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이안 쳉은 왜 AI를 사용하는가?

미국 작가 이안 쳉과의 인터뷰

중국계 미국 미술가 이안 쳉은 2022년 리움미술관에서 전시하며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였다. 그의 작품은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렉티브 작품이라는 것이 특징이라 MZ세대 미술 애호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술가 이안 쳉은 왜 AI를 사용하는가?

오는 4월 13일까지 글래드스톤 서울 갤러리에서 〈사우전드 라이브즈(Thousand Lives)〉 전시를 갖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안 쳉을 직접 만났다. 신작 ‘사우전드 라이브즈’는 주인공 챌리스(Chalice)가 키우는 반려 거북이 ‘사우전드(Thousand)’의 일상을 극화한 시뮬레이션 작품이다.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인 에서 잠시 등장했던 거북이 캐릭터에서 유래한 사우전드의 신경계가 챌리스의 기억을 저장하는 살아있는 하드 드라이브 역할을 한다는 세계관이 흥미롭다. 이 거북이는 작가의 2019년 작품 에서 처음 탐구된 추론적 AI 모델에 의해 움직이며, 동물의 내적 욕구와 챌리스의 아파트에서 마주치는 기회와 위협을 조화시키려고 시도한다. 이안 쳉과의 인터뷰는 AI시대의 미술가, 미술가가 창조한 세계관, 국제적 미술가로서의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AI 모델에 의해 움직이는 반려 거북이

이안 쳉
리움에서 열린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재미있게 보았다. 그때 리움미술관에서 ‘BOB 이후의 삶’(2021), 작가의 이름을 세계 미술계에 알린 〈사절(Emissaries)〉 3부작(2015-2017), 시뮬레이션 속에 사는 의식을 가진 인공 생명체를 다룬 ‘BOB(Bag of Beliefs)’(2018-2019)를 선보였다. 이번 글래드스톤 전시와 리움 전시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이번 전시에서도 ‘BOB 이후의 삶’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이 작품은 5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작가로서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서 각각의 인물의 관계성을 탐구하고 있다. 관람객이 ‘관람객 모드’를 연결하면 특히 궁금한 인물을 클릭해서 그의 정보를 통해 비밀을 파헤칠 수 있기도 하다. 자녀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딸이 동화 속 세계에 빠져들고 싶다고 말했던 것에서 시작한 기능이다. 한 번에 한 명만 접속 가능하며, 나머지 관람객은 대기 가능하다.

‘BOB 이후의 삶’(2021), 전시장 전경 사진 © 글래드스톤 갤러리
신작 ‘사우전드 라이브즈’(2023-2024)는 챌리스의 반려 거북이 ‘사우전드’의 일상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이다. 사우전드는 인간의 사고 방식과 같이 논리적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뉴로-심볼릭(neuro-symbolic) AI 모델에 의해 구동되는데, AI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신작은 ‘BOB 이후의 삶’과는 달리 거북이가 학습을 통해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 속 거북이는 위기에 처하면 죽기도 하는데, 다시 태어나면 기존 학습 능력의 20%를 갖고 다시 학습하기 시작한다. 기존 작품 ‘BOB 이후의 삶’에서는 밥이 죽었다가 살아나면 학습 능력을 모두 잃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많은 학습이 필요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신작에서는 과거를 완전히 탈피하기보다는 20% 정도의 과거 기억만을 가지면 좋겠다고 여겨 그렇게 설정한 것이다. 지식이 쌓일수록 거북이가 죽을 확률이 낮아지고, 순환의 과정이 느려진다.

거북이가 아파트 안을 벗어날 수도 있는지?

(웃음) 아직까지는 챌리스의 아파트 안에서 거북이가 도망친 적은 없다. 이 거북이는 위험을 감지하면 겁을 먹고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위협을 주는 물건을 찢으려고 하기도 한다. 이 거북이는 여러 기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먹이를 찾고 잠을 자려고 하며, 따뜻한 곳을 찾아야 한다. 거북이의 특정 욕구에 의한 행동으로 인해 답을 찾는 과정이 무한하다. 그래서 결말은 작가인 나도 모른다. 거북이가 여러 번 죽을 것이라는 정도만 안다.

‘사우전드 라이브즈’ 작품의 매력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서 작품을 보는 관점을 결정하는 것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동물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최고의 샷으로 잡는 관점과 리얼리티 TV 쇼처럼 여러 개의 카메라 중 가장 적합한 샷을 잡는 관점에 비유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관람객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는 없고,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마치 살아 있는 거북이를 보는 듯한 관점을 경험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작업을 할 때는 생동감에 포커스를 맞추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변할 수 있는 감성을 빠르게 불어넣고자 시도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20살이 된 챌리스가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는데, 우리의 실제 삶과 다르지 않다. 보다 강렬한 버전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사우전드 라이브즈’의 AI 모델은 기존 ‘BOB 이후의 삶’에 기반하지만 더 섬세해졌다. 큰 차이는 거북이가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를 모델링 했다는 점이다. 거북이가 무엇을 학습하고자 하는지 선택의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낼 때 주의 집중하듯이, 주의 집중을 통해 거북이의 행동이 다양화된다. 신작의 거북이는 기존과 달리 역설적으로 쉬운 학습 모델이다. 동물의 행동 모델을 그야말로 반영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것을 해결하는 학습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처음 보는 이상한 오브제를 만나더라도 거북이가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의 실제 삶에서도 학습이 중요하지 않은가!

