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를 사랑한 현대 미술가, 코시마 폰 보닌의 예술 세계
일상의 변형을 창조하는 예술가
TV, 문학, 영화, 음악, 패션 등 대중문화를 작품의 레퍼런스로 활용하는 현대 미술가 코시마 폰 보닌.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쉬른 쿤스트할레에서 12년만에 그녀의 신작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코시마 폰 보닌(Cosima von Bonin)은 영화, 패션, 음악을 비롯한 대중문화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활용하는 광범위한 미디엄을 통해 일상의 변형을 창조하는 작가다. 코시마 본 보닌은 케냐 몸바사에서 태어나 1986년 독일 쾰른으로 이주한 이래 1990년대 예술계의 호황을 누렸으며, 현재까지도 쾰른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자리한 쉬른 쿤스트할레에서는 12년 만에 독일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작가의 신작과 구작을 결합한 새로운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 제목은 <Feelings>. 조각을 비롯해 작가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천으로 바느질된 독자적인 텍스타일 그림 등 70여 점이 전시된다.
보닌이 연출한 작품 속 앙상블
보닌 작업의 근간은 사물의 수행성에 있다. 오브제 조각품은 전시 공간에서 하나의 이벤트가 된다. 봉제 장난감 조립품, 들것 프레임에 천으로 만든 콜라주, 표면을 칠한 로켓 모형, 코바늘로 뜨개질을 한 시멘트 믹서나 대피 덕, 밤비와 같은 만화에 등장하는 피규어 등은 보닌의 작품세계에서 멋진 앙상블을 뽐내며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든다.
이러한 보닌의 공간 연출은 언뜻 보기에 화려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조와 심연을 탐구함으로써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블랙 유머 속 숨겨져 있는 장난스러움과 긴박함, 환상과 기괴한 현실 사이에서 작가는 언제나 모순적인 관계와 자기 성찰에 관심을 둔다.
예술 슬로건, “우리는 다수다”
다양한 레퍼런스의 활용은 보닌 작업의 트레이드마크이다. 그녀의 예술세계의 토대가 된 것은 광범위한 미술 작품의 차용과 그것을 직접적으로 전시에 통합시키는 네트워킹이다. 이 레퍼런스는 이자 겐츠켄, 마이크 켈리, 캐디 놀랜드 같은 현대미술 작가부터 리한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미시 엘리엇과 같은 뮤지션 그리고 TV, 문학, 패션 분야의 롤모델까지 “우리는 다수다(Wir sind viele)”는 작가의 예술적 실천의 슬로건이다.
보닌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테크니션과 전문 목수, 재단사를 참여시킬 뿐만 아니라 모리츠 폰 오스발트(Moritz von Oswald), 더크 폰 로츠(Dirk von Lowtz) 같은 음악가, 드랙 퀸 메리 메샤우젠(Mary Messhausen)과도 공동 작업했다.
이 공동 작업에는 종종 반복되는 캐릭터와 사물들도 포함되는데, 보닌의 시리즈 작품에 변형되어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들이다. 작가는 이 오브제들을 받침대 위에 디스플레이하는 등 세트 디자인을 통해 전시 공간에 한데 모아 마치 가족처럼 관계를 맺게 한다.
특히 최근작을 통해 모호한 유머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에 주목해 보자. 여기서 보닌은 차용과 과장, 소외와 전유, 협업과 위임, 말과 이미지의 뾰족한 유희 등의 예술적 전략을 통해 수많은 레퍼런스와 기억, 경험을 결합시켜 독특한 ‘감정’을 만든다.
코시마 폰 보닌은 설치 작품에서 귀여운 유령, 재앙적인 장면, 유쾌한 실패를 연출합니다. 그녀의 인물과 조각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논평하며 우리를 길로 인도하는 사회적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결합됩니다.
예술가로서 그녀는 작품 뒤로 물러납니다. 그녀는 유일한 창조물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깨고 대신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우리는 다수다’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피곤함과 비활동을 확장된 방식으로 기념하며, 자본주의 노동 개념과 사회적 관습, 예술계에 대한 전복적인 비판도 결합합니다.
