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옥×해요 2인전,〈현대우화〉
일상 속 평범한 소재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해석하는 두 작가, 김중옥과 해요가 만났다. 평범한 사물과 일상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독특한 인식법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회화를 매개로 현대인의 삶을 우화적으로 풀어보는 자리다. 5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갤러리 지우헌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디자이너에게도 큰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우) 해요 제주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며, 일상의 정물을 재구성해 새로운 시각적 언어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한다. 정물화, 풍경화, 초상화의 경계를 허물며, 평범한 사물을 연극적 무대처럼 배치해 보는 이에게 익숙함 속의 낯섦을 선사한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물 탐구를 확장하기 시작했으며 제주를 기반으로 ’대상이 오브제가 되는 화면’을 실험한다.

‘현대우화(Modern Allegories)’라는 전시명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중옥 우연인지 필연인지 평소 소설을 쓰듯이 작가 노트를 적는다. 특정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감정과 행위를 은유적으로 기록하곤 한다. 작품 화면을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산의 실루엣, 푸른 샘, 희미한 구름 같은 시각물을 캔버스에 배치한 뒤 오브제가 직접 서사를 만들어가도록 한다. 작품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라 관람객은 결국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스스로 상상해야만 한다. 우화의 교훈을 독자 스스로 깨달아야 하듯이 말이다. 나의 작업 방식과 태도가 놀랍도록 잘 투영된 전시명이라 흥미가 갔다.
해요 나 역시 비슷하다. 내 그림에는 종종 연극적인 인상이 담기는데 그 위에 우화라는 해석을 덧씌우니 한층 재밌게 느껴졌다. 생명이 없는 정물일지라도 나의 작품 세계에서는 일종의 상징체로 작동한다. 정물을 주인공이라고 치면 내 그림 역시 한 편의 우화라고 할 수 있다.


해요 작가가 주목하는 정물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물건일 때가 많다. 일상 사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해요 언제부턴가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다. 매일 엇비슷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상 언저리로 시선이 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특별한 경험이나 영감을 찾아 헤매기보다 자주 쓰는 물건, 소소한 생각, 반복되는 행위에 더 관심이 간다. 나의 일상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기 때문인지, 평범한 사물을 그린 작품이 유독 나를 많이 닮았다고 느낀다.
화면 내에서 평면과 입체, 주제와 배경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정한 의도가 담긴 구성인가?
해요 지나치게 현실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작용된 것 같다. 그림이 현실의 재현이 되면 결국 대상의 사실적 묘사에 집중하게 된다. 관람객이 나의 작품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오롯이 그림으로만 감상했으면 한다. 연극이나 영화가 극적인 재미를 위해 지나친 현실성을 경계하는 것과 비슷하다.

김중옥 작가 역시 일상에서의 정서적 교감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유독 숲 풍경을 자주 그리는 것을 보면 숲과 일상이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모양이다.
김중옥 숲은 나의 일상이고 일부다. 어릴 때부터 선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숲속에 있으면 편안함, 불편함, 안정감, 두려움 등 다채로운 감정이 동시에 몰려온다. 작가가 되어 첫 개인전을 준비할 때도 매일 선산에 올랐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이 휘발될까 봐 서둘러 산을 내려와 작업을 하곤 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매개자이자 중간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원체 투명한 사람이라 평소에 보고 느끼는 것이 캔버스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회화, 도자, 설치 등 여러 매체를 오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중옥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형식을 고민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떤 생각은 흙으로 빚어야만 하고, 어떤 감정은 날카로운 색연필로 그은 획에서만 살아난다. 그러나 여러 매체를 오가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 내게 매체는 목적이라기보다 표현의 도구에 가깝다. 그리고 그 도구를 잘 다루고 싶은 욕심이 크다.

반면 해요 작가는 주로 리넨에 그림을 그린다.
해요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면 원하는 색감과 질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늘 불만이었다. 전통적인 물감의 마티에르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슈퍼플랫Superflat에 도달할 정도의 기계적인 그림도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프랜시스 베이컨, 밀턴 에이버리, 마크 로스코를 비롯한 여러 화가들이 리넨에 그림을 그렸다는 걸 알게 됐다. 천에 붓질을 하면 물감이 서서히 스며들면서 따뜻한 질감과 색감을 낸다. 소박하고 겸손한 내 그림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 있나?
김중옥 ‘샘에서 노 젓는 여자’라는 작품이다. 구두를 신은 여자가 맑은 샘에 배를 띄우고 노를 젓고 있다. 샘에서의 노 젓기는 멈춰 있는 슬픔이지만 동시에 멈춰 있지 않으려는 마음을 보여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해요 나의 경우 꽤 많은 작품을 새로 그렸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화집’이다. 화집에 주목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화집을 판매하는 서점을 운영했을 만큼 원체 화집에 대한 애정이 깊기도 하고, 디자인하우스와의 특별한 인연을 되새기다 보니 화집에 더 눈이 가기도 했다. 디자인하우스는 과거에 내가 운영하던 서점의 주요 거래처였다. 디자인하우스에서 출판한 〈다시 그림이다〉와 〈내가, 그림이 되다〉는 우리 서점의 손꼽히는 스테디셀러였고 나 역시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다. 이 같은 개인적인 이유로 이번 전시에는 화집이 많이 등장한다. 어떤 작품에서는 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장치로 등장하고 또 다른 작업에서는 책의 조형적 요소를 실험한 흔적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
해요 두 작가의 조화와 시너지를 재미있게 봐주기를 바란다. 김중옥작가의 작품에서는 춤추는 듯한 자유분방함과 해방감이, 나의 작품에서는 평온하고 잔잔한 일상이 느껴진다. 작품을 하나하나 비교해봐도 좋고 공통의 키워드로 묶어서 봐도 좋다. 우리가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일지 유추해보면서 자신의 일상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김중옥 매 전시마다 그렇듯 나의 5 작품을 보며 관람객이 자신만의 서사를 찾아나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얻은 생각과 감정을 널리 나눠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information
전시 <현대우화>
기간 5월 21일~6월 21일
운영 시간 10:00~18:00(일·월요일, 공휴일 휴관)
장소 갤러리 지우헌(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라길 13)
참여 작가 김중옥, 해요
오프닝 5월 21일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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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2-765-7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