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 아자부다이 힐스
2023년 11월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프로젝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논의를 시작한지 35년 만의 일이다.
도시의 다양성과 강렬함을 응축한 프로젝트
도쿄는 크고 작은 건물이 밀착된 도시다. 오래된 건축물과 새로운 건축물 또한 공존하고 있다. 지난 11월에 개장한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는 다양한 층위의 디자인이 혼재된 이 도시의 다양성과 강렬함을 응축한 프로젝트다. 도쿄 최대 부촌으로 꼽히지만 한때는 낙후되었던 미나토구의 재개발 프로젝트로, 펠리 클라크 & 파트너스Pelli Clarke & Partners, 니켄 세케이, 타일러 브륄레Tyler Brûlé, 소우 후지모토, 야부 푸셸버그Yabu Pushelberg 등이 참여해 주민, 기업, 학생, 방문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 시설을 만들었다. 중심 테마는 친환경과 웰빙. 전체 면적의 20%가량을 녹지로 구성하고, 촘촘히 연결된 지하 공간을 통해 상업 시설이 가지처럼 뻗어나가도록 했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더 클라우드’라는 이름의 중심 상업 시설과 공공 공간 설계를 맡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디자이너들은 도시에서 시간과 돈을 쓰는 방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 상업 지구 설계에서 획일화된 접근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상치 못한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동네, 쇼핑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이유다. 하지만 상업 공간과 녹지, 광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았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마치 창문 너머의 유리 등불처럼 보이도록 섬세하게 상점들을 배치했다.
“새롭고 현대적인 디자인이지만 무엇보다 인간 중심적인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였다.
헤더윅 스튜디오 디렉터 토머스 헤더윅
아자부다이 힐스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장소다. 인간의 경험을 이해한 세심한 장소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로 다른 디자인이 한곳에 모인 융합의 장
획일화된 박스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클러스터 시스템을 설계해 흥미로운 도시 생활을 위한 무대를 만든 것이다. 또한 건물이 거리를 점유하는 방식을 분석해 건축 스케일을 세분화하고 이를 레이어링함으로써 저층부에서 가장 높은 타워의 정상까지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도했다. 건축물은 도쿄의 내진 요건을 충족할 만큼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함을 갖춘 단순한 격자 구조를 기반으로 했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그룹 리더 닐 허바드Neil Hubbard는 “아자부다이 힐스는 서로 다른 디자인이 한곳에 모인 융합의 장이다. 우리는 그리드를 완성한 후, 그리드를 부숴버렸다. 서로 연결된 격자 빔을 땅속으로 집어넣고, 옆으로 밀어내고, 서로 떼어놓고, 심지어 왜곡하기도 했다”라며 설계 과정을 설명했다. 건축물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병치를 통해 공간과 형태를 뒤섞으며 선형적 표현을 도출했다는 얘기다. 주목할 것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뿐만이 아니다. 롯폰기 힐스와 오모테산도 힐스 등 굵직한 도시 재생 사업을 성공시킨 모리빌딩 컴퍼니는 1989년부터 아자부다이 힐스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약 35년에 걸친 재개발 프로젝트인 셈이다.
모리빌딩 컴퍼니는 긴 시간에 걸쳐 부지 내 사업체, 주택, 대지의 소유주 300여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협상하며 힘을 모았다. 닐 허바드는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기존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자부다이 힐스의 목표는 지역을 터전으로 삼는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의 터전을 물려주기 위해 재개발 기간 동안 이주하는 데 동의했고, 기존 세입자와 사업체의 90% 이상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결정했다”라며 프로젝트의 가치를 전했다. 아자부다이 힐스가 우리에게 전하는 도시 재생의 원칙은 크게 두 가지, 바로 점진적 개발과 지역 공동체와의 소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