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예술을 꿈꾸는 스웨덴 디자이너, 마델렌 뮐라르드
자연의 에너지와 생동하는 감각으로부터
2024년에는 전 세계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꼽히는 ‘포맥스 디자인 탤런츠Formex Design Talents’에서 ‘베스트 인 쇼 Best in Show’ 수상자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은 마델린. 그녀의 작업은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상상 속 세계를 구성하고,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환상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이미지를 창조한다.

칼 라르손Carl Larsson과 에스트리드 에릭손Estrid Ericson은 스웨덴 디자인의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라르손은 밝고 따스한 수채화로 전원생활의 풍경을 그린 화가이자 직접 만든 가구와 옷으로 일상을 아름답게 꾸민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그가 창조한 스칸디나비아풍 표현 방식은 이케아IKEA의 미학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 한편, 에릭손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 대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벤스크트 텐Svenskt Tenn을 창립했다. 자연을 모티프로 한 패턴과 장식을 통해 브랜드의 독창성을 확립한 그녀는 탁월한 안목과 디자인 감각을 겸비한 선구자였다.
두 사람 모두 자연과의 깊은 연대감을 바탕으로 삶과 예술의 일체화를 실천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러한 철학은 한 세기를 넘어 후대의 스웨덴 디자이너와도 연결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마델렌 뮐라르드Madelen Möllard다. 그녀는 자연의 유기적인 형상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미학을 결합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해 왔다.

마델렌의 작업은 자연과 추억 그리고 상상력 사이의 교차점에서 출발한다.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상상 속 세계를 구성하고,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환상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이미지를 창조한다. 특히 꽃을 주요 모티프로 삼아, 대담한 형태와 생생한 색감으로 풀어내는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다. 정밀함과 즉흥성이 공존하는 그녀의 미감은 아크릴 페인팅, 컷아웃, 디지털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더욱 다채롭게 빛난다.

오랫동안 예술을 일상 속 오브제로 확장시키길 꿈꿔온 마델렌은 2023년, 자신의 회화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구성된 홈데코 브랜드 ‘스튜디오 마델렌 뮐라르드 Studio Madelen Möllard’를 론칭하며 그 꿈을 현실로 옮겼다. 예술과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목표로 낙천적이고 유쾌한 일상의 감각을 제안한다. 대부분의 제품은 그녀의 작업실이 위치한 스톡홀름과 칼스함 지역에서 지역 장인들과 협업해 제작되며, 높은 품질과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같은 해 여름, 마델렌은 오빠 로베르트 뮐라르드Robert Möllard와 함께 또 하나의 브랜드 ‘메종 뮐라르드 Maison Möllard’를 설립했다. 수작업으로 제작된 맞춤형 패션과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며, 한정 수량과 독창적인 스타일로 차별화된같은 해 여름, 마델렌은 오빠 로베르트 뮐라르드Robert Möllard와 함께 또 하나의 브랜드 ‘메종 뮐라르드 Maison Möllard’를 설립했다. 수작업으로 제작된 맞춤형 패션과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며, 한정 수량과 독창적인 스타일로 차별화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H&M, 잘란도Zalando, 파라마운트 픽처스Paramount Pictures, 스톡홀름 브렌네리Stockholms Bränneri,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왔다. 2023년 가을에는 디자인토르엣Designtorget과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감각적 세계를 더욱 넓은 무대로 확장시켰다. 2024년에는 전 세계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꼽히는 ‘포맥스 디자인 탤런츠Formex Design Talents’에서 ‘베스트 인 쇼 Best in Show’ 수상자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녀의 작업은 스웨디시 디자인이 자연과 일상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삶 속에 녹여내는 태도가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2025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에서 마델렌 뮐라르드와 처음 만난 뒤, 이후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with 마델렌 뮐라르드

할아버지께서 유명한 화가셨다고 들었어요. 어린 시절의 기억은 당신의 예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저는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칼스함Karlshamn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화가셨어요.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저와 제 형제자매들에게 언제나 큰 자극이 되었죠. 할아버지는 저희가 늘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도록 격려해 주셨어요. 조부모님 댁을 방문하면 언제나 넉넉한 종이, 연필, 색연필이 준비되어 있었고, 그 공간은 마치 저만의 작은 아틀리에 같았죠. 지금 돌이켜보면, 칼스함에서의 조용하고 따뜻했던 시간들이 저의 미적 감각과 창작 방식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요. 조부모님의 집 안 곳곳에 놓인 포크 아트, 수공예 자수, 오래된 그릇과 같은 감각적 기억들이 저의 조형 언어로 자연스레 이어졌습니다. 식사 시간조차 하나의 예술적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 있고요. 저희 가족에게 예술과 디자인, 음식은 언제나 삶의 중심이었어요.

