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랜딩 딕셔너리] V&A 사우스켄싱턴과 영 V&A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V&A가 연달아 베뉴를 확장하며 아이덴티티를 정립 및 개편 중이다. 펜타그램은 지난해 V&A 사우스 켄싱턴과 영 V&A의 아이덴티티 작업에 참여했다.

[리브랜딩 딕셔너리] V&A 사우스켄싱턴과 영 V&A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최대 디자인·예술·퍼포먼스 기관인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Victoria & Albert Museum(이하 V&A))은 2025년까지 총 5개의 베뉴 확장을 계획 중이다. 이에 맞춰 순차적으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정립 및 개편해나가고 있다. MI의 근간은 1989년에 선보인 알렌 플레처(Alan Fletcher)의 로고 디자인이다. 그가 펜타그램 재직 시절 디자인한 보도니 스타일의 로고타이프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강력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명실상부 V&A의 아이콘이다.

V&A는 기존 로고의 조형적 특징은 유지하되 비주얼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마크 포터 어소시에이츠(Mark Porter Associates)가 이를 맡았는데 마스터 브랜드인 V&A와 개별 뮤지엄 간의 관계를 콘텐츠·브랜딩·방향성 측면에서 시각적으로 명확히 정리했다. 이 시스템의 초석이 된 것은 커머셜 타입(Commercial type)이 주체가 되어 마크 포터와 V&A 디자인팀에서 협업해 제작한 V&A의 새 서체, 스필러(Spiller)다. 2002년부터 사용한 루카스 드 그루트(Lucas de Groot)의 ‘더산스(TheSans)’ 이후 20년 만의 교체인데 앞으로 V&A의 기본 서체로 사용할 예정이다.

펜타그램은 마크 포터가 리뉴얼한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5개의 베뉴 가운데 V&A 사우스켄싱턴과 영 V&A의 브랜드 스타일을 개발했다. 한번 리뉴얼한 아이덴티티를 베뉴의 성격에 맞게 다시금 변형한 것이다. 이 중 V&A 사우스켄싱턴은 V&A 중 가장 크고 유명하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파트너 해리 피어스(Harry Pearce)가 이끄는 팀은 ‘깊이’를 메인 콘셉트로 잡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캠페인 디렉션을 진행했다.

주요 타깃이 아트와 디자인, 퍼포먼스에 관심 있는 사람이거나 관련 산업 종사자인 점을 감안할 때, 다양한 콘텐츠와 목소리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시각 언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메인 서체도 명료하고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느낌의 스필러 콘덴스트 볼드(Spiller Condensed Bold)를 선택했다. 가장 큰 규모의 쇼가 열리는 메인 베뉴의 성격을 담아 ‘크리에이티브의 세계’라는 키워드 아래 모두를 초대하고 대담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머리에서 가슴까지 오감으로 전달하는 것을 브랜드 에센스로 삼았다.

반면 펜타그램의 파트너 마리나 윌러(Marina Willer)와 그의 팀이 담당한 영 V&A는 ‘크리에이티브 자극하기’를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곳은 최대 14세까지의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주변인, 교사, 로컬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데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들을 컬렉션으로 이끌도록 유도하며,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격려한다. 윌러 팀은 어린이 뮤지엄인 영 V&A만의 성격과 독특함을 담은 스필러 영(Spiller Young) 서체를 고안했다. 스필러의 해킹 버전으로 엑스트라 볼드 타입과 핸드 드로잉 문자를 혼합한 것인데, 다른 V&A 베뉴의 서체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 다양한 관람객층을 끌어안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V&A 사우스켄싱턴은 V&A의 뮤지엄 중 가장 광범위한 관람객을 보유하고 콘텐츠가 방대하며 모든 시대와 나라를 아우른다. 급진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특별한 캐릭터를 부여하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오히려 당당하면서도 직설적인 인상을 주려고 했다. 또한 솔직하고 깔끔하면서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브랜드처럼 보이고자 했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어 설명이나 수식 없이도 그저 비주얼만으로 베뉴를 인식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해리 피어스 펜타그램 파트너

“V&A가 150년 역사를 지닌 뮤지엄임에도 현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큐레이팅 방식 때문이다. 같은 주제를 반복해 다루어도 매번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각 베뉴의 관계자들이 V&A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특징을 잘 인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 V&A는 공개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며 관람객과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우리는 그 점을 찾아내 디자인으로 강조했을 뿐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 많았다. 마치 가구가 배치된 상태로 집을 가꾸어야 하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결과에 만족한다.

마리나 윌러 펜타그램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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