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도 월클, 새로 개장한 스타디움 디자인
따끈따끈한 신축 스타디움 투어 스포츠 이상의 공간
메시와 음바페, 하든의 홈구장은 모두 1~2년 안에 지어졌거나 곧 완공된다. 가장 새로운 네 곳의 경기장에서 스포츠와 건축 트렌드를 읽어보자.

어떤 이들은 경기장에 들어설 때 비로소 살아난다. 집과 회사를 반복하던 현대인들이 필드 위 서사에 깨어나는 곳, 주말의 경기장은 올든버그가 꿈꾸던 ‘제3의 장소’를 충실히 구현한다. 노먼 포스터(웸블리), 헤르초크&드뫼롱(버드네스트) 등 건축가들이 가장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펼쳐내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지금 막 지어진, 가장 사랑받는 경기장들을 모았다. 분야는 다르지만 미쉐린 가이드의 표현을 빌자면,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지가 될 만한’ 곳들이다.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Estadio Santiago Bernabéu
재개장: 2023년 12월 23일 (리노베이션)
홈구장: 레알 마드리드 CF (라리가)
위치: 스페인 마드리드
설계: GMP Architekten, L35 Architects, Ribas & Ribas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올드 트래포드, 캄 노우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경기장이다. 유럽 프로 축구 최고 권위의 UEFA 챔피언스리그,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모두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지네딘 지단, 라울 곤잘레스가 이 구장에서 뛰었고, 현재는 킬리안 음바페가 뛰고 있다. 1947년 완공된 이후 구단 출신 선수이자 감독, 당시 회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이름으로 불려왔다. 2000년대부터 클럽 회장을 맡은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세계 2위 건설사 ACS의 CEO. 그의 지휘 아래 구장은 2019년부터 다시 공사에 착수, 2023년 12월 드디어 세계 최고의 축구 경기장으로 다시 오픈했다.




1조5천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테인리스 스틸 루버 외관이다. 기존의 브루탈리즘 디자인이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미래지향적 형태로 탈바꿈했다. 루버의 경사를 조정하며 자연광을 내부로 받아들이고, 갇혀있던 공기는 외부로 내보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첨단 잔디 관리 기능이다. 하나로 보이는 필드는 사실 여러 개의 잔디 모듈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모듈은 경기 후 지하로 이동하여 조명과 습기 관리 등을 거쳐 다시 경기에 투입된다. 잔디가 사라진 필드는 농구 및 테니스 코트, 콘서트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이라이트는 15분 안에 완전히 닫히거나 열리는 개폐식 지붕. 더 이상 이곳에서 수중전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튜이트 돔
Intuit Dome
오픈: 2024년 8월 15일
홈구장: LA 클리퍼스 (NBA)
위치: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설계: AECOM


농구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위상을 지닌 팀이 LA 레이커스다. 화려한 우승 경력과 수많은 스타들‥. 그런데 같은 지역을 연고로 두면서도 찬밥 신세였던 팀도 있다. 카와이 레너드, 제임스 하든의 LA 클리퍼스다. 애초부터 뉴욕 주에서 창단, 여러 도시를 떠돌다 1984년에야 LA에 정착했다. 우승 기록은 없으며 영구 결번도 없다. 1999년부터는 스테이플스 센터를 레이커스와 공유했는데, 스케줄 배당 순위에서 레이커스 뿐 아니라 NHL 킹스에게마저 밀리며 서러움을 겪어야 했다. 2014년 MS CEO 출신 스티브 발머가 팀을 인수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발머는 현재 블룸버그 세계 억만장자 지수 10위에 올라있는 인물. 그는 신축 구장 예정지 근처의 타 구장에서 소송을 걸어오자, 해당 구장을 아예 돈으로 사버리며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 8월 15일, 클리퍼스는 마치 독립을 선포하듯 2조 9천억원짜리 전용 구장을 갖게됐다.


