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디자인 위크 2025> 이모저모
스웨디시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2025년 2월 3일부터 9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가 열렸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짧은 해는 오히려 로컬 디자인 쇼케이스의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번 행사의 주요 장면들을 소개한다.

2월의 스톡홀름은 변덕스러운 날씨와 빠르게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도 특별한 활기로 가득했다. 바로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Stockholm Design Week)>와 <스톡홀름 가구 페어(Stockholm Furniture Fair)>가 열린 것. 북유럽 디자인의 본고장답게 도심 곳곳은 신제품 론칭, 전시,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가득했고, 디자이너들은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실험적 시도를 과감히 선보였다. 전통과 혁신, 지속 가능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스웨디시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 이번 축제는 일상에 스며든 아름다움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의 첫 건축 프로젝트
‘노트(Note)’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스톡홀름 기반의 집단적이고 다학제적 디자인 스튜디오는 2008년 문을 연 이래로, 첫 건축 프로젝트에도 도전했다. 인테리어, 제품, 그래픽 디자인 및 아트 디렉팅에 이르는 다분야를 넘나들며 유연성을 발휘해 온 노트의 공동 설립자 요하네스 칼스트롬(Johannes Karlström)은 “이번 레지덴셜 프로젝트는 물질성, 공간의 맥락, 경험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광범위하게 확장했습니다”라며, 젊은 클라이언트의 디테일한 니즈를 반영하면서도, 그 경계를 새롭게 설정해가며 자유롭게 탐구의 과정에 임했다고 밝혔다.


오레 스키 리조트(Åre Ski Resort) 남쪽에 위치한 오트셰(Ottsjö)의 가파른 산악 지형과 눈이 많이 내리는 까다로운 지역 환경을 견뎌낼 탄탄한 주택 설계를 위해 노를란드의 심재와 노르웨이산 대리석 등 적절한 천연 자재 공수와 제작을 위한 장인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그렇게 완성한 빌라 오트셰(Villa Ottsjö)는 세 개의 볼륨으로 구성되며,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개방성 간의 균형을 보장하며,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NK 백화점이 쇼윈도를 내어준 이유
도심에 자리한 유명 백화점인 NK, 즉 누디스카 콤파니엣(Nordiska Kompaniet) 소속의 NK 인리어닝(NK Inredning) *인리어닝은 스웨덴어로 실내 장식, 퍼니싱을 의미한다 이 전시 ‘메이드 인 스웨덴(Made in Sweden)’을 쇼윈도에 열었다. NK 인리어닝의 CEO이자 메이드 인 스웨덴의 설립자 카디 하르작(Kadi Harjak)은 “지속 가능성, 고품질 소재, 현지 생산에 초점을 맞춘 우수한 스웨디시 디자인을 소개하는 자리로, 우리의 목표는 제조사들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들이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라고 발표했다.

이곳에서는 ‘깨진 것으로부터의 아름다움(Beauty from the broken)’을 모토로 일상의 폐기물을 디자인 오브제로 변신시키는 디자인 스튜디오 엔케이(enkei)가 자체 개발한 신소재인 리세라믹스™(Receramix™)로 만든 조명 리마인더(001)(Reminder(001)) 시리즈를 통해 미래에 대한 현재의 선택과 책임을 상기시켰다.


또한, 스웨덴 예술가 한나 한스도터(Hanna Hansdotter)는 특수 주조 철제 틀에 유리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관능적이고 유기적인 형태의 조각품을 만드는데, 여기에 샤이니 한 은도금으로 반사와 왜곡을 일으키며 역동성을 더한다. 이 외에도, NK 인리어닝이 3년 전 론칭한 투게더(Together)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1889년에 설립된 스웨덴 최초의 산업용 러그 회사 카스탈(Kasthall)은 재능 있는 디자이너와의 협업한 텍스타일 작품을 함께 선보이며, 스웨덴 디자인의 성장을 지원했다.
포기아(Fogia)만의 감성 디자인

스톡홀름 외곽으로 자리를 옮겨, 가구 브랜드 포기아(Fogia)의 본사는 인더스트리얼 무드가 물씬 풍기는 탁 트인 공간감에 근사한 바다 뷰를 자랑했다. CEO 마커스 후버(Marcus Huber)와 CMO 오사 반 드럼프트(Åsa van Drumpt)의 따뜻한 환대가 느껴지는 가운데, 포기아와 오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노르웨이의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엔게스비크(Andreas Engesvik)는 모던한 라운지체어 피코(Pico)를 직접 소개했다. “얇게 구현한 강철 소재의 관형 프레임 덕에 자원의 사용 및 가구의 무게도 줄이는 효과를 지닙니다.” 불과 12.3kg의 어디로든 이동이 용이하고, 소재와 촉감을 섬세하게 신경 쓴 쿠션은 포근함을 극대화한다.


(오른쪽) 카리나 세스 앤더슨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유승주
더불어, 자신이 디자인한 안경에 차분한 블랙 톤 의상을 매치한 카리나 세스 앤더슨(Carina Seth Andersson)은 2018년 처음 고안한 화병인 큐브(Cube)에 다채로움을 부여했다. 스웨덴 남부 스몰란드(Småland)에서 핸드 블로운 한 유리에 블랙, 그린, 모카, 리넨, 핑크 등의 은은한 터치를 가미해 원시적이면서도 세련된 미학을 보여준다. 그녀는 “고체이면서도 액체이고, 깨지기 쉬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납니다”라며 유리가 지닌 이중적인 매력의 공존을 역설했다.
침대 옆 유쾌한 협탁 시리즈

1991년 론칭한 고급 침구 앤 욕실 리넨 브랜드 밀레 노티(Mille Notti)는 텍스타일뿐만 아니라 침대와 기타 침실용 액세서리를 소개해왔다. 고요한 공간에서 펼쳐진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 스웨덴 디자이너 에바 쉴트(Eva Schildt)가 디자인한 세 가지 베드 사이드 테이블 루카(Luca), 칼라(Carla), 프랑카(Franca)가 자유분방하게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작지만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어딘가 음표를 닮은 형태 때문인지, 프랑카는 유독 생동감 넘쳐 보였다. MDF 상판에 오일 처리한 오크와 페인트칠한 자작나무 소재에 레드와 브라운으로 제공된다.

