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합류,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까?

디올이 맞이하는 새로운 시대

최근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들이 잇따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며 말 그대로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막강한 팬층을 지닌 스타 디자이너들의 대대적인 이동으로 인해 각 브랜드의 이미지와 디자인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합류,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까?

최근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들이 잇따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며 말 그대로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막강한 팬층을 지닌 스타 디자이너들의 대대적인 이동으로 인해 각 브랜드의 이미지와 디자인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몇 년간 이어진 부진한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패션 하우스들은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새로운 활력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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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마티유 블라지 인스타그램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의 후임으로 샤넬에 합류한다는 소식은 패션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동시에 “마티유 블라지였기에 가능한 선택”이라는 반응도 뒤따랐다. 현재 샤넬의 모습과 분위기를 만든 인물에서 가장 과감하고 혁신적인 인물로 교체되면서, 브랜드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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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케링 그룹 홈페이지

​이와 맞먹는 화제성을 가졌던 소식은 파격적인 디자인 감성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의 구찌행이었다. 구찌를 시대에 걸맞게 새롭게 변화시켰다고 평가받는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사임 이후, 사바토 드 사르노(Sabato De Sarno)가 바통을 이어받아 2년간 패션 하우스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는 여전히 매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진 못했다. 결국 구찌는 도발적이지만 매력적인 디자이너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었다. 발표 당일 주가가 10% 넘게 폭락하면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구찌가 반전을 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이 밖에도 다양한 소식들이 패션계를 뒤덮었다. 셀린느는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후임으로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를 선임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드리스 반 노튼의 은퇴로 줄리안 클라우스너(Julian Klausner)가 이끌게 되었다. 이 33살의 패션 디자이너는 지난 6년 동안 드리스와 함께 여성복 라인을 이끌어 온 경력 덕분에 브랜드의 디렉터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는 “어떤 반응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라며 브랜드를 이끌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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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디올 홈페이지

흥미진진한 소식들로 가득한 패션계에서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할 소식이 들려왔다.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해왔던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디올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것이다. 이 소식은 지난 4월 17일 열린 LVMH 주주총회 자리에서 그룹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에 의해 공식 발표되었다. 다가오는 6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앤더슨의 첫 디올 남성복 컬렉션이 선보일 예정이다. 킴 존스(Kim Jones)가 지난 1월에 퇴임한 이후 3개월 여 만에 공석이었던 자리가 마침내 채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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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조나단 앤더슨 인스타그램

​조나단 앤더슨은 로에베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그만두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디올로의 이적을 알림으로써 팬들을 열광케 했다. 그간 무성하던 소문이 현실로 드러나게 되면서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실험적인 감각으로 잘 알려진 앤더슨의 디자인과 디올 특유의 정교한 테일러링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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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디올 홈페이지

더 기대되는 점은 베르나르 아르노가 디올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0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매체에서는 조나단 앤더슨이 여성복까지 총괄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소문이 현실이 된 이번 인사처럼, 또 다른 변화에 대한 소문 또한 현실화된다면 디올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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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디올 홈페이지

그동안 킴 존스가 이끈 디올 남성복은 색다른 시도로 가득했다. 2018년부터 디올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했던 킴 존스는 스트리트웨어 감성과 오뜨 꾸뛰르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호평을 받아왔다. 디올 하우스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시도는 브랜드의 남성복 라인을 한층 젊고 감각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카우스, 다니엘 아샴, 숀 스투시 등 다양한 아티스트 및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협업은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또한 그는 디올 남성복에 이어 펜디 여성복 디렉터로도 일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넘나든 그의 시도는 프랑스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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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디올 유튜브 채널

디올의 2025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지 일주일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힌 그는 “절대적인 우수성의 상징인 디올 하우스에서 나의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며 “이 멋진 여정에 동행해 준 스튜디오와 아틀리에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들은 나의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디올 사임에 앞서 펜디에게도 이별을 고하며 그 어떤 브랜드에도 얽매이지 않게 된 디자이너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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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조나단 앤더슨 홈페이지

파격적인 시도를 이어온 킴 존스의 후임으로 디올 남성복을 이끌게 된 조나단 앤더슨은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200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JW 앤더슨’을 설립했다. 그는 이 브랜드를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패션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젠더의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디자인, 조형적인 실루엣, 전통 장인 정신을 새롭게 풀어낸 디테일은 그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고, 사람들은 그 독창적인 감각에 열광했다. 일각에서 그가 디올 여성복까지 총괄하게 될 가능성을 점치는 것도 이 같은 디자인 세계관 때문이다.

​2013년부터는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하며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접근을 이어갔다. 그는 브랜드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동시에 매해 현대 공예작가들을 조명하는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에도 깊이 관여했다. 이를 통해 로에베는 현대 장인 기술의 예술적 가치를 기리는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고, 앤더슨은 그 중심에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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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로에베 재단 공예상 홈페이지

이런 그의 활동은 다채로운 수상 경력으로 이어진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 어워드에서 ‘올해의 국제 디자이너’로, 런던 패션 어워드에서도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입증했다. 2024년에는 타임지의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며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패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이끄는 브랜드 또한 국제적인 명성과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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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JW Anderson 유튜브 채널: ‘Harry Styles’ Cardigan Knitting Tutorial

특히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컬러 블록 패치워크 카디건(Colourblock Patchwork Cardigan)’은 코로나 시기에 뜨개질 열풍을 일으킨 상징적인 아이템이다. 이에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은 이 카디건을 패션 및 드레스 컬렉션에 추가하며 세계사에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 혁신적인 디자인 중 하나로 인정했다.

이렇듯 여성과 남성,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시도를 해왔던 조나단 앤더슨이 디올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전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고 있다. 로에베에서 해왔던 것처럼, 그는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디자인을 내놓을 것이라 여겨지고 있다. 조만간 공개될 그의 첫 디올 컬렉션에서는 기존 하우스의 유산과 앤더슨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감성이 절묘한 조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통과 실험, 구조와 감성 사이의 섬세한 균형 위에서 펼쳐질 디올의 새로운 시대. 그 서막을 알릴 다가오는 6월 파리 패션위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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