언트보단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했던 협력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협력사는 한국 시공 팀, 미국 시공 팀, 현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간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집기와 설치물을 한국에서 제작해 선박으로 뉴욕에 보내는 계획이 있었다. 따라서 세 협력사 중 한국 시공사가 가장 중요했다. 이런 방법을 취하게 된 것은 시공비 절약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스튜디오 XYJ가 제작 공정 전반에 깊이 관여하려는 의도가 컸다. 현지 시공 팀은 선박이 도착할 때까지 기본 시공을 진행했고 집기 도착 후엔 설치를 도왔다. 마지막으로 현지 진행 상황을 팔로업하고 법률 등 행정 절차를 책임지는 팀이 있었다. 구글밋을 활용해 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미팅을 가졌다. 일상적인 팔로업이나 매일 이루어지는 팀 간 대화는 슬랙을 이용했다. 업체 간 프로젝트 매니징과 스케줄 확인은 노션을 활용했다.

20250303 142011
20250303 142058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어려움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한국에서 집기 제작 대부분이 이뤄졌기 때문에 부피가 큰 설치물의 경우 설계 시점에서 미리 제작해본 뒤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선박 적재 사이즈의 한도나 현장 도착 후 조립 요건도 고려해야 했다. 운송 과정에서 훼손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를 방지하고자 전문 업체에 의뢰해 최대한 꼼꼼히 포장했고, 외부 업체를 고용해 수송과 하선을 검사하도록 했다. 과정이 복잡했지만, 한국에서 퀄리티 컨트롤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예산과 스케줄도 문제였다. 미국, 특히 뉴욕은 자재비와 인건비가 한국의 세 배 수준이다. 반면 시공 속도는 한국보다 더뎌 이것까지 스케줄에 계산해야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국내 프로젝트와의 차이점은?

서울과 뉴욕의 리테일 공간 디자인은 소비자 행동, 도시 계획, 브랜딩 전략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울은 급변하는 디자인 트렌드에 맞춰 업데이트가 수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반면 뉴욕은 좀 더 장기적이고 투자 지향적인 설계를 선호한다. 공간 계획이나 레이아웃도 서울은 콤팩트함을 극대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뉴욕은 개방형 콘셉트나 플렉서블한 레이아웃을 선호한다. 실무적으로는 건축법과 규제 면에서 서울보다 훨씬 엄격하다. 그래서 프로젝트 지연을 피하려면 건설 및 허가, 소방 허가, 전기 및 배관 허가, 석면 검사 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지 파트너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0250303 142807
20250303 142217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실질적인 성과를 얻었나?

한국실내건축가협회에서 주최하는 골든 스케일 어워드에서 협회상을 수상했고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스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뉴욕 진출을 꿈꾸는 국내 브랜드의 문의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팁을 준다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해외 시장은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한다. 트렌드나 대중성이 우위에 있는 국내 시장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신념을 확립하고 진화시켜야 한다. 또한 디자인 회사도 브랜드로서 홍보와 마케팅에 투자해야 한다. 진출을 원하는 현지의 문화에 맞는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지 건축가, 개발자, 공급업체를 파악하고 자재 회사, 부동산 개발업체, 소규모 건설업체 등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20250303 142450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1호(2025.03)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