현재는 스톡홀름에 기반으로 두고 있죠. 고향을 떠나 바로 이곳으로 오신 건가요?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로스앤젤레스와 말뫼에 머물렀어요. 항상 더 큰 도시로 가서 다양한 삶의 방식과 시각을 경험해보고 싶은 갈망이 있었거든요. 지금 살고 있는 스톡홀름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예요. 도시 곳곳을 산책하면서 만나는 건축물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디에 있든, 새로운 장소가 주는 감각적 자극을 즐기는 편이에요.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색과 형태, 분위기들이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죠.
당신의 회화나 오브제 작품에서는 마치 풍성한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인상이 느껴집니다. 자연, 특히 꽃과 식물을 중심 테마로 삼는 이유가 있나요?
꽃은 그 자체로 상징과 감정을 담고 있는 존재잖아요. 결혼식, 출산, 장례식, 생일처럼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늘 꽃이 곁에 있어요. 저도 어릴 적부터 꽃과 함께 자랐고, 그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웠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저희 어머니께서 우리 형제자매가 태어날 때 각각의 상징적인 꽃을 정해주셨던 일이에요. 제게는 빨간 장미가 주어졌고, 지금도 생일이 되면 한 송이 장미를 선물 받곤 해요. 할아버지 역시 꽃을 즐겨 그리셨는데, 팬지꽃을 특히 사랑하셨어요. 저는 양귀비꽃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 독특한 형태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 이후로 자연의 꽃들이 제 작업에 중요한 모티프로 자리 잡았어요. 요즘은 양귀비 외에도 다양한 꽃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어요. 꽃은 제 감정과 상상을 시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인 것 같아요.

본인의 작업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느끼시나요?
제 작업에는 확실히 북유럽 특유의 감성과 정서가 깃들어 있지만,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전형적인 미니멀리즘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형태와 색을 하나의 언어처럼 다루며, 보다 표현적이고 감각적인 레이어들을 쌓아가는 방식을 선호해요. 전통적인 수공예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지만, 그것이 제 안에서 예술, 건축, 경험 등을 통해 재구성되고 필터링되면서 새로운 조형 언어로 발현되는 것이죠.
당신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시나요?
제 작업이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진심 어린 감정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그것이 대화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요. 누군가가 제 작업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연결’이에요. 예술과 디자인은 결국 사람들 사이를 잇는 매개라고 생각합니다.

회화, 일러스트,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계시죠. 지난 2월에 열린 2025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에서는 노르디스카 콤파니엣(NK) 백화점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고요.
스톡홀름의 상징적인 백화점 노르디스카 콤파니엣(NK)에서 열린 ‘메이드 인 스웨덴 Made in Sweden’ 전시에 참여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스웨덴 디자인의 정체성과 장점을 조명하는 협업 전시였는데, 제 작업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어요. 이번 전시를 위해 저는 제 시그니처 모티프 중 하나인 양귀비꽃의 유려한 형상을 활용한 거울을 선보였어요. 줄기와 잎을 포함해 사람 키보다 큰 거울로, 이전에 작업했던 시리즈를 확장한 형태입니다. 기능성과 조형미가 만나는 지점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의 창작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요?
제 작업에 ‘기쁨’과 ‘에너지’가 담기기를 바라요. 동시에 정성과 깊이를 갖춘 감각도 중요하죠. 공예적 완성도는 물론 함께 작업하는 장인들과의 관계도 역시 제게 아주 소중한 가치예요.
평면 회화에서 입체 오브제로 확장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만드는 오브제는 마치 우연히 생겨난 것처럼 느껴졌으면 해요. 너무 완벽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죠. 회화를 할 때 느껴지는 에너지와 생동감을 입체 작업으로도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요.