밀레 노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캐서린 웨흐트제 후스타드(Catherine Wehtje Hustad)는 “우리는 진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가구를 만들고자 했다. 실용적으로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의 예술적 오브제로서 기능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했으며, 에바 쉴트는 “보조적인 존재로서, 침대 디자인을 보완하면서도 고유한 정체성을 지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여행자의 시선과 빈티지 미학
2011년 세계 여행을 하며 발견한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던 작은 매장에서 자체 디자인 브랜드로 성장한 더스티 데코(Dusty Deco)는 촛불로 아늑하게 빛낸 고즈넉한 갤러리 쇼룸으로 초대했다.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에딘 메믹 셸베르츠(Edin Memic Kjellvertz)는 “우리는 고품질, 장인 정신, 독특하고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을 결합해 풍부한 내러티브를 담은 가구를 만드는 데 전념합니다”라고 소개하며, 축제 기간 동안 의자, 러그, 커피 테이블, 조명을 출시했다.



(오른쪽) 화려한 텍스타일 업홀스터리가 특징인 데커던트 암체어. ©Dusty Deco
무엇보다, 건축 디자인 회사인 스톡홀름 스튜디오(Stockholm Studio)와 협업한 암체어 데커던트(Decadent)는 연기 자욱한 재즈 라운지나 영국 클럽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의자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이탈리아 리몬타(Limonta)의 텍스타일로 업홀스터리해 아늑함을 더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의자의 탄생 배경에 대해 물으니, 에딘은 “우리는 스튜디오 스톡홀름을 꽤 오랫동안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캐주얼한 저녁 식사를 하며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렇게 타임 리스한 스타일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융합한 가구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에딘과 리나 셸베르츠(Lina Kjellvertz)가 직접 고안한 코넬리아(Cornelia) 천장 조명은 황동과 천연 카피즈 조개껍데기(Capiz shells)를 활용해 모던부터 클래식한 무드를 아우르는 스테이트먼트 피스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국립 미술관에서 연 노르딕네스트의 첫 프레젠테이션

대중에 친근한 북유럽 온라인 리빙 편집숍 노르딕네스트(NORDIC NEST)는 디자인 축제 기간 중 처음으로 주요 브랜드를 프로모션하는 행사를 스웨덴 국립 미술관(Nationalmuseum)에서 진행했다. 유서 깊은 명소에서 노르딕네스트의 CEO인 뱅크 버그스트롬(Bank Bergström)은 “우리는 단순한 소매업을 넘어, 스칸디나비안 브랜드의 성공적인 파트너이자, 북유럽 디자인의 장인 정신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섬세한 조명 연출로 극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가운데, 이딸라(IITTALA)는 작년 FW 컬렉션인 꺄아모스(Kaamos)*극야를 의미 에서 올해는 태양의 빛에서 영감을 받은 솔라레(Solare)를 선보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야니 베프살라이넨(Janni Vepsäläinen)은 “북유럽이 지닌 계절의 이중성을 구현하며, 어둠을 지나 빛이 찾아옵니다”라고 묘사했는데, 이번 컬렉션은 밝은 에너지를 품은 글라스 웨어, 텍스타일, 홈 액세서리로 구성된다.


(오른쪽) 프리츠 한센 시리즈 7의 컬러 테마는 덴마크의 가을 새벽 빛을 담은 7.14 AM이다. ©FRITZ HANSEN
이어, 프리츠 한센(FRITZ HANSEN)은 아르네 야콥센이 1955년 디자인한 상징적인 시리즈 7 의자의 70주년을 기념하며, 한정판 컬러를 론칭했다. 덴마크의 가을날, 이른 아침, 7시 14분 경의 색상을 미묘하게 포착한 팔레트는 골드 톤 베이스에 은은한 무지개 빛깔을 띠며 자연스러운 음영이 특징이다.
스톡홀름 가구 페어(SFF) 하이라이트는?


스칸디나비아 가구 및 조명 디자인 분야의 대표 박람회로, 2월 4일부터 8일까지 열린 <스톡홀름 가구 페어>도 빼놓을 수 없다. 완성도 높은 가구 브랜드의 신제품을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전에 없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확인하며 교류하는 즐거움이 컸다.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플랫폼 그린하우스(Greenhouse)에는 총 38명의 디자이너, 19개 디자인 학교가 참가했는데,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TSD 랩의 순환 자원을 의미하는 ‘자원으로서의 쓰레기(Waste As Source)’라는 프로젝트가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버려진 풍선을 정성껏 펴고, 실현 가능한 형태로 커팅 한 뒤 이를 알록달록하게 조합해 새로운 우산으로 탄생시킨 벌루니파이 딜라이트(Ballonnify delight)와 요요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포착한 키네틱 아트 다이아몬드(Diamond)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엘브쇼 고드(Älvsjö gård)는 소규모 작업과 산업 디자인 사이를 오가는 디자이너와 제작자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였으며, 플라스틱 관점(Plastic Perspectives)은 디자인, 예술, 건축의 관점에서 10명의 창작자가 플라스틱의 미래 신소재로서의 잠재력과 현 문제점을 짚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