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공항 디자인
고유의 문화를 반영한 세계의 공항들
해외를 가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 바로 그 나라의 '공항'이다. 공항은 나라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공간인 만큼, 많은 국가에서 공항 디자인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첨단기술, 친환경 트렌드, 현대기술 그리고 전통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공항 디자인을 소개한다.

해외를 가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 바로 그 나라의 ‘공항’이다. 공항은 나라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공간인 만큼, 많은 국가에서 공항 디자인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누구나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안내 시스템부터 빠른 이동을 위한 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요소가 활용된다. 여기에 최근 친환경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국가 고유의 ‘문화’가 공항을 변화시키고 있다. 현대 기술과 전통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공항 디자인을 소개한다.
이슬람 건축 요소와 예술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하마드 국제공항

카타르의 수도 도하 동부에 있는 ‘하마다 국제공항’은 미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으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하지만 이 디자인은 단순히 첨단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카타르의 자연환경과 전통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유려하게 휘어진 곡선 실루엣은 파도와 모래 언덕을 형상화한 것이며, 이를 통해 카타르가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공항 내부에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건축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아치형 천장과 세밀한 장식 패턴은 이슬람 전통 건축 요소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와 더불어 자연광을 활용한 스카이라이트와 독창적인 유리 천장 구조 ‘지퍼(Zippers)’는 극적인 사막 전망을 제공하며 공항에 개성을 더한다. 강철 프레임의 유리 벽은 개방감을 극대화하며, 직관적인 동선을 유도해 방문객들이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공항 곳곳에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이 배치되어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여행객들에게 풍성한 볼 거리를 선사하며 공항이 그저 이동하는 동안 잠깐 들르는 곳이 아니라, 여유를 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건축 요소와 현대적 감성, 그리고 예술 작품이 삼박자를 이루는 하마다 국제공항은 교통 시설을 넘어 카타르에서 반드시 둘러봐야 할 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요르단의 사막과 이슬람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퀸 알리아 국제공항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에 있는 ‘퀸 알리아 국제공항’은 세계적인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와 그가 이끄는 회사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설계한 공항이다. 이들은 요르단의 사막과 유서 깊은 이슬람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공항을 설계했다.

공항 전체를 덮도록 설계된 모듈식 콘크리트 돔은 현지 기후를 고려한 기능적인 설계다. 일교차가 심한 요르단의 환경 속에서 돔 구조는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며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널찍한 내부 공간과 유려한 곡선형 천장은 연중 높은 기온을 기록하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설계의 결과물이다. 여기에 석재, 콘크리트 등 내구성이 뛰어난 현지 소재를 사용하여 유지 보수의 효율성을 높였다.


사방이 유리로 마감되어 있는 터미널은 계류장에 있는 비행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여행객들이 공항 내에서 방향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요르단에서는 가족 단위로 공항을 찾아 여행객을 마중하거나 배웅하는 문화적 특성이 있다는 것을 반영해 넓은 광장을 마련했다. 여기에 아랍 건축 양식을 반영한 야외 안뜰은 대표적인 친환경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출발 게이트 사이에 조성된 이 공간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심어져 있어 공조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공기의 오염 물질을 먼저 걸러내는 자연정화 기능을 한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퀸 알리아 국제공항은 요르단의 정체성을 담아낸 공간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모로코식 건축 양식이 녹아든 마라케시 메나라 국제공항

모로코에서 유서 깊은 고대 도시, 마라케시(Marrakech)의 관문 역할을 하는 ‘마라케시 메나라 국제공항’은 모로코에서 두 번째로 큰 공항이며 모로코의 전통 건축 방식과 현대적인 기술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건축물로 손꼽힌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속에서 지역적인 특색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항이라 할 수 있다.


E2A 아키텍츠가 설계에 참여한 이 공항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커다란 돌출형 구조의 캐노피다. 이 구조물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시에 강렬한 모로코의 태양에서 여행객들을 보호하는 기능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캐노피의 개방부를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지만, 아라베스크 무늬의 스크린과 지붕에 설치된 반투명 태양광(PV) 패널이 빛을 필터링하여 부드럽게 만든다.
현대적인 유리 돔과 사막의 언덕을 연상하게 하는 금속 구조물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 또한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공항 인테리어에 모로코의 전통 궁전 양식을 접목시킨 것 또한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을 설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덕분에 이 공항은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공항으로 꾸준하게 선정되고 있다.


전설 속 ‘봉황’을 모티브로 설계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천국제공항은 제1여객터미널에 이어 제2여객터미널까지 운영하며, 동북아의 허브공항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2018년 1월에 문을 연 제2여객터미널은 공항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계와 책임감리에는 국내외 공항 관련 뛰어난 실적과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갖춘 건축회사 ‘희림’이 맡았다.


제2여객터미널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비상한다는 비전을 표현하기 위해 전설 속 동물인 ‘봉황’이 모티브가 되었다. 외관에서는 봉황의 날개가 양쪽에서 건물을 감싸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내부 체크인 카운터 지역에서는 봉황의 깃털을 형상화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어 제2여객터미널은 4단계 확장 작업을 거치며 한국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아트 포트(Art Port)’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진행된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전통 공연, 아트 파빌리온 기획전 등이 열렸으며, 한국 문화의 다채로움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 작품이 선보였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오가는 공간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자리가 마련되면서 인천국제공항은 교통 허브를 넘어서 색다른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