사진 출처 LA 클리퍼스, 인튜이트 돔 홈페이지
빅테크 출신 구단주의 진행 아래 여러가지 신기술이 적용됐다. 60인치 TV 3천6백개 규모의 헤일로 보드는 2억 3천만 개의 LED를 반짝이며 내부를 압도한다. 보드에는 타임아웃이나 휴식시간 동안 미니 게임이 펼쳐지는데, 관중들은 각 좌석에 있는 4개의 버튼을 활용하여 참여할 수 있다. 심지어 각 좌석에는 움직임과 소리를 측정하는 데시벨 미터가 있어 가장 열광적으로 응원한 이에게는 음식과 상품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매점은 좌석에서 2분 거리에 위치하며 얼굴인식 자동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단주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놀랍게도 화장실의 변기. 발머에 따르면 이 경기장에는 NBA 경기장 평균의 3배에 달하는 무려 1160여개의 변기(소변기 포함)가 설치되어 있다. 관객들은 줄을 서지 않고도 볼 일을 본 후 재빠르게 자리로 돌아가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주 전역의 고교 농구 유니폼 1550여개를 전시하며 지역 정통성을 내세운다. 인튜이트 돔은 2026년 월드컵, 2028년 LA올림픽에서도 주요 경기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
Allianz Stadium
오픈: 2022년 8월 28일
홈구장: 시드니 루스터스 (내셔널 럭비 리그), NSW 워라타스 (슈퍼 럭비 퍼시픽), 시드니 FC (A리그)
위치: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 시드니
설계: Cox Architecture


호주는 영연방 국가답게 럭비와 축구에 열광한다. 특히 럭비는 세계적인 강국으로, 럭비 리그 월드컵에서 12번, 럭비 (유니언) 월드컵에서 2번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4개) 럭비 리그 경기장을 보유한 곳 역시 호주의 시드니다. 그 중에서도 내셔널 럭비 리그 명문구단 루스터스의 홈구장이 바로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보험금융 서비스회사의 이름을 따서 알리안츠 스타디움으로 불린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축구, 2003년 럭비 월드컵 등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이곳에서 열렸다. 특히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 대회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콜롬비아를 맞아 2만5천여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펼쳤으나 0:2로 아쉽게 패하기도 했다.

외관을 둘러싼 980개의 커튼월 브론즈 패널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내부로 들어가면 역동적인 형태의 지붕이 좌석의 100%를 덮고 있다. 지붕 모양 덕분에 소음이 바깥으로 나가는 대신 내부로 반사되어 더욱 열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원주민 아티스트 토니 알버트가 좌석 전체를 캔버스 삼아 디자인한 ‘두 세계가 충돌하다(Two Worlds Colliding)’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경기장 주변의 육지와 물을 상징하며, 또한 홈팀과 원정팀을 나타낸다. 경기장엔 330개의 휠체어 전용 관람석이 마련되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스포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이애미 프리덤 파크
Miami Freedom Park
오픈: 2026년 예정
홈구장: 인터 마이애미 CF
위치: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설계: Manica Architecture, Arquitectonica, CAA Icon


인터 마이애미는 미국 축구의 상징적인 팀이다. 리그에 합류한지 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구단주가 데이비드 베컴, 팀 에이스가 리오넬 메시다. 2023년 7월 메시가 입단하기 50만 명 이하였던 인스타 팔로워수는 현재 1700만명을 넘어섰다. 2024년에는 구단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컵까지 들어올리며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 최고의 인기팀으로 올라섰다. 인터 마이애미는 현재 체이스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현재 건설중인 프리덤 파크가 완공되면 2026년부터 이곳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올리비에 지루 등이 합류한 MLS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2024년 MLS는 총 1,210만 명의 관중을 동원, 전 세계 축구 리그 중 프리미어리그(1,460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관중 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축구 자체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MLS가 NHL을 제치고 북미 4대 스포츠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 마이애미 프리덤 파크는 2026년 개장 직후 열리는 북중미 FIFA 월드컵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