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으로 말하는 브랜드의 철학, THE ILMA

이야기로 실루엣을 완성시키는 브랜드, 더 일마 인터뷰

고요한 정취가 머무는 서촌에 더 일마(THE ILMA)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가 새롭게 자리 잡았다. 전통 한옥과 양옥이 층층이 겹친 구조 안에서 브랜드가 오랫동안 농축해온 철학과 미학을 공간에 풀어내고 있는 더 일마의 브랜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플래그십으로 말하는 브랜드의 철학, THE I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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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일마 서촌 플래그쉽 스토어 ⓒTHE ILMA

고요한 정취가 머무는 서촌에 더 일마(THE ILMA)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가 새롭게 자리 잡았다. 전통 한옥과 양옥이 층층이 겹친 구조 안에서 브랜드가 오랫동안 농축해온 철학과 미학을 공간에 풀어냈다. 패션과 예술, 라이프스타일이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신선한 공간에서 새로운 챕터를 열어가고 있는 더 일마의 브랜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더 일마 비주얼 디렉터 DK, 마케팅 디렉터 ELLY

인터뷰는 두 사람의 공동 답변입니다.
THE ILMA 24 A/W CAMPAIGN ⓒ THE ILMA

Part. 1 패션으로 서사를 짓다

— 더 일마(THE ILMA)라는 이름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일마(ILMA)’는 핀란드어로 ‘공기’를 의미해요. 공기는 우리가 어디에서나 습득할 수 있는 가장 필수적인 환경 요소이고, 넓은 의미에서 날씨, 공간의 분위기, 감각적인 무드 등을 다양한 것들을 포괄하죠. 브랜드 이름에 ‘공기’라는 개념을 담은 이유는 더 일마가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 이야기를 통해 컬렉션을 풀어나가는 것이 흥미로워요. 주제의 영감은 어디서 받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궁금해요.

​저희는 단순히 옷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특정한 이야기와 감성을 통해 컬렉션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선호해요. 컬렉션을 준비할 시점에 관심있게 바라보는 문화적 흐름, 예술, 스타일링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편이죠. 컬렉션의 주제와 이야기는 먼저 복식의 구성, 디테일, 무드를 정리한 후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 나갑니다. 이후 상상하는 인물상과 결합시켜 그들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을지 떠올려 봅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의상의 아웃풋을 다시 살펴보며, 인물과 서사를 더욱 구체화하고 정제된 방향으로 다듬어 시즌의 이야기를 완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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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A/W ‘La Vie en Rose’ Collection ⓒTHE ILMA

예를 들어, ‘La Vie en Rose’ 컬렉션은 스포티즘과 테일러링을 중심으로 옷의 스타일을 전개했어요. 이후 시즌의 무드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인물이 입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했죠. 그 당시 더 일마가 상상한 ‘워킹 우먼’은 단순한 직장인 여성이 아닌 활동적이고, 열정적이며, 대담하고, 당당한 여성상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갈까를 고민하던 중 ‘장밋빛 인생’이라는 개념이 떠올랐고, 이와 연결되는 노래 ‘La Vie en Rose’를 떠올렸죠. 그렇게 컬렉션의 타이틀과 이야기가 결정되었습니다.

‘Live the Question’이라는 컬렉션의 명칭은 더 일마가 두 번째로 내세운 브랜드 슬로건에서 가져왔어요. 인문학과 고전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문장으로, 브랜드의 방향성을 한 단계 확장하는 개념에서 출발했죠. 첫 번째 슬로건이 ‘여행과 새로운 시선’에 대한 탐구였다면, 이번 슬로건은 ‘질문을 던지고, 호기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탐구하는 태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창작 활동에서 필수적인 탐구 정신을 반영하며, 브랜드가 나아갈 새로운 챕터를 상징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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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A/W ‘Live the Question’Collection’ ⓒTHE ILMA

— 파리에서 진행했던 24A/W, 워킹우먼(Working Women)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23A/W, 몰입(0Immersion)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22A/W 캠페인까지 하나의 아트북 또는 아트 필름을 보는듯한 캠페인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이렇게 진행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캠페인 자체를 단순히 옷을 예쁘게 보여주는 룩북처럼 풀어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그보다는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스토리텔링이 담긴 이미지, 에디토리얼로서 캠페인을 접근하고 있습니다. 옷 자체보다도 브랜드가 지닌 감성, 주제, 철학을 시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식에 더 집중하죠.

