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에서 만난 스코틀랜드의 공예가들

수집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아트페어 콜렉트 2024의 하이라이트 ‘크라프트 스코틀랜드’

2004년 개막한 이래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콜렉트. 약 40곳의 갤러리, 기관 등이 참가한 이번 페어에 크라프트 스코틀랜드도 참가하여 공예작가 12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텍스타일부터 주얼리까지 다양한 작품 스타일을 구경해보자.

국제 무대에서 만난 스코틀랜드의 공예가들

2004년 시작해 올해로 20주년을 기념한 콜렉트(Collect)는 말 그대로 수집 가능한 콜렉터블 공예 분야를 대표하는 아트 페어로, 지난 3월 1일부터 3일까지 런던의 아트 갤러리 서머셋 하우스(Somerset House)에서 열렸다.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중동 등 갤러리, 딜러와 기관 40곳에서 총 400여 명의 현대 예술가가 모였으며 이 가운데, 크라프트 스코틀랜드(Craft Scotland)에서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공예가 12명의 신작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텍스타일, 태피트스리, 세라믹에서 주얼리까지 분야에 관계없이 물질성에 대한 탐구, 실험성과 장인 정신을 인정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자.

크라프트 스코틀랜드가 주목한 12명의 작가들

가장 먼저, 전 임상의에서 현 예술가로 변신한 수지 레드먼(Susie Redman)은 스코틀랜드 동부 지역인 파이프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현지 해양 환경과 중세 스칸디나비아 및 바우하우스 미학에서 영감을 얻어 인테리어 소품부터 웨어러블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 전시를 위해 일본의 종이 실과 베틀로 짠 리넨, 그리고 직접 기른 버드나무 가지를 전통적인 바구니 세공 방식으로 엮은 그릇이자 조각적 오브제를 소개하며, 그녀는 “이번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수집하고 모으는 행위, 그리고 일상생활 속 직물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했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경력을 시작했지만 태피스트리로 전공을 바꿨다. 역사, 스토리텔링, 경험 공유는 지난 25년 동안 내 작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태피스트리 기법을 광범위하게 실험하며 일반적인 양모와 실이 아닌 종이를 선택해 작품을 완성했다.” 에든버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태피스트리 예술가 조 맥도날드(Jo McDonald)는 누군가 휘갈겨 쓴 메모와 같이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낡은 중고 책들을 해체 및 재구성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직조 방식을 보여준다. 조와 마찬가지로 에든버러의 텍스타일 디자이너 케이티 찰슨(Katie Charleson)은 “판화와 퀼팅의 과정을 결합해 2차원 작품에 움직임과 깊이를 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며, 유동성을 반영한 퀼트 컬렉션을 소개했다. 모던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도예가 조 워커(Jo Walker)가 만든 5개의 세라믹 기둥 시리즈는 스그라피토(Sgraffito) 장식 기법으로 분명한 시각적 특징을 지닌다.

불에 그을린 여러 조각품을 선보이며, “내 목표는 수집가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리처드 골드워시(Richard Goldsworthy)는 수년 전 허리 부상을 계기로 소재의 융합을 탐구하게 되면서 작품 활동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금속 척추 지지대를 모티프로 목재 및 백랍을 활용해 조각, 샌딩 및 불에 그을리는 과정에서 소재의 자연적인 특성과 불완전성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다. 은 세공인이자 에나멜 제작자인 엠마 루이스 윌슨(Emma Louise Wilson)은 스코틀랜드 북해 연안의 애버딘에서 바다의 고요함을 탐구하고 해안의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다. 작품명도 바다 거품Sea Foam, 조수Tide, 폭풍 구름Storm Cloud 등으로 지으며 그릇 안에 자연의 심오하고 평온한 세계를 담아냈다.

이어, 여섯 명의 보석 세공사들은 저마다의 창작 영감과 소재로 섬세한 작품을 소개했는데, 앤드루 램(Andrew Lamb)은 수천 년에 걸친 전통적인 금세공 기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토대로 자연계의 광학 패턴을 활용한 시각적 환상을 연출했다. 그의 작품은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에든버러의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아이오나 터너(Iona Turner)는 바다 환경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해초 주얼리를 제작했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실버를 전문으로 하는 헤더 맥더모트(Heather McDermott)는 스카이 섬Isle of Skye 출신으로, 도시로부터 흘러온 쓰레기들이 섬 곳곳에 퇴적된 모습에서 착안한 브로치를 만들었다.

스테파니 잉 린 청(Stefanie Ying Lin Cheong)은 지역에서 공수한 석재에 전통적인 보석 세공 기술을 사용해 미니멀한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며, 류 치웨이(Liu Qiwei)는 소재의 잠재력을 탐구하며, 에나멜 파우더와 골회를 주 재료로 하는 입체적인 형태의 브로치를 창작했다. 마지막으로, 마리안 앤더슨(Marianne Anderson)은 철제 건축 장식을 통해 장식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했다.

크라프트 스코틀랜드의 디렉터를 만다

이어서, 크라프트 스코틀랜드의 디렉터 아이린 커넌(Irene Kernan)과의 인터뷰.

소위 “좋은” 공예란 무엇인가?

재료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 제작 과정과 수공예 기술의 우수성, 예술적 비전을 갖춘 수집 가능한 공예이자 혁신성과 현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요즘 많은 제작자들이 디지털 기술과 현대적인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도 반영한다. 이러한 것들이 작품 콘셉트와 완성된 결과물 모두의 주요한 구성 요소임을 어떻게 입증하는지도 눈여겨본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의 신진 작가들에게 조언한다면?

먼저, 자신의 가치와 정신, 창의성, 비즈니스 실행, 삶과 일의 균형에 대한 생각 등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한다. 온라인 리서치를 통해 스스로가 어떠한 유형의 갤러리와 기관, 조직에 지원하고 진출할지에 대해 이해해야 하며, 같은 맥락에서 해외 주요 박람회와 행사에 참가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참고로, 크라프트 스코틀랜드는 신진 작가를 위한 프로그램인 컴퍼스(Compass)를 통해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이러한 과제를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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