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만나는 오노 요코

<MUSIC OF THE MIND> & <DREAM TOGETHER>

독일 베를린의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와 베를린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에서 동시 개최 중인 오노 요코의 전시는 참여, 평화,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대표작 200여 점을 소개한다. 관객의 상상과 참여를 유도하는 ‘지침’ 시리즈부터 ‘컷 피스’, ‘플라이’, ‘WISH TREE’에 이르기까지,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담았다.

베를린에서 만나는 오노 요코

베를린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와 베를린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에서 동시에 개막한 오노 요코의 전시가 화제다.

먼저 그로피우스 바우는 〈YOKO ONO : MUSIC OF THE MIND〉란 제목으로 1950년대부터 예술, 음악, 정치 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시대를 앞서간 오노 요코의 종합적인 개인전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그의 초기 개념미술 작품부터 관객 참여 예술, 음악, 영화, 사진, 퍼포먼스 작품 200여 점을 통해 진보적인 예술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은 〈YOKO ONO : DREAM TOGETHER〉라는 타이틀로 그로피우스 바우보다 규모는 작지만, 수동적인 관람을 넘어서 신체적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개인 차원에서 시작된 작가의 행동은 더욱 광범위한 집단적 노력으로 발전하여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공동 행동의 변혁적 힘을 보여준다.

저에게는 마음의 소리라는 단 하나의 소리만이 존재합니다. 제 작품은 사람들에게서 영혼의 음악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 정신의 세계에서는 사물이 확장되고 시간을 초월합니다.

오노 요코, 1966

YOKO ONO : MUSIC OF THE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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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mit Glass Hammer, 1967, HALF-A-WIND SHOW, Lisson Gallery, London, 1967 Foto © Clay Perry / Kunstwerk © Yoko Ono

그로피우스 바우의 전시에 소개된 오노 요코의 작품들은 언어, 예술, 참여에 대한 급진적인 접근 방식이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한다. 전시 제목은 1966년과 1967년 런던과 리버풀에서 열린 오노 요코의 콘서트 및 이벤트 시리즈인 ‘뮤직 오브 더 마인드’에서 따온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로피우스 바우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완벽한 연속이다. 오노 요코의 유쾌하고 참여적인 접근 방식은 예술과 다른 사람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그의 작품은 언뜻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복잡하고 지적으로 자극적이며 매우 정치적인 작품이다.

아이디어는 오노 요코 예술의 중심에 있으며, 종종 시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심오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 전시는 뉴욕과 도쿄의 실험적인 아방가르드 신에서 오노의 핵심적인 역할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시기에 그는 관객이 작품을 상상하고, 경험하고, 창조하거나 완성하도록 유도하는 간결한 지침인 이른바 ‘지침’을 개발했는데, ‘FLY’ 또는 ‘TOUCH’와 같이 일부는 단일 동사부터 “심장 박동을 들어보세요” 또는 ‘도시의 모든 웅덩이를 밟아보세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세요’와 같이 상상 속에서만 만들어지는 지시 사항까지 다양하다.

우선 아이디어가 존재하면 그다음에 그 아이디어를 실제적인 것으로 상상합니다. 상상을 통해 사물이 곧 물리적 현실이 되는 것이죠.

오노 요코,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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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Sky TV for Washington, 1966/2014, Installationsansicht: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Washington DC, 2014
Foto © Cathy Carver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 Kunstwerk © Yoko Ono

오노 요코는 1966년 런던으로 이주해 5년 동안 머물렀다. 이곳에서도 도쿄와 뉴욕과 마찬가지로 시각 예술가, 음악가, 작가로 구성된 대안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었고, 오랜 예술적 파트너이자 미래의 남편인 존 레넌(John Lennon)을 만나게 되는 것도 이때다.

오노 요코의 작품에는 시대와 매체를 막론하고 반복해서 다루는 주요 모티브가 있는데, 평화와 무한함을 은유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하늘이 대표적이다. ‘하늘을 보는 그림(1961)과 그로피우스 바우 위 하늘의 라이브 영상을 보여주는 설치 작품 ‘SKY TV'(1966/2025)에도 하늘을 소재로 한 작품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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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Cut Piece, 1964, performt von Yoko Ono in New Works by Yoko Ono, Carnegie Recital Hall, New York, 1965
© Yoko Ono, Foto: Minoru Niiz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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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FLY, 1970/71, Regie von Yoko Ono & John Lennon, Score und Konzept von Yoko Ono, Soundtrack von Yoko Ono & John Lennon
© Yoko Ono