THE ILMA 22A/W IMMERSION CAMPAIGN ⓒTHE ILMA

영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던 22A/W ‘몰입(Immersion)’은 더 일마가 예술적인 감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담아보고자 한 첫 시도였어요. 이 캠페인에서는 예술가가 창작 과정에 몰입하는 순간의 집중력과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죠. 예를 들어 무용수가 자신의 움직임에 완전히 빠져들거나, 화가가 그림에 집중하는 순간 등 깊은 몰입의 순간의 에너지와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 상태를 춤이라는 매개로 풀어냈고, 옷은 그 감정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매개체로 사용했어요. 영상에 출연한 인물들은 전문 무용수가 아닌 일반 모델들이었어요. 음악을 들려주고, 그 곡에서 느낀 감정을 가장 자연스럽게 몰입의 상태를 보여준 이들을 선정해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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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A/W ‘Live the Question’ Campaign ⓒ THE ILMA

24F/W ‘Live the Question’ 캠페인의 촬영을 파리에서 진행한 이유는 예술과 창작의 도시라고 불리는 장소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이 본인의 분야를 자연스럽게 탐구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진에서도 상업적인 느낌을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예술적 감성을 지닌 스타일리스트분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죠.

이렇게 내부를 비롯한 외부의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며 더 미학적인 이미지를 발전시키고 전달하기 위한 실험과 고민을 하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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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A/W ‘Live the Question’ Campaign ⓒTHE I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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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A/W ‘Live the Question’ Campaign ⓒTHE I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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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A/W ‘Live the Question’ Campaign ⓒTHE ILMA

— 완성된 컬렉션을 캠페인 이미지 혹은 영상으로 만들어낼 때는 또 다른 영감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시각적인 영감은 어디서 많이 받으시나요?

이미지뿐만 아니라 영화의 스토리, 문학의 서사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수집하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리서치를 하며 눈에 들어오는 콘텐츠들을 모아두고, 그 자료들을 보며 수많은 브레인 스토밍을 하죠. 특정 단어가 떠오르면 그 단어에서 다시 파생되는 이미지나 감정들을 해체하고 조합해보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 이번 25S/S 컬렉션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이번 시즌 컬렉션은 ‘Resonance of Layers’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말 그대로 겹침(Layers)의 공명(Resonance)에서 출발했죠. 저희가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레이어링 스타일과 양옥과 한옥이 공존하는 서촌 플래그십 스토어의 건축적 구조와 공간의 깊이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시즌입니다.

얼마 전 오픈한 서촌 플래그쉽 스토어는 전통 한옥과 중앙의 정원, 그리고 양옥이 층층이 맞닿아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옥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과 양옥의 조화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이 겹쳐진 듯한 오묘함을 선사합니다. 이런 시간의 겹과 공간의 레이어에서 시각적, 철학적 영감을 받아 이번 컬렉션을 기획했습니다. 복식의 종류도 시스루와 같은 반투명 소재, 겹쳐 입는 구조의 아우터, 안감까지 디자인된 디테일 등 ‘겹침’을 물리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시간의 겹침, 공간의 층위, 감각의 공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옷과 공간, 그리고 시선의 흐름으로 풀어낸 컬렉션입니다.