색상을 대담하게 쓰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당신만의 방식을 공유해 준다면요.
저는 주로 제한된 색상 팔레트 내에서 작업해요. 오히려 그 제약이 더 명확한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작업에 몰입하게 해 주죠. 일상 속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자주 영감을 받아요. 접시에 놓인 상추 한 잎, 타일 바닥 위의 신발처럼요. 공간이든 오브제든, 언제나 색감이 균형과 대비를 동시에 품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작업을 구상할 때, 직관을 따르시나요? 아니면 구조적인 접근을 선호하시나요?
직관과 구조, 둘 다 중요해요. 다만 작업의 성격에 따라 방식이 달라지죠. 그림을 그릴 때는 거의 스케치를 하지 않아요. 즉흥성과 에너지가 흐르도록 내버려 두고 싶거든요. 대개는 색이나 형태 하나에서 시작해요. 일상의 어떤 작은 순간에서 비롯된 것이죠. 반면 인테리어나 제품 디자인 작업은 훨씬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해요. 모형 제작, 계획 수립, 비례와 배치에 대한 고려가 필수니까요.

메종 뮐라르드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저와 제 오빠는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나누고 작업해 왔어요. 메종 뮐라르드는 예술, 디자인, 음식, 향기 등 오감을 아우르는 공동 아틀리에예요. 일종의 ‘총체예술’을 꿈꾸고 있죠. 지금은 건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고, 앞으로 오빠와 함께하는 전시도 계획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또 어떤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계신가요?
얼마 전에는 실내 프로젝트를 위한 맞춤형 러그 디자인을 마무리했어요. 색의 조합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고, 따뜻하면서도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부드럽고 포근한 고급 울 파일 소재로 제작되어, 마치 앉고 싶은 가구처럼 느껴지는 러그예요. 또 최근에는 19세기 건물에 자리한 대형 주거 공간의 인테리어 작업도 진행 중이에요. 아름답게 보존된 건축 디테일을 존중하면서, 고요하지만 분명한 개성을 지닌 공간을 완성하고자 색과 재료의 균형을 신중하게 맞추고 있어요. 공간마다 고유한 감성이 있듯, 제 작업 역시 그에 맞춰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새로운 매체나 형태가 있나요?
제가 참여하는 인테리어 작업에 맞춤형 가구를 디자인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도자기나 유리로 테이블웨어를 만들고 싶어요. 내년쯤 실현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브랜드나 분야, 혹은 예술가와 협업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하고 싶으세요?
저는 자신만의 뚜렷한 언어를 가진 브랜드에 매료돼요. 소재나 공예, 분위기에 깊이를 지닌 곳들이요. 형태는 다양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만남이 일어나는 ‘지점’이에요. 거기서 예기치 못한 일이 시작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에르메스, 파리의 호텔 코스트, 그리고 웨스 앤더슨 감독과의 협업이 제게는 오랜 꿈이죠.
곧 공개 예정인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이번 봄에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주거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하나는 전원적인 감성이 짙고, 다른 하나는 보다 조형적이고 도시적인 공간이에요. 동시에 테이블웨어 시리즈 협업도 한창 진행 중이고, 제가 가장 애정하는 호텔 중 한 곳에서 벽화 작업도 앞두고 있어요.

만약 어떤 제한도 없이 ‘꿈의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프랑스의 오래된 샤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을 디자인해보고 싶어요! 고풍스러운 요소들과 현대적 감각을 과감하게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고 싶달까요. 역사적인 공간 안에 직접 벽화를 그리고, 모네의 블루 앤 화이트 키친에서 영감을 받아 주방을 디자인하는 상상을 종종 하곤 해요. 감각적인 색채와 풍성한 텍스타일, 정원까지 포함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스튜디오 마델렌 뮐라르드와 메종 뮐라르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예술과 공예는 제 작업의 핵심이에요. 그림, 오브제,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의 중심에 있죠. 스튜디오는 국제적으로 성장하되, 여전히 친밀하고 개인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싶어요. 무엇보다 ‘놀이의 자유’를 잃지 않으려 해요. 더 많은 협업을 통해 관대하고, 생기 있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메종 뮐라르드의 경우, 전설적인 파리의 콘셉트 스토어 콜레뜨Colette에서 큰 영향을 받았어요. 예술, 건축, 디자인, 패션, 음식, 협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아틀리에 공간을 지향하게 된 이유죠. 언젠가는 부티크 호텔, 전시 공간, 레스토랑, 카페, 샵이 함께 공존하는 ‘예술적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