또한 그의 페미니즘적 관심은 유명한 ‘컷 피스(Cut Piece)’와 같은 초기 작품부터 오노 요코의 목소리와 함께 파리가 여성의 나체 위로 움직이는 ‘플라이'(1970-71), 브래지어에서 벗어나려는 헛된 노력을 보여주는 ‘자유'(1970) 같은 획기적인 영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강간'(1968-69)에서는 촬영하는 사람과 촬영 당하는 사람 사이의 폭력적인 권력 역학 관계가 다시 한번 중심을 차지한다. 전시의 별도 공간에서 들을 수 있는 오노 요코의 음악은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며 이러한 폭력의 경험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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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Fly, 1971, Album-Cover © Yoko 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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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Freedom, 1970, performt von Yoko Ono, Regie von Yoko Ono, Soundtrack von John Lennon
© Yoko Ono

전시는 후기 작품 중 대표 격인 ‘마이 마미 이즈 뷰티풀’로 마무리된다. 관람객들은 이 거대한 설치 작품에 어머니의 사진과 개인적인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일시적인 추모일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주제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이자 활동가인 이런 후기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하고 모성, 노화, 덧없음에 대한 생각과 반응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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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My Mommy Is Beautiful, 2004, Installationsansicht, YOKO ONO – THIS ROOM MOVES AT THE SAME SPEED AS THE CLOUDS, Kunsthaus Zürich, 2022 © Yoko Ono, Foto: Franca Candrian, Kunsthaus Zürich

예술가의 임무는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가치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술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오노 요코,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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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and John Lennon, Bed-In for Peace, 1969, Amsterdam, Photograph by Ruud Hoff

오노 요코는 남편인 존 레넌과 함께 평화와 인도주의적 대의를 위한 캠페인에 자신의 예술과 전 세계 미디어의 영향력을 점점 더 많이 활용했다. 유명한 빌보드 캠페인 ‘전쟁은 끝났다! 만약 당신이 원한다면'(1969)을 통한 평화의 메시지 전파는 영화 ‘베드 피스'(1969)에서 베트남 전쟁에 맞서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 국제 언론에 연설한 두 번째 ‘베드 인’으로 이어진다.

그로피우스 바우에서는 2016년에 처음 실현된 오노 요코의 참여형 설치 작품 ‘색채 추가(난민 보트)’도 전시된다. 이 작품에서 대중은 흰색 보트와 벽, 바닥에 흰색과 파란색 페인트를 칠하며 위기와 난민이라는 동시대의 글로벌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그로피우스 바우의 아트리움 공간에서는 캠페인 ‘PEACE IS POWER'(2017/2025)의 배너와 ‘베를린을 위한 ‘WISH TREE'(1996/2025)가 설치되었다. 관람객은 평화를 기원하는 소원을 작은 종이에 적어 9개의 나무 중 하나의 가지에 묶을 수 있다. 이 ‘WISH TREE’는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건물 앞에도 한 그루 설치되었다.

YOKO ONO : DREAM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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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DREAM TOGETHER, Exhibition view, Neue Nationalgalerie, 2025, Artwork: ©Yoko Ono, Foto: ©Nationalgalerie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 David von Becker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전시장에 입장하기 전, 관람객들은 ‘청소 조각’을 통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현지 강 돌 더미를 배치하여 관람객이 자신의 기쁨과 슬픔을 되돌아보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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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DREAM TOGETHER, Exhibition view, Neue Nationalgalerie, 2025, Artwork: ©Yoko Ono, Foto: ©Nationalgalerie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 David von Be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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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DREAM TOGETHER, Exhibition view, Neue Nationalgalerie, 2025, Artwork: ©Yoko Ono, Foto: ©Nationalgalerie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 David von Be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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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DREAM TOGETHER, Exhibition view, Neue Nationalgalerie, 2025, Artwork: ©Yoko Ono, Foto: ©Nationalgalerie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 David von Becker

‘수선 조각’에서는 관람객이 깨진 도자기 컵을 이어 붙이며 지혜와 사랑으로 수선하는 행위를 체험할 수 있다. 전시의 핵심 설치물인 ‘Play It By Trust'(1966/1991)는 최대 20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모든 흰색 체스 말들을 가지고 거의 불가능한 행위를 할 수 있는 대형 체스 테이블을 통해 “모든 말들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는 한 게임을 할 수 있다”라는 도전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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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no and John Lennon, WAR IS OVER! IF YOU WANT IT. 1969, New York Times advertisement, Sunday December 21, 1969, © Yoko Ono

영화 <레넌 부부의 허니문>(1969)에 기록된 암스테르담의 유명한 평화를 위한 잠자리와 “전쟁은 끝났다!”로 시작된 지속적인 신문 광고가 포함된다. 거의 십여 장에 달하는 신문 광고 원본은 평화를 향한 예술가들의 집단적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당시의 세계정세를 포착하며 분단된 베를린과의 뚜렷한 연결고리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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