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랜딩 딕셔너리] 선댄스 영화제

1985년에 시작한 선댄스 영화제는 헤리티지와 동시대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자산을 남겨야 하는 숙제를 영리하게 풀었다.

[리브랜딩 딕셔너리] 선댄스 영화제

1985년에 시작한 선댄스 영화제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독립 영화제다. 작품성이 보장된다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영화를 서포트했으며 〈아메리칸 사이코〉 〈미스 리틀 선샤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이 전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기 전 이 영화제에서 선공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상징적 역할을 맡은 만큼 행사의 아이덴티티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어야 했다. 헤리티지와 동시대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자산을 남겨야 하는 꽤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포르토 로샤(Porto Rocha)는 가장 먼저 선댄스 영화제만의 시각적 언어와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영화 화면의 16:9 종횡비에 착안해 다양한 시각 요소와 연결되며 확장할 수 있는 프레임 장치를 만들었다. 이 프레임 안에서 로고는 스틸 컷, 영상, 프로그램 북 등 어떤 이미지 소스와도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며 특정 장면이나 캐릭터의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타이포그래피는 모뉴먼트 그로테스크로, 선댄스 영화제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여러 장르와 제목을 중립적으로 대변했다.

전체적인 디자인 시스템 또한 원형에서 벗어났다. 필름스트립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이미지를 나열하거나 모션을 구동해도 로고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행사 고유의 정체성을 전달하면서 관객을 영화의 세계로 초대하기에 충분한 디자인이었다. 과거 영화제 디자인이 2주 남짓한 축제 기간을 위해 포스터를 제작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하나의 콘텐츠 플랫폼처럼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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