넨도가 참여한 새로운 TGV
유동성에서 영감을 받아 재창조된 디자인
프랑스 고속열차 TGV의 새로운 실내 디자인이 지난 3월 11일 파리 리옹역에서 공개했다. 이번 디자인은 일본 스튜디오 넨도가 참여해 기대를 모았다.

일본 스튜디오 넨도Nendo와 현지 에이전시 AREP가 참여한 프랑스 고속열차 TGV의 새로운 실내 디자인이 지난 3월 11일 파리 리옹역에서 넨도의 디렉터 오키 사토Oki Sato, 프랑스 철도청 SNCF의 마케팅 디렉터 플로렁스 루소Florence Rousseau가 참석한 가운데 공개됐다. 유동성과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은 유연한 곡선의 디자인은 편안함은 물론 혁신적인 기술과 모듈성이 결합되어 앞으로 열차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에게 한 단계 진화된 편리함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TGV 디자인의 키워드는 ‘흐름’이다. 디자이너 오키 사토는 풍경 속을 가로지르는 열차의 움직임을 통해 강물의 흐름을 느꼈고, 이는 다른 교통수단과 차별화된 기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시작된 ‘흐름’이라는 컨셉은 수평선과 수면이 전달하는 잔잔한 느낌으로 실내 디자인에 적용됐다. 좌석과 테이블, 램프 등은 마치 물에 연마된 조약돌과 같이 부드러운 형태로 디자인되었고, 수면이 깊을수록 색이 짙어지는 강물처럼 컬러 또한 상부는 밝고 하부는 어둡게 적용됐다.


5세대 TGV의 디자인 과정은 조금 특별하다. TGV 역사 이래 처음으로 철도청 직원들이 디자인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객을 환영하고 안내하는 열차의 안내원들을 위해 이전보다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기관사들에게는 운전실의 효율성 보완, 청소업체 및 유지보수 기술직 직원들은 업무 수행이 더 편리해지도록 도구와 동선의 배치를 변경하는데 있어 이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가상현실 기술이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도움이 되었는데, 미리 시뮬레이션 된 세 가지의 시안을 가상현실 안에서 미리 체험하도록 하고 이 중 선택된 디자인이 최종으로 결정됐다. 그렇게 운전실의 경우 야간 운전을 위한 특수 조명이 추가되고 간접 조명의 질이 개선되었으며 방음 기능을 향상시켜 기관사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객실에만 제공되는 에어컨을 승객들이 전화를 하거나 서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플랫폼 공간까지 확대시켰고, 인공지능형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탑승객 수에 따라 자동으로 난방 시설이 조절된다. 화장실 또한 스테인레스 스틸 자재를 사용해 환기, 배관, 청소가 용이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새로 디자인된 객실은 기존 좌석의 앞뒤 넓이를 얇아지도록 수정해 공간 손실 없이 20%의 추가 좌석이 설치되었을 뿐더러 승객들은 다리를 더 앞으로 필 수 있게 되면서 높은 수준의 편안함을 갖추게 되었다. 모듈식 디자인으로 제작된 좌석 및 조명, USB 소켓 같은 모든 장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별적으로 쉽게 보수 및 관리가 용이한 것도 특징. 또한 좌석에 사용된 모든 구조적 요소는 30년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천과 충전재는 90퍼센트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다. 인체공학적 조립 시스템으로 어떤 모듈이든 쉽게 청소하고 교체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이번에 사용된 시트는 만족스러운 사용감과 쿠셔닝을 위한 스프링 효과를 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체형을 가진 125명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좌석 모델을 만들고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TGV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테이블 램프 디자인의 변화는 모두의 관심사였다. 실제로도 기존 열차의 램프가 상품화 되어 디자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을 만큼 국민들의 램프에 대한 애정은 높다. 좌석의 유연한 라인과 동일하게 둥근 형태로 디자인된 램프는 노란색을 사용해 파랑, 흰색, 빨강의 메인 컬러 팔레트 속에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과거의 디자인을 연상시키기도 해 친숙한 느낌이며, 객실 공간에 생동감을 준다는 평가다. 좌석의 번호 체계가 완전히 재설계된 것도 큰 변화다. 식별을 단순화 하고 탑승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앞으로 TGV INOUI 열차에는 3자리 번호가 제공될 예정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탑승객을 배려한 서비스도 놓치지 않았다. 기저귀 교환대가 추가되었으며, 이유식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레인지, 여행 중에 아이들과 움직일 수 있도록 플랫폼 공간의 확장도 도입했다. 자전거와 함께 여행하는 승객들을 위해 자전거를 수용할 수 있는 3개의 공간도 제공된다. 1등석 한 칸 마다 자전거 2대를, 2등석 두 칸 마다 자전거 3대를 수용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자전거에 우선권이 주어지지만 스쿠터도 허용된다.




여행의 즐거움을 도와주는 바 공간은 ‘르 비스트로Le Bistro’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여전히 4번 차량에 존재하는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디자인 관점에서 완전히 재창조된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 이유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는 열차의 구조상 1층은 통로의 역할만 가지고 2층만을 바로 사용했던 기존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두개의 층 전체를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래층에는 셀프서비스 냉장고와 결제 단말기가 있으며, 윗층 식사 공간에는 28개의 좌석이 작은 부스로 구성되어 있다. 1등석의 레드와 2등석의 블루가 혼합된 컬러 팔레트가 적용돼 객실의 좌석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편안한 형태가 매력적인 라운지 공간을 만들어냈다. 두 개의 층 모두 식사와 휴식을 취하면서 베이 윈도우를 통해 충분한 일광과 지나가는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모든 창문에는 외부 빛을 포착하고 태양광선을 차단하는 필터가 장착되어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열차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앞 부분부터 내부 설비 및 가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열차의 새로운 비전을 제안하는 작업이라고 불린다. 프랑스 국기의 빨간색, 흰색,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색상 구성과 시속 320km로 속도를 내었을 때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공기 역학적으로 계산된 기다랗게 빠진 머리의 형태가 이번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부분에 타원 모양의 검정색 페인트를 입혀 디자이너는 동물의 모습을 연상시키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열차의 나머지 외관 부분은 반대로 밝은 흰색 페인트를 칠해 여름철 냉방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가진다. 이 새로운 열차는 2026년부터 운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