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과정, 고요함과 침묵

최병훈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Voice of Silence>

가구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국내에 ‘아트 퍼니처’를 도입한 최병훈 작가가 뉴욕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에서 네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과정, 고요함과 침묵

고요한 침묵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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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image of beginning 024-621’, 2024 ⓒ Friedman Benda

오는 3월 27일부터 5월 23일까지, 뉴욕의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Friedman Benda에서 최병훈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Voice of Silence 침묵의 목소리>를 개최한다. 선불교와 도교의 ‘균형 철학’을 기반하여 고대 고인돌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잘 알려진 최병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요함과 침묵에 대해 더욱 깊이 탐구한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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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image of beginning 024-620’, 2024
Black urethane on ash, natural stone, aluminum ⓒ Friedman Benda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돌과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최병훈 작가 작품의 특징. 특히 이번 전시에는 조선시대 선비의 정신을 모티프로 작업한 목재 작품을 처음 공개하여 기대를 모은다. 이는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오마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미니멀한 디자인의 철학을 반영했다고. 나무와 자연석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패턴과 형상을 그대로 살려 자연의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관조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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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image of beginning 024-617’, 2024 Basalt ⓒ Friedman Benda

최병훈 작가는 “돌은 태초의 잔상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작품에서 사용한 현무암을 ‘침묵의 메시지’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돌의 물리적인 특성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명상이라 바라본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흔적에 현대적인 수공예를 더하여 고유한 멋을 담아낸다. 최병훈 작가가 꾸준히 선보이는 시리즈이자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태초의 잔상Afterimage of Beginning’에서 그 의미를 엿볼 수 있다. 태초의 잔상 시리즈는 거친 돌의 외면과 매끈한 내부를 대비시켜 자연의 원시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드러낸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도 작품들을 통해 광대함 속에서 멈추고 사색하며 고요함을 경험하길 바란다는 작가의 메시지. 자연 소재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특성에 뿌리를 두고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부각해 균형을 맞추는 것. 바로 최병훈 작가가 ‘침묵’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일이 아닐까.

작품의 중심이 되는 재료들. 차가운 성질의 현무암이든 따뜻한 나무든 그 모두가 각각의 고유 역사와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이들 간의 대비 속에서 조화를 찾아내고, 자연의 형태에서 우러나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과정입니다.

최병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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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image of beginning 024-612’ 2024, Basalt ⓒ Friedman Benda

그의 작품은 이미 독일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미국 휴스턴미술관 신관에는 작품 ‘선비의 길Scholar’s Way’이 영구 설치돼 있다. 작품이 한데 모인 이번 전시를 통해 최병훈 작가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조형의 언어를 만드는 아트 퍼니처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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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국 공예와 현대 디자인을 융합한 선구자인 최병훈 작가는 조각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작품 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나무, 점토, 화강암, 석재 등 자연 재료를 활용한 그의 작업은 한국의 공예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시간과 지역을 초월한 전 지구적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거칠고 매끄러운 질감, 자연과 인공의 경계, 과거와 현재 사이의 세심한 균형 속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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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image of beginning 019-518’. 760×380×580. black urethane on red oak, scholar stone. © Byung Hoo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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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image of beginning 016-471’ basalt. © Byung Hoon Choi

최병훈 작가는 고대 문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전통과 문화를 탐구해 왔고 이러한 여정은 지금까지도 그의 예술적 접근 방식에 영감을 주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은 단순한 조형을 너머 형태 안에 존재하는 철학과도 같다. 한국 전통 사유체계인 선(禪) 사상과 도교 철학 그리고 조선시대 선비 정신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자연과 인간,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인공적인 장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돌과 나무가 지닌 물성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어 미학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은 말하지 않지만, 그 침묵 안에 가장 깊은 울림이 있다”는 그의 철학처럼 최병훈 작가의 작업은 감각적인 과시보다는 사유와 명상, 시간의 흔적, 존재의 본질에 주목한다. 각 작품은 기능적인 가구의 형식을 띠기도 하지만, 실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섭리와 존재의 균형을 체험하게 하는 조형적 명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 Information

최병훈 작가 개인전 <Voice of Silence>​

기간 2025년 3월 27일 – 5월 23일
운영 시간 10:00 – 18:00 (매주 일요일, 월요일 휴관)
주소 Friedman Benda Gallery, 515 West 26th Street, New York, NY 10001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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