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교감하는 시간, 책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창작은 삶의 격량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반 고흐, 베이컨, 자코메티, 호안 미로, 앙리 미쇼… 아마도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한 번쯤 본 적이 있겠지만, 이들 삶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허무와 좌절을 이기고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기까지 고통스러우면서도 빛나는 순간의 기록. 미술평론가 마이클 페피엇이 추앙한 27인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붓 터치 하나하나에 담긴 치열한 삶의 흔적


글을 쓸 당시에는 미처 의식하지 못했지만, ‘예술가들의 삶’을 글의 소재로 다루려 했던 의도 중에는
책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들어가며 내용 중
예술과 예술가 모두에게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마음도 있었다.
나는 화가 누구누구가 아침으로 뭘 먹었는지 따위에는 가벼운 관심만 갖고 말지만,
피카소가 말라가에서의 어린 시절에 먹었던 수프의 맛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기억하며
그 맛과 똑같은 수프를 찾지 못해 슬퍼하곤 했다는 일화를 알게 되면 흥미가 돋는다.
책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세계적인 미술사가이자 전기 작가, 큐레이터이며 현대 미술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마이클 페피엇Michael Peppiatt이 자신이 추앙한 27인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반 고흐부터 오브리 비어즐리, 호안 미로, 베이컨, 자코메티, 앙리 미쇼에 이르기까지 그는 20세기 거장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예술 세계를 풀어낸다. 단순히 작품에 집중해 그림 양식과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성장 환경, 생각, 삶의 태도, 인간관계, 창작 과정, 예술관 등을 통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예술과 얽히는지를 소개한다. 세계적인 작품이 나오는 순간에도 예술가가 품고 있었던 개인적인 스토리와 심정, 또 이를 붓에 담아 표출해 내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들어가며 내용 중’에서 눈치챘듯이 피카소가 어린 시절에 먹었던 수프를 그리워한다는 사사로운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지금은 예술가들의 우상으로 추앙받는 위대한 거장이지만 결국 이들도 삶을 고민하고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임을 깨닫게 한다. 삶의 모순과 고통, 갈망의 순간이 곧 예술의 재료가 되고 어떻게 작품으로 남게 되었는지. 마이클 페피엇의 시선으로 예술가의 삶을 따라가 본다면 어느새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예술이 어렵고 잘 모를지라도 작가의 내밀한 목소리를 통해 예술가와 긴밀한 교감을 나눈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마치 친구가 된 듯 말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멀리까지 본 예술가들의 초상



저자인 마이클 페피엇은 60여 년간 현대 예술가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류하며 그들의 삶과 작업에 연구한 책으로 주목받았다. 평론가로서 화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그는 심층적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예술 정신에 대한 화가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화실 풍경, 카페에서 나눈 담소로 알게 된 개인적인 생각들, 인상 깊은 예술가의 매력, 지인의 입을 통해 듣는 예술가의 성격 등 일반적으로 알기 어려운 이야기들로 예술가의 삶을 다채롭게 구성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들은 저자가 자신만의 신전에 모신 최상위 작가들이다. 미학적으로 높게 평가하기도 하지만 비평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작품을 해석하는 균형이 포인트. 이런 객관적인 시각으로 예술가의 내면세계가 더 생생하고 진실하게 전달된다. 더불어 예술가들이 어떻게 사회와 문화의 변화에 영향을 받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켰는지,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 고흐의 불운한 삶과 거친 붓질의 강렬한 그림, 살바도르 달리의 기행과 기묘한 그림, 프랜시스 베이컨의 추문으로 얼룩진 사생활과 잔인한 작품 이미지가 무슨 이유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가의 삶을 십분 이해한다면 세계대전을 겪으며 삶의 폭력성을 절감한 베이컨의 공포스러운 그림도, 성적 결핍이 있었던 달리의 걸작에 감도는 에로틱한 분위기가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예술과 사회의 상호작용, 삶의 고뇌와 기쁨을 보여주면서 예술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미학적 매개체에 그치지 않고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방식임을 전하고자 한다.
Information
책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지은이 | 마이클 페피엇
옮긴이 | 정미나
펴낸 곳 | 디자인하우스
크기 | 145X225mm
페이지 | 480쪽
발행일 | 2025년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