— 가죽과 쉬폰, 울과 니트, 폴리와 트위드 등 서로 다른 소재를 한 피스 안에서 레이어링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해체주의적인 요소와 더불어 무채색과 은은한 컬러의 활용도 눈에 띄는데요, 더 일마만의 고유한 미감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더 일마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미감을 구축하고 있어요. 장인 정신이 깃든 섬세한 디테일과 공예적인 감성이 담긴 요소들을 의미하는 ‘아티저널(Artisanal)’, 일시적인 유행에 휘둘리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세련되고 ‘더 일마’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타임리스(Timeless)’, 그리고 실험적인 시도와 낯선 소재의 조합 등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지향하는 브랜드의 DNA ‘익스페리멘탈(Experimental)’.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전체적인 룩부터 사소한 디테일까지 모든 곳에 반영되죠.

서로 다른 소재의 조합을 즐기는 이유는 해체주의적 감각을 기반으로 세 가지 키워드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표현 방식이기 때문이에요. 더 일마의 옷들은 여성 혹은 남성복으로 구분되지 않는 실루엣을 지향해, 컬러 선택에도 젠더리스함(Genderless)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무채색이나 은은한 컬러감이 주를 이루게 되고, 강한 포인트 컬러보다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색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Part. 2 예술, 협업, 레이어링으로 완성한 브랜드의 두 번째 챕터

— 그럼 이제 새로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도회적인 이미지를 가진 더 일마의 플래그십 스토어 장소가 서촌이어서 꽤 놀랐습니다.

더 일마가 편집숍에서 자체 브랜드로 전환한 이후 약 7년 동안 백화점과 같은 상업적인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운영해왔었어요. 그 과정에서 매출과 수치를 끊임없이 의식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속도감 있는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내부에서는 ‘조금은 속도를 늦추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그렇게 선택된 장소가 바로 서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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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은 북촌과 더불어 한옥과 공간이 주는 정서적인 매력, 거리의 여유, 그리고 과거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예술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와 매력를 가진 장소에서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여유에서 나오는 창의적인 영감을 얻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촌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자체적으로 브랜드 제2기를 선언하면서, ‘Live the Question’이라는 슬로건과 아티저널, 타임리스, 익스페리멘탈이라는 세 가지의 브랜드 키워드를 새롭게 내세웠습니다. 서촌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하며 브랜드의 본질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고 있는거죠.

— 오픈과 동시에 전시 〈Old Seoul〉을 진행했습니다. 어떤 전시였나요?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전에는 브랜드의 감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지와 콘텐츠에 더욱 집중했었습니다. 하지만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물리적 공간이 생기면서 어떻게 더 일마답게 잘 풀어내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그 출발점 중 하나가 바로 오프닝 전시 〈Old Seoul〉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네추럴 다잉(Natural dying)기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듀오 아이보리앤그레이(ivory and gray)와의 협업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저희는 작가님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작품 세계에 많은 영감을 받았었는데, 플래그쉽 오픈 전에 우연치 않은 계기로 기회가 닿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VIP 고객과 프레스를 위한 짧은 공간 오프닝 행사로 기획되었지만, 공간과 작품이 만들어낸 감도와 분위기를 일반 고객도 함께 보고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틀간 팝업 전시 형식으로 전환해 진행했어요.

전시의 주제인 〈OLD SEOUL〉은 플래그쉽 스토어 공간인 조병수 건축가의 ‘막집’이 가진 한옥과 양옥의 혼합, 서촌의 역사성과 정서,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간직한 고유의 시간성을 시적으로 풀어낸 이름입니다. 작가들은 인왕산에서 받은 자연의 영감을 기반으로 내추럴 다잉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였고, 더 일마와 협업한 스카프 라인도 함께 공개되었어요.