당신은 예술 협업자로서의 인공지능을 선택했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 관심을 가진 인공지능 분야는 무엇인가?

신작에서 추론 AI를 사용했는데, 감각적 인풋이 들어왔을 때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딥 러닝과 조금 달리 에이전트가 하나의 예시에서 비롯된 학습을 한다. 예를 들어서, 거북이가 빨간 사과를 먹고 맛이 있다는 것을 학습하고, 그다음 수박을 먹고 붉은색 물건을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후 빨간 벽돌을 먹으면 고통을 학습하게 되고, 규칙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다. ‘동그란 빨간 것은 맛이 있고, 네모난 빨간 것은 먹으면 아프다’라고. 이처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습을 수정하는 것을 신작의 거북이에게 적용해 보았다. 이러한 학습 모델을 행위자 기반의 모델로 치환하는 것. 탐구, 목마름 등의 명료한 동기가 생기면서 빠르게 학습 모델이 작용하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붉은 색이 먹이인지 위협인지 학습 모델에게 평가해달라고 요구하는 것.

사실 거북이의 목표는 간단하다. 위협을 받으면 도망가고, 배고 고프면 먹이를 찾아 나선다. 이는 “센스(Senses)-니드(Need)-신념(Belief)-액션(Action)-목표(Goal)”로 구성되는데, 이러한 순환으로 액션을 명료하게 프로그램했다. 도망가거나 뒤집어지는 거북이의 행동은 신념을 위한 무한 생성 혹은 무한 수정되면서 생성적 모델이 가능하다.

‘사우전드 라이브즈’(2023-2024) 작품 이미지 © 글래드스톤 갤러리
당신의 작품은 인공지능을 통해 관람객과 작품이 소통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든 인공지능 작품이다 보니 당신의 취향이 중심이 될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영화, 미술 등은 공통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온 어떤 건물의 디테일이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 이는 예술을 통한 객관성보다는 특정성을 만들기 위해 작가가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거북이나 BOB과 같은 에이전트 모델을 만드는데 동물의 기본적 특성을 담아냈고, 이렇게 특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본분이라 본다.

‘BOB 이후의 삶’은 멋진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흥미로웠다. 당신이 생각하는 명장면, 명대사는 무엇인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프로그램과 동일하다.”는 대사가 나온다. 나의 첫째 아이가 1살 때 이 대사를 썼다. 딸이 우리 부부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을 보면서 이를 느낀 것. 작품 속 두 캐릭터가 초기 학습을 진행하는 과정이, 부모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과 비슷하게 여겨졌다.

리움에서 보여주었던 ‘BOB 이후의 삶’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번 전시에서 진화되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큰 변화는 없다. 관람객과의 인터렉티브 측면에서 좀 더 안정적으로 발전했다. 초반 5분 정도의 프롤로그가 원래 글로 구성되었는데, 보다 이해가 쉽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이를 영상으로 도입했다. 새로운 에디션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이 작품을 구입한 기존 컬렉터에게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내주는 형식이다.

아티스트가 바라보는 AI와 미래

아이들이 앞으로 AI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기를 기대하는가?

나의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전시를 보거나 아이패드를 사용하지는 않는다(비행기에서는 아이패드를 사용하게 한다). 첨단 기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SNS를 생각했을 때, SNS는 타인과의 비교를 유발하게끔 하기도 한다. 그래서 SNS는 10대에게 건강하지 못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SNS의 폐해에 대응할 수 있는 내면이 강한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사우전드 라이브즈’(2023-2024) 전시장 전경 사진 © 글래드스톤 갤러리
당신의 작품이 AI를 사용하지만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2012년 AI 작품 제작을 시작했을 때부터 에이전트(행위자) 기반 시뮬레이션 철학의 캐릭터나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주로 아이디어 도구로 생성형 AI를 사용한다. 나는 행동 양식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추론형 AI를 사용한다. 미래에는 AI가 아마 더 그런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다.

신작 작품 뒤 작은 모니터로 거북이의 뇌 활동을 볼 수 있다. 하단에는 여러 욕구가 있는데, ‘확신’과 ‘능력’을 보자. 확신이 높아지면 무언가를 탐험하고 싶고, 능력은 우리가 어떤 액션을 취하다 실패하면 실패의 위험이 있는 액션을 원하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능력이 높아지면 높은 위험을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

‘사우전드 라이브즈’(2023-2024) 전시장 전경 사진 © 글래드스톤 갤러리
인공지능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현대미술의 미래와 인공지능의 미래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 것으로 예측하는지?

예술은 굉장히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할 것 같다. 개인에게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미래를 꿈꾼다. AI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며, 그렇다고 무조건 개인의 취향에 맞춘다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관람객의 관점이나 성격을 고려한 개별성을 융합하고 고유성을 흡수할 수 있는 그런 작품 말이다. 관람자와 소통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상상해 본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다음 프로젝트는 내가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AI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 중이라는 것에서 비롯될 것이다. 나만의 예술적 메시지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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