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뷰티 브랜드 서포터, 비더비
DDP 지하 2층에 자리한 전시 공간 '비더비'는 국내의 유망한 중소 뷰티 브랜드들의 성장을 돕는 곳이다. 업타운과 다운타운에서 각각 흥미로운 콘셉트의 전시가 한창 열리는 중이다.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는 플래그십 스토어, 팝업 스토어, 전시 등 공간을 활용해 통합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뷰티 브랜드에서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진다. 제품 체험을 통해 효능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만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뷰티 브랜드로서 자사의 핵심 가치를 제품 체험 공간에서 전달하는 일은 비즈니스의 성장과 직결된다. 그런데 여건상 공간 마케팅에 비용을 많이 지출하기 어려운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 이러한 전략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에선 충분한 어필이 어렵지만, 승산이 있는 오프라인에 투자하기엔 자본력이 약한 진퇴양난에 봉착하는 것이다. DDP 내 복합 문화 공간 ‘비더비’는 서울의 유망 중소 뷰티 브랜드의 오프라인 마케팅을 돕고 있다.

업타운과 다운타운으로 나뉜 이곳은 K-뷰티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의 관광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상설 존인 업타운은 바이오필릭 디자인으로 공간을 연출해 포토존 역할도 한다. 지난 3월에는 〈블라썸 힐링 시티〉전을 열며 봄을 맞아 새롭게 개편한 VMD를 선보였는데 다채로운 컬러와 크기의 꽃으로 장식해 실내에서도 화창한 계절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운타운은 트렌디한 브랜드의 협업 전시를 주기적으로 선보인다. 3월 8일부터 6월 30일까지 열리는 비건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와 패션 브랜드 ‘인스턴트펑크’의 협업 전시 〈로맨스 앤드 펑크: 더 팬시풀 월드〉도 그중 하나다.

디어달리아의 우아함과 인스턴트펑크의 대담함이 융합한 전시라는 점이 특징인데, 두 브랜드의 세계관을 결합한 환상적인 세계, 일명 ‘팬시풀 월드’를 통해 관람객에게 영감을 선사하고자 했다. 이에 메탈 소재 집기를 적극 활용하는 등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연출했다. 버터컵 작가가 참여한 미디어 아트도 남다른 분위기를 조성했다. 작가는 디어달리아와 인스턴트펑크의 톤앤매너를 각각 핑크와 블루로 설정하고, 두 브랜드의 정체성을 사이버펑크풍의 3D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분이 느껴지도록 조명과 사운드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소셜 미디어 포스팅을 유도하는 포토 부스를 설치하는 등 체류 경험 전반을 세심하게 고려해 설계했다. 한편 비더비를 운영하는 서울경제진흥원은 〈로맨스 앤드 펑크: 더 팬시풀 월드〉의 후속 전시에 참여할 브랜드를 모집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경제진흥원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협업으로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이유가 궁금하다.
유연경 디어달리아의 미학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할 기회라고 봤다. 럭셔리 비건 뷰티 브랜드로서 우리가 추구하는 미션과 윤리적 가치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DDP라는 미래지향적인 공간에서 인스턴트펑크와의 뜻밖의 협업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서혜린 평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디어달리아의 노하우와 독창성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래서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두 브랜드의 강점을 연결해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를 하고 싶었다. 관람객이 직접 경험하고 참여하는 인터랙티브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전시 기획과 디자인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고려한 부분이 있다면?
유연경 ‘로맨스 앤드 펑크’라는 전시명답게 상반된 요소들의 공존을 가장 고민했다. 디어달리아의 우아하면서 정제된 로맨틱함과 인스턴트펑크의 대담하고 실험적인 에너지가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특히 미디어 아트와 제품 체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두 브랜드의 세계관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했다.
서혜린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최근 패션·뷰티 트렌드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동선을 계획할 때도 인스턴트펑크 스타일과 세계관을 먼저 접하고, 디어달리아 제품을 통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패션과 뷰티를 통합적으로 경험해 자신만의 ‘로맨스 앤드 펑크’를 발견하도록 유도했다.
방문객이 특별히 주목할 만한 디테일이 있다면 알려달라.
유연경 로맨스와 펑크로 대변되는 두 브랜드의 상반되는 분위기를 공간 곳곳에 세심하게 반영했다. 디어달리아의 신제품과 시그너처 제품, 인스턴트펑크의 시그너처 룩 등을 세부 공간별로 다르게 배치했으니 유심히 살펴봤으면 한다.
서혜린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방문객들이 두 브랜드의 세계관을 온전히 경험했으면 했다. 미디어 아트 작품 앞에 실제 제품을 배치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는 방문객들이 ‘로맨스 앤드 펑크’를 더욱 깊이 있게 체감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외에도 전시 기간 동안 새로운 협업 상품을 공개하거나 전시 제품을 교체하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인사이트가 있나?
유연경 서로 대비되는 톤앤매너를 지닌 두 브랜드의 만남이 오히려 각자의 강점을 빛나게 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번 협업은 두 브랜드의 철학과 세계관을 교류하는 과정이었다. 또한 자사의 핵심 가치인 비건 뷰티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는 앞으로 우리 브랜드가 추구할 크리에이티브에 중요한 영감이 될 것이다.
서혜린 패션과 뷰티업계에서 협업은 이제 일상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디어달리아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협업을 경험했다. 로고를 공유하거나 브랜드의 특징을 피상적으로 결합하는 1차원적 시도를 넘어, 서로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진정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다.
앞으로 다운타운 전시에 참여할 브랜드에 전하고 싶은 노하우가 있다면?
유연경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중심에 두되, 예상치 못한 협업으로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DDP의 건축적 특성을 잘 활용해 브랜드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 아트 같은 예술적 요소를 이용해 비일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추천한다. 무엇보다도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철학을 진정성 있게 전달해야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