그리고 전시가 열린 공간 중 하나인 ‘루인’이라고 불리는 중앙 공간에서는 유칼립투스 잎을 깔고 그 위에 이불을 덮어놓은 작품이 마련되었는데, 관람객이 이 공간에서 시각적으로도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상징적인 장치였습니다. 케이터링 역시 내추럴 와인과 제철 재료를 기반으로 정갈한 하나의 플레이트의 형태로 대접했습니다. 케이터링을 통해서도 저희가 추구하는 여유와 위안, 공간 속에서 누리는 감각적 힐링을 고객들이 누렸으면 좋겠다는 의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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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SEOUL> 팝업 현장 케이터링 사진 제공 THE ILMA

— 공간에는 해리 누리에프(Harry Nuriev)가 이끄는 크로스비 스튜디오(Crosby Studio)와도 함께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협업이 이루어졌는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크로스비 스튜디오와의 협업은 우연한 인연에서 시작됐습니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인테리어 스튜디오인 크로스비 스튜디오는 2024년 여름, 서울에서 첫 전시를 열었어요. 저희와 협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 파리 기반의 인플루언서가 더 일마팀을 그 전시에 초대해줘서 크로스비 스튜디오와 인연이 닿았죠. 수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크로스비 팀의 디자이너 해리와 타일러는 플래그쉽이 들어설 ‘막집’ 이야기를 듣고 큰 관심을 보였어요. 공간을 꼭 직접 보고 싶어해서 바로 다음 날, 저희와 함께 막집을 방문했죠. 실제 공간을 마주한 그들은 건축의 구조와 분위기에 깊이 감동했고, 더일마가 지향하는 방향성과도 깊은 공감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번 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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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비 스튜디오의 손길이 닿은 서촌 플래그쉽 스토어 내부 전경 ⓒTHE ILMA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 역시 공간에서 ‘타임리스(timeless)’를 느꼈다는 점이었어요. 한옥과 양옥의 조화 속에서 과거, 미래가 공존하는 구조적 조화를 그대로 유지하길 바라는 철학이 더 일마와 완벽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크로스비 스튜디오는 기존의 맥락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 능한 팀입니다. 이번 플래그쉽에서 그들이 작업한 작품을 예로 들면 옷으로 만든 암체어나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활용한 조명처럼 익숙한 오브제를 낯설게 풀어내는 ‘변형주의’적인 접근을 잘 해내죠. 이러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감각은 저희가 지향하는 익스페리멘털(Experimental)이라는 키워드와도 연관이 깊어 매우 이상적인 협업 파트너였습니다. 리사이클(Recycle) 요소나 본래의 용도에서 재해석된 오브제들이 공간에 주는 낯선 긴장감이 협업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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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비 스튜디오의 손길이 닿은 서촌 플래그쉽 스토어 내부 전경 ⓒTHE ILMA

— 서촌 플래그쉽에 방문한다면 꼭 들러야할 포인트 장소는 어디인가요?

지금 현재 인터뷰를 하고 있는 2층, 이 공간도 포인트인 것 같아요. 크로스비 스튜디오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소파와 병풍, 오래도록 보존되고 있는 벽지의 레이어와 색감, 그리고 창을 통해 보이는 한옥이 색다른 조화를 주는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플래그쉽에 방문하신다면 2층도 방문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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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진행되었던 2층 공간 ⓒTHE ILMA

그리고 전시 진행할 때 양옥과 한옥 사이에 있는 작은 공간인 ‘루인’에 꼭 들리셨으면 좋겠어요. 그 공간이 분리된 독립 공간이다 보니 그곳에 옷을 진열하기보다는 저희가 지향하는 예술 혹은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에요. 그 공간을 꼭 들리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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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플래그쉽 스토어 내부 정원 사진 제공 THE ILMA

​날씨가 좋을 때, 정원 한가운데 놓인 콘크리트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즐겨 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한옥과 양옥 사이에 자리한 라벤더 나무가 봉우리를 틔우고, 부드럽게 내려앉는 햇살과 함께 공간 전체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거예요.