전시 큐레이터 카타리나 돔(Katharina Dohm)
보닌의 대표적인 작업 경향 5
부드러운 조각
보닌은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재료와 표면으로 만든 조각품을 선보인다. ‘부드러운’ 조각에 대한 형식적인 대응은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도로시아 태닝, 클레스 올덴버그, 마이크 켈리 같은 작가의 공통분모는 작은 것이 커지고, 딱딱한 것이 부드러워진다는 원리다. 패치워크 기법을 활용한 입체적인 벽 작업들은 전문 재단사가 제작했다.
첫 번째 전시실에는 대형 로켓 위에 앉아 있는 거대한 병아리를 만날 수 있다. <Open Your Shirt Please 6>(2019)는 분홍색 돼지 무리가 스테인리스 스틸 판 위에 피곤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보닌의 장난감 같은 피규어들은 종종 귀여워 보이지만 어느 순간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병아리는 구부러져 구토를 하고, 돼지 옆에는 수갑과 같은 페티시 장난감이 놓여 있다.
텍스타일 그림
벽에 걸거나 받침대에 설치되거나 들것 프레임에 펼쳐진 텍스타일 그림들은 마치 현수막처럼 느껴진다. 보닌은 이를 독점적인 조각과 값싼 천을 결합한 “누더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양한 직물로 구성된 패치워크 작품들은 1960년대 후반 블링키 팔레르모의 단색화나 지그마르 폴케의 값싼 천에 그린 그림을 연상시킨다.
만화 캐릭터의 차용 외에도 보닌은 패션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의 X-스티치와 같은 시그니처 스타일이나 대중 가요나 문학의 텍스트 조각을 등장시킨다. 내면의 모순과 심연의 유머는 종종 단어와 이미지의 유희를 통해 드러난다. <Harmonie ist eine Strategie>이나 Shirt / Fluff / Same Day (2007) 등의 작품이 그것이다. 독일 밴드 토코트로닉의 가수 더크 폰 로츠의 텍스트 중에서 차용한 이 작품들은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요소로 가득 차 있다.
대피 덕
‘대피 공식’에 따르면 대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우선 대피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기주의, 인정에 대한 갈증, 비겁함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든 특성이 도전적인 가혹함 앞에서 극단적으로 과장되어야 한다. 과장은 실패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일어나고, 부활함으로써 만화 시리즈 애청자들의 많은 환심을 샀다. 대피 덕의 독특한 특징인 삐걱거리는 발음, 뒤뚱거리는 짧은 다리와 튼튼한 부리를 가진 건장한 체격은 다양한 성격 변신을 거듭한다. 보닌의 작품에서 대피 덕은 가면의 뒤에서 생활하며 변신을 즐기는 탐욕스럽고 불안한 도적이기도 하다.
흡연
전시장에서는 세 번이나 우아하게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The MK 2 Formular #303(outdoor version)>(2014)에서 보닌은 친구인 아티스트 마틴 키펜베르거의 말을 인용한다. 이 작품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키펜베르거의 무제 가로등 작품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다. 흡연은 비순응과 반항과 관련이 있다. 흡연은 시간 낭비를 의미하며, 자본주의적 노동 개념과 사회적 규칙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다.
로켓
보닌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부드러운 외피는 로켓의 경우에는 어떨지 상상하게 만든다. 로켓도 부드럽기만 할까, 아니면 저항력이 강한 소재로 만들어졌을까. <Kings of The B>(2019)에서는 로켓 두 개를 콘크리트 믹서에 넣어 부드럽게 휘젓고 있다. 보닌의 작품에는 종종 성과와 피로 사이의 순간이 담겨 있다.
작품 대부분은 후기 자본주의에 기반해 인간으로서 창의력을 수익성 있게 사용해야 할 기능적인 측면이 필수불가적으로 요구된다. 로켓에 붙은 이름처럼 루저조차도 더 이상 루저가 될 수 없으며 영구적인 자기 최적화에 집중해야 한다. 보닌의 작품에서는 항상 반대의 개념이 끊임없이 감지되며 모든 사람이 당연히 경험하는 피곤함을 옹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