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 주에 상륙한 프리다 칼로의 세계관
20세기 대표 예술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회고할 기회. 호주 빅토리아 주의 벤디고 아트 갤러리에서 프리다 칼로의 대규모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 주에 위치한 ‘벤디고 아트 갤러리(Bendigo Art Gallery)’에서 프리다 칼로의 치열하고 열정적이었던 생애를 다채롭게 돌아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 〈프리다 칼로: 그녀의 이미지 속에서(Frida Kahlo: In her own image)〉가 올해 7월 13일까지 열린다. 호주 최초로 공개되는 개인 소지품을 포함하여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 박물관(Museo Frida Kahlo)’에서 직접 대여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멕시코 출신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는 소아마비, 교통사고, 남편의 외도와 이혼 등 장애와 역경에도 불구하고 강한 삶의 의지를 작품으로 승화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사후 20여 년이 지난 1970년대에 활발했던 여성 인권운동의 영향으로, 스스로를 뮤즈로 삼은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그 가치가 재조명되어 페미니즘 예술의 아이콘으로 명성을 얻었다.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불안을 시각화한 그의 강렬한 자화상과 더불어 화려한 장식 또한 프리다 칼로의 시그니처로 꼽힌다.


(우) Revlon cosmetics: compact and powderpuff with blusher in ‘Clear Red’; Seal-fast nail varnish; ‘Lastron’ nail varnishes in ‘Frosted Snow Pink’ and ‘Frosted Pink Lightening’; lipstick in ‘Everything’s Rosy’. Before 1954. Photograph: Javier Hinojosa. © Diego Riviera and Frida Kahlo Archives, Banco de México, Fiduciary of the Trust of the Diego Riviera and Frida Kahlo Museums.

전시장에서는 실제로 프리다 칼로가 착용했던 멕시코 전통 의상과 더불어 즐겨 사용했던 레블론(Revlon) 화장품 컬렉션, 액세서리처럼 그의 실존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장품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오악사카 지역의 여성들이 주로 착용하는 주름 장식이 달린 흰색 헤드드레스인 레스플란도르(resplandor)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뿐만 아니라, 회화 작품과 드로잉 시리즈, 아카이브 사진, 편지처럼 그의 예술적 생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록들로 전시를 꾸렸다.

1954년에 프리다 칼로가 사망한 후, 그의 남편은 가족의 거처였던 ‘카사 아술(Casa Azul, 푸른 집)’을 박물관으로 보존해 멕시코 국민에게 선물했다. 핵심적인 개인 소장품은 욕실 안에 봉인되어 50년 후 공개되었는데, 당시 공개되었던 귀중한 소장품이 이번 호주 전시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인 의료용 코르셋도 이번 전시에서 실제로 만나볼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 척추 수술을 받고 착용했던 코르셋은 프리다 칼로가 직접 그림을 그려 장식한 작품이기도 하다. 해당 작품에서는 부러진 투스카나 기둥이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척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호주 최초로 공개되는 회화는 총 두 점이다. ‘가시 목걸이와 벌새가 있는 자화상(Self Portrait with Thorn Necklace and Hummingbird)’(1940)은 프리다 칼로가 예술적으로 전성기에 이른 때 그린 대표작으로, 미국 텍사스 대학교 해리 랜섬 센터의 소장품이다. 어깨 위의 검은 원숭이가 가시 목걸이를 잡아당겨 피를 흘리지만, 무덤덤한 그의 표정을 통해 신체적 고통과 인내를 표현한 대표적인 자화상이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서 새는 일반적으로 자유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지만, 이 작품의 벌새는 마치 본인을 표현한 듯 생명력을 다한 검은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가 생의 끝에서 남긴 ‘앵무새와 과일이 있는 정물화(Still Life with Parrot and Fruit)’(1951)는 화폭 중심의 씨앗이 움푹 팬 수박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프리다 칼로의 패션과 집, 그리고 혁명적인 예술 작업 사이의 연결성을 발견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컬렉션은 멕시코 외에 전시된 적이 거의 없으며, 호주에서는 전례 없는 첫 공개입니다.”
_ 제시카 브리지풋, 벤디고 아트 갤러리 관장
한편, 벤디고 아트 갤러리가 위치한 도시인 벤디고 지역 상점들과 식당들도 전시를 기념하여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멕시코의 맛을 체험하는 ‘타코 트레일’, 잔뜩 취하는 ‘테킬라 만들기 워크숍’, 프리다 칼로로 변신하는 ‘플로랄 헤드피스 제작’과 ‘프리다 스타일 메이크업 체험’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관람객들의 흥을 돋울 준비를 하고 있다. 구경만으로도 즐거운 더 자세한 내용은 벤디고 지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