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서울 코엑스의 모습은?
헤더윅 스튜디오의 디자인으로 재탄생할 COEX
지난 3월 10일, 한국무역협회가 코엑스 컨벤션 센터 외관 변경에 관한 설계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축물을 설계한 헤더윅 스튜디오가 그 주인공.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새롭게 변신할 코엑스의 모습을 미리 살펴보자.

모듈로 쌓아 올린 ‘호기심 캐비닛’
서울의 중심이 되는 코엑스 컨벤션 센터가 새 단장을 시작했다. 리뉴얼 프로젝트는 국제 지명 설계 공모를 통해 당선된, 영국의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가 맡는다. 이번 공모는 한국무역협회KTIA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GITC 조성과 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인근 대규모 개발 사업과 연계해 코엑스 전시장이 서울을 대표하는 글로벌 마이스MICE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자 기획된 것. 전체 디자인 콘셉트와 인접 공간과의 연계성, 창의성, 실현 가능성 등의 항목으로 종합 심사를 거쳤는데, 헤더윅 스튜디오는 글로벌 메가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전문성과 독창성을 코엑스에 조화롭게 접목했다는 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제안한 디자인의 메인 콘셉트는 ‘호기심 캐비닛 Cabinets of Curiosities’이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유리 구조를 대체하고 서울의 변화하는 정체성을 반영해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 ‘신기하고 희귀한 물건들을 모아둔 작은 진열함’에 착안해 전시장 외벽을 여러 크기의 모듈 박스로 쌓아 올리고 그 안에 전시, 대중 참여, 콘퍼런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아내는 것이 목표다. 또한 공식적인 행사가 없을 때도 방문객이 즐기는 인터랙티브한 공간이 될 수 있게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난 외관을 창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코엑스가 누구나 머물 수 있는 편안하고 열린 공간, 다채롭고 역동적인 경험이 가능한 공간,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디자인을 통해 코엑스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심사위원장 제해성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친근한 공간이자 새로운 문화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모듈 디자인은 유연하고 조절 가능한 공사방식으로 코엑스의 외관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공사 중에도 전시장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 코엑스 전시장 리뉴얼 프로젝트는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제한된 환경과 면적, 건축 기준 등을 유연하게 대응하는 미래 친환경 건축 기준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재료 재사용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효율성 강화, 실내·외 환경 개선, 방문객과 이용자들의 웰빙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그동안 헤더윅 스튜디오의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예상할 수 있을 듯.
사람의 움직임, 자연의 조화로 완성한 디자인
헤더윅 스튜디오는 영국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건축, 도시 디자인, 조경,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디자인 철학을 담고 있는데, 전통적인 건축 재료와 새로운 기술을 결합해 독창적인 구조와 형태를 창조하며 환경을 고려한 설계 방식과 재료의 재사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또한 건축이 단순한 형태를 넘어 공간에서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는 감각적 요소를 중요하게 따진다.



이들의 대표 프로젝트로는 뉴욕 맨해튼의 베슬Vessel. 고대 인도의 계단식 우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베슬은 사람들의 참여와 움직임을 중심으로 완성된 공공 예술 건축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뒤집어진 원뿔형 구조는 2,500개의 계단과 154개의 계단 연결 구조물로 이뤄졌으며, 총 80개의 개별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높이에서 맨해튼과 허드슨강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했다.


또 하나의 대표 프로젝트로 뽑자면 일본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가 있다. 2023년 11월에 개장한 아자부다이 힐즈는 일본 도쿄 미나토구(港区) 아자부다이 지역에서 진행된 대규모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도심 속 빌리지’라는 콘셉트로 자연과 도시, 인간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그렇기에 헤더윅 스튜디오는 단조로운 도시 구조 대신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곡선 형태의 건축 디자인을 시도했다. 또한 제로에너지 건축(ZEB, Zero Energy Building) 개념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태양광을 포함해 재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한다. 아자부다이 힐스는 지속 가능한 미래형 스마트 시티로 떠오르며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헤더윅 스튜디오의 디자인을 접할 수 있다. 서울 한강에 위치한 노들섬Nodul Island이 바로 그것. 이 재개발 프로젝트 역시 자연과 도시의 조화에 집중했다. 건축물과 공원을 분리하지 않고 건축물이 자연 안에서 확장되는 듯한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한강과 연결하여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을 체험하도록 곡선형 보행로와 테라스 공간을 들였다. 일부 공간은 계단식 형태로 조성해 다른 높낮이로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헤더윅 스튜디오만의 독창성을 증명했다.
2029년 새 모습으로 재탄생할 코엑스 컨벤션 센터. 현재도 코엑스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콘퍼런스, 전시회, 박람회, 세미나 등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리뉴얼 프로젝트를 통해 K-컬처뿐만 아니라 IT, 테크 등 더욱 방대한 분야의 이벤트가 모이는 한국의 글로벌 허브, 또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주목받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