— 서촌 Exclusive Item으로 선보던 복주머니와 노리개를 키링과 미니백으로 재해석한 제품들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어떻게 기획된 아이템인지, 그리고 앞으로 더 발매할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한 이후 서촌에서 거주하거나 일하시는 분들이 매장에 방문했을 때, 날렵한 테일러링의 제품보다 독특한 텍스처와 실루엣을 지닌 아웃터에 더욱 반응하시는 것을 봤어요. 그런 반응을 보며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도회적인 아이템들과는 달리, 아티저널한 감성이 강한 제품들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서촌이라는 공간의 분위기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는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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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개를 재해석한 키링 패키지 ⓒTHE ILMA

복주머니를 재해석한 미니백과 노리개를 재해석한 키링도 공간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익스클루시브 아이템들 중 일부였어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덕에 앞으로도 과거의 아이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굿즈들도 계속 기획, 제작할 예정이고, 독특한 소재나 실험적인 매칭을 활용한 아이템들을 서촌 한정 제품으로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 회화, 설치미술, 비주얼 아티스트, DJ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게 인터뷰, 콜라보를 진행하셨던데, 어떻게 기획된 콘텐츠인가요?

브랜드 내부에 예술에 대한 갈망과 관심이 꾸준히 있었고, 이런 니즈를 바탕으로 공간 속에서 예술 콘텐츠를 함께 전시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더 일마의 매장 곳곳에는 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이 의도적으로 준비되어 있는데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소개할 기회를, 저희에게는 브랜드의 예술적 방향성을 드러낼 수 있는 매개로 활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작품을 공간에 전시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왜 이 작가와 함께했는지, 작품이 공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조명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아티스트 인터뷰 콘텐츠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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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는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THE I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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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해외의 아티스트들과도 함께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THE ILMA

그 시작은 더 일마의 첫 슬로건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시선’이라는 개념을 확장해 만든 콘텐츠 시리즈 ‘뷰파인더(Viewfinder)’였습니다. 이를 통해 더 일마와 협업한 작가, 설치미술가, DJ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를 기록하고 아카이빙하고 있어요.

— 오프라인 스토어마다 인테리어 포인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포인트로 삼고 공간을 전개하시는지 궁금해요.

매장을 설계할 때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어요. 특히 주어진 평수와 구조 안에서 인테리어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내부에 있지만 외부에 있는 듯한 공간’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닥에 이끼를 깔거나, 돌이나 식물과 같은 자연적인 오브제를 활용해 공간에 생기를 더하는 것이죠. 그런 시각적 휴식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포인트로 삼았었습니다. 또, 매장 하나하나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지니도록 인테리어에 세심한 공을 들였어요. 고객들이 일종의 ‘도장 깨기’처럼 매장을 하나씩 방문할 때마다 색다른 신선함과 재미를 경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경험이 브랜드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프라인 공간을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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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일마 현대백화점 목동점 인테리어ⓒTHE I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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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일마 신세계 Art&Science 대전점 인테리어 ⓒTHE ILMA

— 더 일마가 지향하는 공간의 추구미는?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 상업적인 공간이 아닌, 고객이 방문했을 때 환대를 느끼고 여유로움과 더 일마의 철학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를 전개하실지 방향성이 궁금해요.

​더 일마는 현재 적극적인 홍보보다는 브랜드의 고유한 감도와 방향성을 스스로 농축해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빠른 대중적 인지도보다는, 더 일마만의 색을 꾸준히 유지하며 진정성 있게 브랜드를 쌓아가며 저희만의 속도를 내고 싶어요.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더 일마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고객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궁극적으로는 해외에서도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성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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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A/W ‘Live the Question’ Campaign ⓒTHE I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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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A/W ‘Live the Question’ Campaign ⓒTHE ILMA

—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더 일마는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고 싶나요?

늘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는 브랜드, 실험적이지만 저희만의 무드를 잃지 않는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고정된 틀에 머무르기보다는 다양한 감각과 시선, 방식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저희만의 언어로 끊임없이 새로움을 제안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일마’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신선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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